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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21. 2022

설계 하자입니다. 고쳐주세요.

기도와 식도, 왜 이렇게 만들어 놓으셨나요?

 파키스탄은 먹거리, 그중 농산물이 싸다.

 한국만큼 큼직하진 않지만, 어쨌든 5kg짜리 수박 한 덩이가 천원도 안 한다. 한가로운 주말, 수박을 쪼개서 한가하게 소파에 누워서 먹다가 사레들렸다. 켁켁켁.


아 누가 이 따위로 설계해놨어?


 만일, 조물주가 지금 인간의 모습을 만든 게 맞다면, 찾아가서 좀 따지고 싶다. 식도와 기도를 어물쩡 대충 나눠둔 까닭에 나처럼 사레 들려 켁켁대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나. 이게 그냥 잠시 켁켁대고 넘어가면 또 괜찮겠지만, 기도로 들어간 음식을 제 때 제거할 능력(켁켁댈 기력도 없는 노약자 또는 환자들)이 없는 사람들은 흡인성 폐렴이라고 해서 폐로 넘어간 음식물이 썩으며 생기는 폐렴에 걸리기 십상이다.


두페디아에서 가져왔습니다. 기도와 식도.


 생물시간은 아니지만, 궁금하니까 잠깐 찾아보고 넘어가자.

 입만 아~ 벌리면 목구멍이 하나처럼 보이지만, 목구멍 조금만 넘어가면 사실 저렇게 기관과 식도로 구분되어 있는 게 사람이다. 평소 호흡 시에는 후두덮개가 열려서 코와 입으로의 숨구멍이 연결되지만, 음식을 섭취할 때는 후두덮개가 닫혀서 식도로 넘어가도록 유도한다. 가끔 사레가 들리는 때는 이 후두덮개가 오작동하거나, 누워서 먹는 등 잘못된 자세로 흘러 들어가는 경우이다.


 분명 학교에선 진화는 생존에 이로운 쪽으로 발달한다고 했는데, 기도와 식도도 이렇게 허술한 게 사람이다. 진화가 덜 된 건가? 창조론자처럼 사람이 진화로 발달한 게 아니라면 왜 이렇게 허술하게 설계했대? (허술한 설계는 이것 말고도 더 많다. 오징어 눈보다 못한 역망막 설계로 맹점이 생기질 않나....)


사레 방지 사람 설계도. (갤럭시노트로 대충 뚝딱. PENUP 기본 어플을 썼습니다.)


 사레가 원천적으로 안 들리게 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처음부터 기도하고 식도하고 분리하면 된다. 입으로 먹는 건 무조건 식도로, 코로 숨 쉬는 건 무조건 기도로 연결하면 아주 깔끔하다. 문제가 아주 없지는 않다. 코가 탈 나면 어떡하지? 감기 걸리면 코 막히는데? 입도 연결되지 않았으니 꼼짝없이 감기 걸리면 숨 막혀 죽겠다. 안 되겠다.


 대안을 만들어놓자. 입 천장에 연결구멍, 바이패스 통로를 만들면 된다. 물구나무 서서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면 사레 들 일도 없을게다.


 다른 문제는 없나....? 기관지염이나 후두염이 걸리면 아~ 해보세요 해서 의사가 육안 진찰하고 약도 뿌려주고 하는데 이 설계대로 하면 그건 안 되겠다. 뭐, 그래도 괜찮다. 위염이나 장염이 생겼는데 아~ 해보세요 하고 눈으로 보고 진찰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필요하면 그에 맞는 내시경이 또 생기겠지. 아, 그리고, 성대에서 발성되는 소리가 입천장 및 코로 나올테니 사람들 말 소리가 좀 갑갑해지고 코맹맹이 소리로 바뀌겠네.


 어쨌든 이제 사레들지않는 사람 설계도가 완성되었으니, 설계국에 찾아가서 변경 승인을 받고 다음 생산품부터는 변경된 설계를 적용하면 되겠다. 힘들여 설계했지만, 나는 이타적인 사람이니까 특허 신청도 독점 생산권도 요구하지 않을 거다. 그런데... 설계국 찾아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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