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치권의 협력과 국민의 이해 없이 정부 홀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교와 안보, 치안과 행정, 경제와 금융이 탄력있게 굴러가도, 이 모든 분야를 하나로 묶어주는 핵심축은 정치이고, 정치의 본령은 이견을 조정해 국민을 통합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그 역할을 해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정치가 그 일을 해주시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금 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특검 추진과 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치 기울어짐 없이 이루어졌다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하실지,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사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공평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법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야가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는 지금보다 한층 심한 불신과 증오가 자라날 위험이 큽니다.
저는 감히 우원식 국회의장님을 중심으로 우리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마련해주실 것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해주실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오랜 세월 대한민국 공직자로 일하면서 몸소 보고 존경하게 된 한국 정치의 힘이었습니다.
(후략)
이제 단순 총리도 아니고 내란수괴 혐의로 탄핵당한 현 대통령을 대행하는 "대통령 직무대행"에 계신 분이 정말 반헌법적 발언을 해 대는 걸 보고 심기가 매우매우매우 불편해진다.
얼핏 들어보면 문구도 차분하고 그리 천박하지 않으며 협치와 조정을 바라는 나랏님의 말씀처럼 들린다. 근데 하나하나 곱씹어보자고.
1.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여야가 이미 머리를 맞대지 않았나? 지난한 협상과 발의를 거쳐 수차 토론하고 표결에 거쳐 국회에서 헌법과 국회법에 의거해서 채택된 의안이 이번 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제청안 아녔냐고. 야당에서 여당 바이패쓰하고 혼자 들고 온 의견임??? 협상에 실패하고 여야 합의가 안 되면 결국 표결로써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에 의거해서 결정된 의안인데 뭘 또다시 머리를 맞댄대? 심지어 김건희 특검은 이번이 세 번째? 네 번째? 얼마나 많이 거부되었는지 내가 이제 세지도 못하겠다. 그걸 돌려보내면 협의가 될 거라고 생각하심? 말이 김건희 특검이지 정부인사와 여당 다수 인원이 수사범위에 들어오는 사안이란 거 지나가는 삼척동자도 다 알것다. 당연히 여당은 거부할 수밖에. 그치만 국민 다수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으며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것이 민심이라면 정부는 거기에 따라야 하는 거 아님?
And.. 헌법재판소 임명은 여당 1명, 야당 2명 추천키로 이미 합의가 된 사안이고 추천후보 인사청문회가 진행중이건만 이건 또 왜 꼽사리처럼 끼워놓은거임???? 행정부가 훈수두면 추천인사가 바뀌나???? 대체 뭐가 키워드지??? 그냥 국회에서 하는 거 다 반사모드???? 뭔 말을 하고픈건지 거 참. 결국 "나 아무것도 안 하고 뻗댈래." 아니냐고요.
2. "어떻게 하면 특검 추진과 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치 기울어짐 없이 이루어졌다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하실지,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번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의 검사지명이 여당에 권한이 없는 거 넌지시 말하는 것 같은데... 수사받을 혐의자가 스스로 특검을 지명하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나? 나는 빨간당 파란당 당원 아니지만 국민 대다수는 여기 납득할 것 같은데? 그럼 대국민 설문조사를 먼저 해봐야하나? 그럼 매사 국민투표에 부치지 뭐 하러 국회의결을 요구하나?
국회에서 의결된 의안은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서 한치 어긋남이 없이 합헌적으로 정부에 전달된 건데 대체 무슨 시비를 걸고픈 건지? "한치 기울어짐 없이"? 어, 그러니까 0.00001도 기울어지면 안 된다? 전원 만장일치 찬성 아니면 반대? 아니면 여야 50:50 완전균등??? 아니 여기가 공산당임? 여야 50%씩 팽팽해야 정상이 아니라 민심이 기울어지는대로 반영되어야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 아니냐고.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 따로하고 대통령 선거 따로하는거 아니냐고. 여당이 잘못해서 야당이 다수당 되었으면 민심도 거기 반영되어 있다고 봐야 하는거지. 여야 50:50 조금도 안 기울어져야 한다고 우길꺼면 대체 국회의원 선거는 왜 합니까아아아아아????
