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궁술"이라고 하면 안 될까요?
주몽의 후예 한국인.
올림픽 연속 10연패 금메달에 빛나는 한국 양궁. 자랑스럽다.
근데, 그건 그거고.
나는 저 "양궁" 소릴 들을때마다 불편해죽겠다.(다행히 아직 안 죽었다.)
쓸데없이 필요없는 "양"자를 붙인 것 같고, 괜한 사대주의가 자동 연상되기 때문이다.
자. 먼저 "양궁"의 정의부터.
본래 영어로는 아처리(Archery, 궁술)라고 부르며 이는 동, 서양의 구분이 없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의미의 활쏘기를 의미하나, 한국어에서는 전통 국궁과 대비하여 '서양으로부터 유입된 활쏘기'라는 이름으로 '큰바다 양(洋)'자를 붙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현대에 들어 제도화되고 규격화된 스포츠이기 때문에 롱보우(장궁) 같은 서양의 전통적인 활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양궁에서 사용하는 활은 공학적으로 개량한 '현대궁'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올림픽에서는 리커브 보우를 사용하는 종목만 있으며, 세계 선수권 대회와 같은 다른 대회에서는 컴파운드 보우를 사용하는 종목도 있다. - 나무위키 -
양궁(洋弓, archery)은 일정한 거리 밖에 있는 과녁이나 표적을 겨냥하여 활을 이용, 화살로 쏘아 맞히는 경기이다. 양궁은 국궁(國弓)과 그 발상의 유래는 비슷하나 전 세계적으로 그 민족의 풍토나 풍습에 따라 사용방법이나 모양에 특징을 가지며, 이를 지중해형·몽골형·해양형 등으로 구분한다. - 위키백과 -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 부르는 "양궁"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활쏘기를 국제 표준화하여 진행하는 경기"일 뿐이지, "서양의 전통적인 활을 사용하는 경기"가 아닌 것이다.
다만, 한국에선 전통적인 "국궁"이 따로 있으니, 이것과 구분하기 위해 "양궁"이란 이름을 쓰는 것뿐인데, 나는 이게 불편하고 딴지를 걸고싶다.
"양"이란 의미가 "양놈", "양담배", "양주", "양복"등에서 알 수 있듯, 물건너 온 것 중 특히 유럽산 또는 미국산이란 의미가 강한 단어이다.(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들여 온 물건에는 "양"자가 안 붙는다.) 단어 그대로만 해석하면 '큰바다 양(洋)'자 이므로 "큰바다를 건너 온 수입산"이란 것이 문자 그대로의 해석이겠지만, 보편적 해석은 "유럽산" 또는 "미국산" 정도가 더 일반적이라 하겠다.
"궁술", 즉 "활쏘기"는 선사시대부터 사용한 기록이 확인되는 등, 특정 국가에서 쨘~ 하고 등장한 신기술이 아니며, 동서양 막론하고 고대무기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보편적 무기이다. 이를 올림픽 경기화 시킨 것이 현대의 "양궁"인데, 이는 특정 국가의 전통활을 특정하는 경기가 아니라 보편타당한 국제 스탠다드 룰을 정한 것에 불과하다.
"양궁"은 영어로 "Archery", 즉 그냥 "궁술"이지 "Eurupean Archery"또는 "American Archery"가 아니다. 물건너 온 국제표준 경기라고 "양승마", "양축구", "양야구", "양수영", "양배구"라고 하는 일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양궁"이란 단어대신 그냥 보편타당한 "궁술"이란 용어를 썼으면 좋겠다.
한국에는 전통 "국궁"이 있으니 꼭 구분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분들께는, 거부감이 드는 "양" 수식어 대신 "올림픽 궁술"이나 "국제 궁술" 같은 수식어를 추천드린다.
다 쓰고 한참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클로드 작가님이 OCD 어쩌고 또 말씀하실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