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적응 중
지사를 대표하여 신규 계약할 일이 있어 유럽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한 번에 여러 일은 못 하는 성격이라 브런치도 좀 쉬었군요.
○ 3월 18일, 월요일 : 이슬라마바드 공항 출발 → 도하 공항 경유 → 오스트리아 비엔나(Wien)
- 협력회사 본사 방문, 업무협의
○ 3월 19일, 화요일 : 오스트리아 비엔나(Wien) → 바이츠(Weiz)
- 협력회사 제조공장 1 방문 → 잘츠부르크(Salzburg) 이동, 숙박
○ 3월 20일, 수요일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 → 독일 뮌헨 경유 → 라벤스부르크(Ravensburg)
- 협력회사 제조공장 2 방문
○ 3월 21일, 목요일 : 독일 라벤스부르크(Ravensburg) → 스위스 크린스(Kriens)
- 협력회사 정비공장 방문, 사업계약 체결식 참석
○ 3월 22일, 금요일 : 스위스 베르차스카(Verzasca)
- 베르차스카 수력발전소 & 댐 견학
○ 3월 23일, 토요일 : 스위스 크린스 → 취리히 공항 → 도하 공항 경유 → 이슬라마바드 복귀(다음날)
- 일정 종료. 일터로 복귀
복기해 보니 최단 경로로만으로 짜도 1,200km가 넘는 거리를 돌아다녔네요.
회사일로 다녀온 출장이라 업무관계 보안관계된 내용 빼고 나면 별로 할 말도 없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여행은 여행이니 기록은 살짝 남겨봅니다.
출장 후기.
1. 아기자기 유럽감성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비엔나, 잘츠부르크는 참 아기자기 예뻤던 도시였습니다만, 관광명소를 제대로 들를 시간이 없어 무척 아쉬웠습니다. 순로가 미리 짜인 업무 출장이었으니 어쩔 수 없지요. 다음에 개인 관광으로 다시 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 자동차의 나라, 아우토반의 나라 독일
역시 독일은 아우토반의 나라. 고속도로가 무척 잘 되어 있었어요. 차들이 정말 쌩쌩. 속도 무제한.
3. 물가 하면 스위스
살인적 물가로 유명한 스위스를 다시 가게 될 줄이야. 음식도 숙박비도 교통비도 비싸도 너무 비싼 나라입니다. 스위스에만 다녀오면 모든 물가가 너무 저렴하게 느껴지는 마법이 일어남.
4. 다중언어구사자
업무관계자들 태반이 다중언어구사자여서 살짝 주눅이 들었습니다. 특히 스위스에선 4개 국어 이상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띄엄띄엄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각 언어를 모두 원어민처럼 자유자재 넘나드는 걸 보며 감탄이 나왔어요. 부모로부터 자연스레 체득하는 모국어 + 학교 가서 배우는 공용어 + 회사에서 쓰는 영어 + 개인적 경험으로 배우는 타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배울 수밖에 없는, 안 배우면 불편한 환경 자체가 큰 요인이더군요. 스위스는 헌법상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총 4개 언어를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고 지역색에 따라 선호되는 언어가 따로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최소 2개 국어 이상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영어도 잘합니다. 국민들이 다국어를 잘하는 것 자체는 부럽긴 하지만, 하나의 나라가 하나의 공용어로 통일되지 못한 채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 자체는 또 그리 부러운 건 아니기도 해요.
5. 음식. 음식. 음식.
개인 출장이 아닌 회사 단체출장이어서 계약 서명권자 및 연수단장을 겸한 출장이었는데... 무슬림 인솔해서 밥집 찾아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무슬림은 코란에 규정된 할랄푸드만 먹을 수 있는데, 할랄 인증 음식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거든요. 종교적 교리 때문에 할랄이 아닌 고기는 일체 먹을 수 없고, 술도 안 되며, 돼지고기도 당연히 못 먹어 선택지가 얼마 없었어요. 그렇다고 저만 따로 먹자니 이동차편이나 시간이나 그것도 적절하지 않았고요. 독일 가면 아이스바인이나 슈바인스학세를 먹어야 한댔는데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니 당연히 패스하고 다음 기회에. 어쨌건 무슬림과 겸상하면 먹는 것이 매우 단출해집니다...
6. 대기질
유럽 전역에서 공기가 참 맑았는데, 특히 스위스의 대기질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하늘만 봐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셧다운 시절 푸르디푸른 하늘을 잠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느낌을 사시사철 늘 느낄 수 있는 나라가 스위스였어요. 우리나라 정부도 대기질 관리는 만만치 않게 엄격하게 하는 것 같은데 저 서쪽에 있는 공장 많은 나라가 문제겠지요. 우리는 언제쯤 맑은 하늘을 가질 수 있으려나요.
일터가 있는 파키스탄과는 시차 4시간 차이가 나는 유럽이었습니다. 4시간이면 별 시차 차이가 안 나는 것 같은데 의외로 피곤해서 골골하고 있습니다. 어쨌건 회사 덕에 유럽 복판에서 1,200km 로드쇼를 벌이고 왔네요. 유명 관광지는 이동순로 중에 있는 것 중에서 먼발치서 껍데기만 보고, 주로 협력회사 공장투어만하고 오긴 했지만 그래도 가 본 게 어디냐며 만족하고 있습니다. 껍데기만 보고 못 가 본 곳은 랜선투어 보충하면 되겠죠 뭐.
일단 밀린 회사업무부터 먼저 하고 정신 좀 차린 후, 다녀온 몇 군데 더 꺼내보겠습니다. 다 까먹기 전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