도대체 이미 "헌법과 법률"에 의거, 합헌적으로 전달된 의안을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없는 여야 100% 합의안을 들고 오라는 억지가 어딨나? 아니 진짜 어디서 "헌법과 법률"을 들먹이는거야 진짜..... 늬들이 안 지키고 있자나.... 지난번에 헌법에도 없는 대통령 허수아비 만들어놓고 수렴청정 하겠다고 들먹일때부터 알아봤는데, 제발 좀 "헌법과 법률" 공부부터 먼저 하세요.
3. "수사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공평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법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야가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는 지금보다 한층 심한 불신과 증오가 자라날 위험이 큽니다."
헛헛헛... 이제 기가 차서 헛웃음이.
그니까, 뭘 잘못해서 수사하려고 해도, 수사받는 쪽에서 "불공평하다"라고 주장하면 수사하면 안 된다는 거지요? 그니까 그걸 여당 인사나 대통령, 대통령 가족에게만 적용하는 말이 아니고 전 국민 다 이렇게 해 준다는 거지요? 살인범이건 도둑이건 폭행범이건 수사 이전에 수사하는 형사 검사 이름 소속 다 밝히고 수사 기간 수사 기법, 기간, 범위 등 수사방법을 사전에 서면으로 피의자 동의를 거친 다음에 수사할 거지요? 이제 일반국민 피의자도 자기가 수사받을 형사나 검사 지명할 수 있지요?
아니 특검을 왜 합니까. 기존 경찰 검사 다 있고 감사원 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다 있는 마당에 쓸데없이 옥상옥상옥상옥인 특검을 대체 왜 하냐고. 다 알잖아요. 초고위직이 찍어누르기 봐주기식 수가가 만연하니까 국민의 요구로 권력 라인 안 거치고 "특별하게" "검사"해보겠다는 거잖아요. 이번 특검의 칼끝이 대통령 가족과 그 측근들을 겨누고 있는 거 다 알고 있는데 그 특검 임명을 여당보고 하라고 하면 국민들이 참 납득을 하기도 하겠습니다, 예?
여야가 노력하지 말고, 그냥 민심을 따르세요. 그게 국회가 할 일이며 국회는 민심을 이미 반영했다고 봅니다. 국회가 민심을 거스르고 여당 야당 샤바샤바하면 그게 안 될 일입니다. 지금 심한 불신과 증오는 누가 만들었어요? 한밤중에 "계엄" 누가 외쳤으며, 그걸 누가 비호하고 있냐고요? 아니, 국민이 이 추운 겨울에,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거리로 뛰쳐나갔냐고요. "위험이 큽니다"라고 말할 자격이나 있냐고!!!!!!
4. "저는 감히 우원식 국회의장님을 중심으로 우리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마련해주실 것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해주실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내가 슬슬 지쳐가고 있음.....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 진짜 마지막으로 설명해주겠음. 받아적으세요.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의안을 만들고 → 국회 본회에 정식으로 의안을 상정해서(본회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은 생략) → 본회에서 정상적인 토론과 논의를 거치고 → 표결에 거쳐 → 개표해서 → 헌법과 법률에서 정의하는 가결, 부결 조건에 맞게 의장이 공포하고 → 부결되면 폐기하고 가결되면 행정부에 그거 실행해달라고 하면 됨.
....근데.
이미 그렇게 했잖아?
근데 왜 자꾸 억지임???? 응???? 응?????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 짓 뭘 했는데?
늬들이 했자나! "억지 계엄"!!!!!
심정은 글로 적은 거보다 훨씬 더 부글거리긴 하나,
오늘은 성스러운 크리스마스 & Quaid-e-Azam(콰이드 에 아잠) Day니까... 캄다운 캄다운 조금만 참자 참자.
크리스마스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테니 설명 패쓰.
Quaid-e-Azam(콰이드 에 아잠) Day는 파키스탄 건국의 아버지 Muhammad Ali Jinnah의 탄신일. Quaid-e-Azam은 우르두어로 "위대한 지도자"라는 뜻이다.
어쨌든 파키스탄에선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별로 안 나고 한국으로 치자면 개천절 같은 느낌이 더 강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