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의 사전적 정의
식용하는 온갖 동물의 살(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물고기"의 사전적 정의
어류의 척추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육고기"의 사전적 정의
소, 돼지, 닭 따위 짐승의 고기를 생선(生鮮)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불고기"의 사전적 정의
쇠고기 따위의 살코기를 저며 양념하여 재었다가 불에 구운 음식. 또는 그 고기.(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나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인 맞는데...
저 "물고기"라는 단어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물고기"가 살아있든 죽어있든 "물에서 난 고기"라는 의미의 저 단어는 물에서 사는 척추동물을 오로지 먹기 위한 "고기"로밖에 취급하지 않는 것 같아서이다.
내가 "물고기"의 한 부류인 "금붕어"를 꽤나 오랜 기간 길러봐서 하는 말인데, "물고기"들이 얼마나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며 생명력이 길고 긴 친구들인지 아느냔 말이다.
https://brunch.co.kr/@ragony/106
"물고기"와 꽤나 비슷해 보이는 단어인 "생선"의 의미는 사전에서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생선 :
먹기 위해 잡은 신선한 물고기(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아놔. 역시 "먹기 위한 것"을 표현하는 단어일 뿐.
"육고기"라 함은, 생명을 잃은 육상동물의 살이라는 의미로 이미 한정된 말인데, "물고기"는 살아있어도 죽어서 어시장 매대에 올려져 있어도 그냥 "물고기"이다. 살아서도 먹기 위한 고기 취급받고 죽어서는 당연히 고기 취급받는다. 반면 "육고기"는 살아생전에 "육상생물", "동물", "가축", "포유류" 등 다양한 분류체계로 의미를 나눠서 불린다.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육고기"라 부르진 않는다.
물고기를 낱말 그대로 번역하자면 Water Meat가 될 것 같은데, 이게 Fish하고 대응되는 느낌이 0.01도 없다. 어딜 봐서 생생통통 팔딱거리는 Fish하고 Water Meat이 대응되는감.
......
뭘 어쩌자고 제안하는 글은 아니다.
다만, 왜 한국어에 Fish 느낌에 딱 맞는 고유단어가 없는 건지, 그게 좀 의아할 뿐이다.
"어류(魚類)"가 비슷하지 않냐는 분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이건 고유 한국어가 아니라 한자 단어를 가져온 것에 불과하니까 인정하지 않겠다.
......
글을 가만 적다 보니 떠오르는 의문 하나.
왜 "공고기"는 따로 없는 것인가. 나름 기본이 육해공 아닌가. 참새구이도 있고 전 세계인이 즐겨 찾는 통닭도 있는데 "공고기" 분류도 따로 있어야지.
어쨌든 나는, 살아 팔딱팔딱 생기 넘치는 "물고기"를 "물고기"로 부르는 게 무척 불편한 한국인이다.
마무리 하려다가 대안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물고기 대신,
"물생물"
: 음. 이러면 물에 사는 모든 생물을 말하는 거니까 취지에 안 맞다.
"물척추동물"
: 반쯤 비슷한데, 고래류가 포함되니까 "물고기"나 "생선"을 대신해서 쓸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물에 살고 아가미로 호흡하는 척추동물"
: 대충 맞는거 같은데 누가 이리 긴 문장을 "물고기" 대신 쓸건가.
그래도 빌려온 말이라도 "어류"가 가장 비슷한 것 같긴 한데, 한자어 "어류"나 영어 "Fish"나 거기서 거기 도긴개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