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Fish & Chips는 지루하고 맛없는 음식이라고 했는가!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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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Swiss Cottage Farmers' Market 아침장 들렀다가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에 있는 고풍스러운 카페인 셀라리움 카페에서 브런치 먹고 웨스트민스터 사원 둘러본 후 자연사 박물관 구경하고 와서 바로 그 앞에 있는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및 켄싱턴 궁전(Kensington Palace) 관람 후 궁전 앞 연못 거닐고나서 런던아이 탑승 후 Giraffe 식당에서 Fish & Chips 먹고 온 이야기.
당일 17시 30분부터의 여행 기록.
천상계에 비해선 좀 못하긴 해도, 지상계의 야경도 예쁩니다.
다만 고 30분 새, 해가 저물어서 아까만큼의 환상적인 뷰가 안 나오네요. 하늘이 캄캄해져서 하늘빛이 안 예쁘고, 그래서 건물 스카이라인이 잘 안 보이고, 훨씬 어두워져서 야경사진이 여차하면 흔들려버린단 말이죠.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위키드 뮤지컬 관람입니다.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을 찾아가야 합니다.
첫날 둘째 날 빼고 사흘 연속 뮤지컬 관람이군요. 이때가 아니면 언제 뮤지컬을 보겠냐 하는 계산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돈이 없냐(없긴 하지) 시간이 없지.
왔던 대로 다시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너 Westminster 전철역으로 향합니다.
템스강 폭은 300여 미터가 채 되지 않습니다. 살살 걸어가면 멀지 않아요. 한강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 치고는 지나치게 큰 강인 거죠.
아까 안 보이던 노점들이 많이 보입니다. 소시지와 양파를 잔뜩 넣어주는 핫도그를 파네요.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에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만, 쫄쫄 굶다가 이왕 먹는 저녁, 실내에서 잘 먹기로 하고 참습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런던아이, 여전히 예쁩니다.
이제 막 다녀왔지만 또 가고 싶네요.(공짜라면요.)
오늘의 최종 여정지인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은 빅토리아 전철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Westminster역에서 노란색 라인 Circle을 타면 직선거리 약 1.5km, 전철 두 정거정만 이동하면 됩니다.
수월하게 왔으니 이제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저녁식사를 하러 가 볼까요?
원래 역사 근처에 평점이 높고 활기차보였던 푸드코트를 가 보려고 했어요. 일단 가 보고 이것저것 골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입구를 몰라 조금 헤매긴 했지만, 잘 찾아가서 문을 열었습니다.
https://maps.app.goo.gl/fizjnGuE2EVrcotA7
헉. 그런데.
너무너무너무 시끄럽습니다. 아니 무슨 푸드코트에 이렇게나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놨대. 거기다 테이블마다 빼곡하게 앉은 사람들과 심지어 개까지.
아니, 나는 좀 조용한 곳에서 힐링하며 먹고 싶다고. 여긴 아니야.
활기찬 분위기에서 예약 없이 방문해서 여러 음식 값싸게 즐기고픈 분들껜 좋은 선택지일 수 있겠지만 조용하게 쉬었다 가고픈 저 같은 여행객에겐 좀 안 맞는 곳이에요. 현장에서 계획을 바꿔서 좀 조용하면서도 먹을만한 곳이 있을까 찾아보았습니다.
여기가 빅토리아 역사 바로 앞이었거든요.
지하철과 광역 지상철이 다 지나는 곳이라 붐빌 수밖에 없는 곳이죠.
일단 늦으면 안 되니, 뮤지컬 공연 극장 위치부터 먼저 찾아보고요.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역사 바로 길 건너 초록 불빛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건물이니까요.
https://maps.app.goo.gl/QZxgjUsseYEtLPkc6
"동생아, 우리 이제 어디로 가?"
"아, 누나, 잠깐잠깐. 이거, 내 계획에 없던 일인데. 잠깐 검색 좀 해 보고."
"설마 길에서 먹는 건 아니지? 조금만 들어가서 쉬었다 가자."
