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l 14. 2023

화라락 불살랐다

이제 심신에 평화를

 세컨드 이드(Eid Ul- Adha) 연휴맞이 강제여행(이라 쓰고 행군이라 읽는다)을 마치고, 연이어 몇 건의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고 나니 온몸의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느낌이다. 원래 배터리도 0%까지 완전방전하면 내구성이 급격히 안 좋아진다고 했는데, 딱 내 몸상태(정신포함)가 번아웃 느낌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의 느낌이 식기 전에 활자로 옮기고 관리되기 힘든 사진을 Web에 딱 박제해 놔야 마음이 편해지는데 그것마저 시작할 의지가 안 생긴다.



 원래 저녁형 인간을 넘어 심야형 인간인데, 하루에 쓸 에너지를 당겨 쓰다 보니 점점 잠드는 시간이 당겨지고, 반대로 기상시간이 빨라지는데 원래 생체시계가 심야형인 나는 이게 피곤해죽겠다. 빨리 일어나니 하루가 더 빨리 피곤해지고 그러다 보니 잠드는 시간도 일어나는 시간도 더 빨리자고 이게 반복인데, 누가 아침형 인간이 생산적이라 그랬어? 나는 멍한 채 아침을 맞고 죙일 피곤한 날 반복일 뿐이다. 개운한 상태로 기상해서 아침시간을 생산적으로 써야 하는데, 더 자야 할 시간 같을 때 눈이 떠지긴 하는데 멍한 채 일어나니 뭐가 될 리가 있나. "아침형 인간"이 언젠가 대 유행이었는데, 그 책의 저자는 본인이 "아침형 인간"이어서 그런 거지 그게 모두에게 다 맞는 생활비법은 아닌 거라고 주장한다.


 나는 원래 내향형에 소심형 인간형이지만, 국외에서 조직장 직무를 해야 하니 가장 전면에 나서서 귀빈을 맞아야 하고 연단에 자주 서야 하고 조직의 정점에서 진두지휘할 의무가 있는 직장인이다. 보직된 의무로 일을 하긴 하지만, 원래 내재된 내 성격과 자아에 썩 잘 맞는 보직은 아닌 것 같다. 그럼 무슨 보직이 맞으려나. 보직이고 뭐고 히키코모리 성향이 강해서 사람만 만나면 에너지가 솔솔 빠져나가는 타입이니, 혼자 일하는 것이 가능한 보직이면 좋겠지만 직장인이 그런 보직이 어딨나. 혼자 일하는 게 가능한 예술가, 작가, 프리랜서 등이 맞으려나 싶다가도 혼자 가치를 창출할 능력 같은 건 또 없어 보이고, 그저 건물주 등이 되어 자본적 수레바퀴를 잘 만들어서 경제적 자유를 갖추고 프리하게 살고 싶은데 그건 모든 사람의 꿈일 뿐 당장 한 채 사둔 아파트 대출금도 못 갚아 끙끙대는 것이 현실인 거다.


 1일 1글쓰기를 할 때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글감이 너무 많아 고민할 필요가 하나도 없었는데 심신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며칠 글쓰기를 쉬었더니 이 역시 관성이 된다. 뭘 써야겠다 생각을 안 하니 주변에 관심도 적어지고 뉴스도 예사로 흘러간다. 심지어 모처럼 키보드를 잡으니 키보드 키감마저 뻑뻑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히키코모리 성향에 콜포비아 환자라, 딱 주변에 있는 몇 파견 한국인 동료를 제외하곤 말할 상대가 없다.(현지인 동료가 있긴 하지만, 우리말 하기도 피곤한데 영어로 뭐 그리 얼마나 떠들겠나...)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건 아니고 할 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히키코모리 성향자의 콜포비아 환자가 세상과 소통하는 얼마 안 되는 창구 중 하나가 브런치. 나는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에너지를 얻어간다. 내가 세상에 살아있음을 알리는 유일한 창조활동.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사람도 있으니 이 역시 듣기 나쁘지 않다.


 큼직한 연휴와 행사들이 다 지나갔으니, 이젠 다시 잔잔한 일상으로 돌아가서 충전하며 살아야지.


 과방전, 번아웃은 좋지 않아요. 다들 최선을 다하지 말고 적당히 살아보아요. 원래 성실한 사람은 그렇게 살아도 안 망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