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Sep 03. 2023

탄생기념일 제도 도입

 20○○년, 가까운 미래.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활성화 대책이라며 중대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탄생기념일 제도 도입"


 얼핏 들으면 "생일"처럼 느껴지는데요, 그런데 그게 아니랍니다.


(경제수석 브리핑)

"정부는 침체된 경제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1년에 한 번씩 시행하는 생일제도를 없애고, 100일마다 탄생일을 기념하는 '탄생기념일'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전 국민이 1년에 한 번 하던 생일잔치를 100일마다 할 수 있으므로 기존대비 3.65배의 경제효과가 있습니다. 생일케이크도, 꽃다발도, 선물도 기존대비 3.65배 더 팔릴 것이며 대한민국 내수 경제 부흥의 강력한 자극제가 될 것입니다."




 국민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갈렸습니다. 대체로 소매상공인들은 이 정책을 환영하는 입장인데요, 일부 보수단체 및 불교계에선 이 무슨 해괴망측한 발상이냐며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대 천문학과 김ㅁㅁ 교수)

"사실, 생일이라는 건 과학적 사고로만 접근하면 말이 안 되는 말이긴 합니다. 생일이란 내가 태어난 날을 말하는 것이며 그것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거든요. 시간은 과거로 회귀할 수 없어요. 지구가 태양을 딱 한 바퀴 돌았으니 내가 태어난 날 지구가 그 자리로 돌아온 거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지구가 태양을 도는 만큼, 태양은 우리은하 중심을 돌며, 우리은하는 통째로 다른 은하로부터 멀어지고 있거든요. 이것은 적색편이를 관찰하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생일이란 건, 문화적으로 그냥 '이 기준으로 하자'라고 하는 사회적 약속에 불과해요. 당장 주변만 봐도 생일을 양력 또는 음력으로 택일해서 보내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 달력이란 것 또한 사회에서 정한 날짜를 세는 약속일뿐이지 역사적으로 수많은 달력이 존재했고 지금도 양력, 음력, 이슬람력 등 많이 있잖아요. 그럼, 나의 진짜 생일은 언제죠? 그 문화권에서 정한 약속일뿐이에요.

 어쨌든 저는 인류가 타 행성계로의 이주를 준비하는 지금, 이건 담대한 담론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항성 주위를 917일마다 공전하는 특정 행성계로 이주했다고 칩시다. 그럼, 그 행성에서 태어난 신인류의 생일은 917일마다 돌아오는 건가요? 시공간을 초월한 인류의 보편성을 생각해 보면 공전기준점이 아닌 절대시간 기준점의 생일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대한 조계종단 ㅁㅁㅁ 스님)

"인류가 보편적으로 수용하고 지켜온 관습을 정부가 이렇게 강제해서 바꾸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생일을 기념하는 의식은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확인하며 개인 자아를 높이며 사회로부터의 인정을 받기 위한 장치로써 오랜 기간 기능해 왔습니다. 100일마다 생일을 기념하면, 그건 너무 가벼운 날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걸 정부의 임의적 판단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정부가 시키면 뭐든 한다, 제왕적 사고와 국민을 업신여기는 태도가 이번 정책에서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말대로라면 석가탄신일도 100일에 한 번 기념해야 하나요?"


(ㅁㅁㅁ화장품가게 주인 ㅁㅁㅁ씨)

"오, 정부 정책 신박한데요? 생일잔치를 100일마다 하게끔 정부에서 유도하면 분명 소상공인들에게는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생일을 100일마다 기념하는 건 한국적인 전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기들 태어나면 100일 잔치하잖아요. 그걸 연장해서 하자는 거니까, 이건 새로운 K-생일 붐이 되어 세계 문화를 선도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정책을 지지합니다."


(대한 역술회 역술가 ㅁㅁㅁ씨)

"천지신명이 격노할 일! 어디감히 5년 단임 정부가 수만년 내려온 인류의 전통과 하늘의 이치를 함부러 바꾸러 하는가! 생년월일을 둘러싼 기운과 파동이 우주를 가득 채우고 각 개인의 내면과 동조하여 세상을 사는 것이 이치이거늘, 기본적인 삶의 의미도 모르고 어찌 이리 가볍게 군단 말인가! 절대 안 될 일일세!"


(○ 교회 ㅁㅁㅁ 목사)

"제가 모든 신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정책, 환영합니다. 교회 입장에선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포교활동이 가장 왕성해지며 신도들이 폭증하는 계기가 됩니다. 다들, 크리스마스 초대받아 교회 가 본 기억, 한 번씩은 다 있잖아요? 선물도 받고. 예수 그리스도의 탄신을 100일마다 기념하는 제도적 장치를 정부에서 만들어준다면 기독교인들은 찬성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럼 휴일도 비례해서 느는 거겠죠?"


(ㅁㅁ대학교 3학년 ㅁㅁㅁ씨)

"아, 정말 안 돼요 이건. 지금도 여자친구 생일 명품선물 마련하느라 용돈을 쪼개고 쪼개 아끼고 모으느라 벅찬데, 이걸 100일마다 하라고요? 안 됩니다. 국가경제 활성화 되기 전에 개인 경제가 빚더미에 추락하고 말 겁니다. 이왕 담대한 논의가 되는 김에 생일을 1,000일 마다 기념하는 건 찬성해요."


(회사원 ㅁㅁㅁ씨)

"하아, 제가 웬만하면 말 안 하고 참으려 했는데. 정부 나으리님들 그렇게 할 일이 없대요? 무슨 관습법인 생일제도를 바꿔요. 허구한 날 고민도 안 하고 여론 묻기도 전에 설익은 정책으로 국민들 갈라치기나 하고 마치 국민들에게 국가정책을 통보하듯이 툭 던지고 있잖아요. 이 쓸데없는 논쟁으로 또 국력이 얼마나 소모되고 있습니까? 이거, 아마 또 지난번 정치비리를 덮기 위한 술수 같아 보여요. 생일 논쟁으로 지금 다른 뉴스가 하나도 안 나오잖아요. 생일 이게 뭐라고. 제발 국민 민생에 신경 좀 쓰고 국가 미래 발전 전략을 고민해 주세요. 정말 세금이 아깝습니다."


(공무원 ㅁㅁㅁ씨)

"기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는 정부 정책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말라고 교육받았어요. 저, 공무원이라니까요. 공무원은 그냥, 정부에서 시키면 해야 되는 거랬어요. 저는 의견 없습니다."



 이상, 정부의 "탄생기념일 제도 도입"에 대한 각 계의 반응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