"응. 그래요. 나도 피곤해. 어디 보자. 저렴한 포장 샌드위치 전문점(Pret A Manger) 있고, 비건 채식 전문 레스토랑(Mildreds Victoria) 있고, 영국 대중식당(Giraffe) 있네. 구글 별점은 다들 나쁘진 않아요."
"하루 한 끼 제대로 먹는 시간인데 그래도 갖춰서 주는 집으로 가자. Giraffe 여기 좋겠네."
"OkOk. Call."
역사 너무 가까운 곳은 너무 복작거려서 피하고 뮤지컬 극장 남쪽으로 한 블록만 걸어가니 괜찮은 식당가가 나왔어요. 오늘 즉석에서 골라잡은 식당은 Giraffe입니다. 입구 간판에 It has to be COD AND CHIPS라고 대표메뉴 강조해 놓은 것이 딱 맘에 들었어요.
https://maps.app.goo.gl/W5hTkKUjz23cXtEq8
식당 분위기 밝고 따뜻하면서도 조용하군요.
아까 푸드코트보다 훨씬 낫습니다.
주문을 해 보겠어요.
- 맥주(코로나, 330cc 병) 2병 : 6*2 = 12파운드
- 시저 샐러드 + 치킨 토핑 : 9.5 + 4 = 13.5파운드
- 피시 앤 칩스 : 16파운드
※ 서비스 차지 : 12.5%
모처럼만에 먹는 제대로 된 저녁이니까 이 정도는 먹어야겠어요.

코로나 맥주가 제일 먼저 나왔습니다.
잔 없이 저렇게 레몬을 올려주네요. 아니 이걸 어떻게 짜 먹으란 말이지? 아하. 레몬을 병에 퐁 빠뜨려 먹으면 되는 거였습니다.
빛깔도 영롱한 본 메뉴 나왔습니다.
아, 사진으로만 봐도 고소한 기름 풍미가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요게 피시 앤 칩스. 생선은 Cod, 대구입니다.
시저 샐러드에 치킨 추가요. 풀도 좀 먹어야겠고, 칼로리도 좀 있어야겠고. 반숙으로 나온 계란도 마음에 드는군요.
이제 먹어보겠습니당.
제가 안 가본 관광지 구경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먹는 게 젤 좋아요.
겉바속촉 피시 앤 칩스는 이 집 대표메뉴로 내건 간판 자존심답게 정말 맛있었습니다. 대구살은 신선했고 짜지 않고 촉촉했고요, 튀김옷은 고소한 기름에 바삭바삭했어요.
갓 튀긴 감자도 맛있었구요, 특이하게 완두콩 으깬 요리를 같이 주네요.
피시 앤 칩스가 영국 대표요리라 거기 집중하다 보니 시저 샐러드 사진이 빠졌습니다. 치킨 시저 샐러드 역시 훌륭한 맛이었으며 남긴 거 하나 없이 싹싹 긁어먹고 왔습니다.
저희가 동양인이라 시키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도 1회용 젓가락을 서비스로 줍니다. 딱히 필요성을 못 느껴서 가방에 넣어 챙겨 와서 다음에 라면 먹을 때 아주 요긴하게 잘 썼답니다.
계산서가 나왔네요.
봉사료 포함 46.68 파운드. 약 8만 4천원.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원래 이 가격 나옵니다.
이 날 식사가 더 배고팠을 때 먹어서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틀 전 Hobson's Fish & Chips 식당에서 먹었던 것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 맥주를 병 째 시켜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
https://brunch.co.kr/@ragony/501
조금 비싸게 먹은 것 같긴 하지만, 즉석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식당을 잘 골라서 아주 맛있게 잘 먹고 나왔으니 크게 불만 없습니다. 여긴 런던 중심지니까요.
이제 오늘의 마지막 일정입니다.
뮤지컬 보러 갈 거예요. 오늘 고른 작품은 "위키드"입니다.
※ 다음 이야기 :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에서 뮤지컬 위키드 공연 감상하고 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