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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7C2216편 희생자 분들을 추모하며...

새벽부터 다급하게 "카톡"이 울린다.

아니 나 시차있는 해외 있는 거 아는 사람 다 알텐데 누가 새벽부터 자꾸 날 찾지?


안녕하세요. 일요일 아침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혹시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법인별 관련사항 있는지 파악 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헉. 이게 뭐야?

본사 주무차장이 보낸 긴급 안전문자다.

엊그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말고 또 뭐가 추락했나?

무안? Muan? 중동 도시인가? 어째 많이 들어봤는데...?


인터넷을 열어보니... 아뿔싸... 중동 도시 아니고 전남 무안이다.


https://www.ytn.co.kr/_ln/0115_202412290957076569


일단, 본사에 보고부터.

본사가 새벽부터 왜 긴장하냐면, 사고기의 출발지가 방콕이었기 때문이다. 방콕은 서남아시아와 한국을 잇는 허브공항 역할을 하며, 한국행 직항이 없는 파키스탄에 살고있는 나도 거의 십중팔구 방콕 수완나품 공항을 경유해서 한국으로 가는 길을 선호한다.


어쨌든, 지사 직원들은 아무도 출장/휴가자가 없으므로 사고 관련자가 없다고 일단 본사에 보고부터 마치고, 놀랜 마음으로 급하게 뉴스를 훑어본다.


이때만 해도 그래도 공항에 불시착하다 사고 난 거니까 희생자들이 최소화될 줄 알았다. 며칠 전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사고처럼 동강 난 동체 절반에 있는 분들은 그래도 구조될 거라고 기대했었다. 야산이나 바다에 추락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하고 엔진이 정지되고 랜딩기어도 없는 동체비상착륙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활주로에 방염폼을 뿌리고 그물망 설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지상에서 마치고, 항공기와 교신해서 양쪽 다 준비가 된 상태에서 항공기가 멈출 지점에 다수의 소방차와 구급차가 대기한 상태에서 착륙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 어쩌다 일이 이 지경으로 커졌을까.


여러 뉴스를 종합해 보면,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외친 이후 활주로 정방향 선회할 겨를도 없이 활주로 역방향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한 정황으로 봐서 도저히 공중에서 선회하며 시간을 벌 상황이 아니었나 짐작할 뿐이다. 엔진이 둘 다 망가진 상태라면 활주로를 찾아 선회하는 것조차 힘들 수 있다.


하루종일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리고 마음은 한없이 착잡해지고 슬퍼진다.


이 와중에 그러게 왜 철새 도래지 인근에 무안공항을 개항했냐느니 하며 공항 개설을 비난하는 부류. 블랙요원들이 테러를 했을 수도 있다며 정치와 엮으려는 부류. 정상적인 사고수습위원회 구성도 못 하게 탄핵을 남발했다며 야권을 공격하는 부류 등 참사 소식에 숙연해야 할 시점에 이걸 음모론화 정치쟁점화 하는 몰상식한 부류도 많이 보인다. 일단 실종자 사망자 수습하고 애도부터 먼저 하는 게 순서 아닌가 제발.


오후가 되니 더 절망적이고 애통한 뉴스가 전해진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 사망... 다수의 시신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아니 그래도 활주로에 먼저 닿았잖아...... 공항이잖아..... 야산이나 들판보다는 생존자가 많아야지....... ㅠㅠ


그리고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밝혀진다.

누구누구의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 어찌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리......


아... 엔진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을 테고, 활주로에 동체착륙하기까지 얼마나 불안했을까. 폭발하는 비행기에서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죄없는 그분들은 왜 희생이 되었어야만 했을까...... 무겁고 무거운 마음이 종일 마음을 짓누른다......






다운로드 (82).jpeg


제주항공 7C2216편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이 땅에 더 이상의 참사와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곡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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