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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Feb 22. 2024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그럴리가...

 오늘 본좌, 한 때 천문학자가 되길 소망했던 별 보는 걸 좋아하던, 그리고 지금도 좋아하는, 소년 청년 중년.(글을 써놓고 보니, 현재완료 시제가 우리말 문법에는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에 유리비가 내리던 행성 얘길 하던 끝에 그냥 문득 생각이 든, 무언가 불편해 보이는 각종 영화 제목, 드라마 제목 및 일상표현 나열.



"별에서 온 그대"

"별나라 공주님"

"샛별"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천문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다 말도 안 되는 표현들.

 천문학적으로 항성을 말한다. 항성이란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에 의해 스스로 빛을 내는 구형 천체를 뜻하는 말이다. 이에 반해 행성이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구형 천체를 뜻한다. 스스로 빛나지 않는 행성을 우리가 볼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태양 같은 항성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



 자. 그러니까, "별에서 온 그대"는 별(=항성)에서 왔을 리가 없다.

 물론, 과학은 100% 단정할 수 없으니 별(=항성)에서 왔을 가능성이 아주 매우 희박하다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별은 기본적으로 수소 또는 헬륨을 에너지원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데, 여기서 "인간형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단, 인간형 생물의 신체를 만들 원소가 항성 표면에 거의 없고, 표현 온도가 너무 높으며, 항성은 기체로 이루어진 천체라 어디 딛고 설 땅도 없어서 인간형 생물이 살기에 부적합하다. 그리고 설혹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생물이 온도가 수천~수만도 되는 항성을 터전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할지라도 환경이 전혀 다른, 온도가 수천 수만도나 더 낮은 지구에 올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마도 "별에서 온 그대"의 드라마 배경은 별이 아니라 "외계 행성에서 온 그대"라고 해야 좀 더 현실성이 있는 표현이 되지 싶다. 현실적으로 외계인을 찾는 모든 프로젝트는 외계 항성이 아니라 외계 행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별나라 공주님"도 별나라에 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매우 높다.

 생물학자들은 항성의 일반 조건인 수천 수만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 메커니즘을 가정하거나 연구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태반의 항성은 주요 원소가 수소(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별) 및 헬륨(수소별에서 핵융합이 진행이 되는 별)이 대부분이므로 생물체의 신체를 구성할 성분 자체가 별의 표면에서 구할 수가 없다. 수소와 헬륨만으로 된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의 생명체가 있다 할지라도 고등문명을 이루어 "공주님"을 모시는 사회를 구성할 것 같지는 않다. 천문학 관점에서 천문학 용어로 고쳐 쓴다면 "별나라 공주님"도 "외계 행성나라 공주님"으로 고쳐 부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금성의 순우리말인 "샛별"도 사실, 샛별이 행성임을 몰랐던 조상님들의 무지와 과학적 관찰의 한계 때문에 잘 못 붙은 말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현대 천문학이 발달하기 전에 밤하늘에 반짝이는 모든 것을 "별"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으니 그 당시 표현으로는 잘못된 표현이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지금 천문학 용어를 투영해서 해석하면 "샛별"은 "행성"이므로 스스로 빛나는 "항성"이 아니니 "" 호칭을 붙일 수가 없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좀 이상해보이는 사차원적 사고를 가진 친구에게 물어볼 때는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하지 마시고


"너는 어느 외계 행성에서 왔니?"


 라고 물어보신다면 그래도 듣는 외계인의 마음이 한결 평온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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