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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19. 2022

글쓰기의 영감 얻는 법

생활수기 작가들은 놀랍다

 이곳에서 가족 없이 혼자 살아서 그런가, 나는 일상의 소소한 생활수필 글이 재밌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일상인데, 생활수필 작가님들은 스쳐가는 삶의 짧은 찰나를 잡아내서 감동적인 글로 마무리한다.

 다 읽고 나면 참 따뜻한 글이구나 참 포근한 글이구나 싶고, 공짜 독서가 미안해서 유독 생활수필 글에는 감상 답글을 짧게라도 남기려고 하는 편이다. 내가 경험해봤듯이 작가에게는 라이킷과 구독은 큰 힘이 되니까. 대신 중독되면 삶이 서서히 망가진다. 어릴 때 다 해봤다....


https://brunch.co.kr/@ragony/24


 브런치 작가로 입문한 지 오늘로 딱 한 달 되는 날인데, 채운 글 편이 이 글 포함 마흔 편이니까 나도 나름 작문력이 왕성한 모양이다. 하루에 한 편을 더 썼네. 사실 대단한 글 쓰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주제가 일상의 소회, 생활의 기록 중심이니 크게 고민할 문장이 없는 게 그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브런치가 글쓰기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작문은 빨리 마치는 편인데 일상을 기록한 사진을 분류하고 글에 맞게 배치하는 편집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네댓 배는 더 걸리는 것 같다.


 한 달간 정말 열심히 글을 써댔더니, 슬슬 주제 거리가 떨어져 간다. 이제 내가 글을 쓰는 시간보다 브런치의 글을 읽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올 때가 적지 않다. 그리고 내 성향에 잘 맞는 작가님을 찾았을 때는 뷔페에서 입맛에 딱 맞는 요리를 찾거나 숨겨진 비상금을 찾을 때 느끼는 그런 느낌이 든다.


 전문영역의 작가님들 또한 그만한 아우라가 있다. 하지만 이 영역의 작가님들 글은 그 목적이 다르다. 정보전달 또는 교육이 목적이므로 관심이 있는 독자층이 명확하며 상대적으로 감동을 주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가나는 다작 작가님들의 작품을 보면, 어쩜 이렇게 주제를 잘 뽑아서 매끄러운 글을 썼을까 하는 부러움이 날마다 생긴다. 대체 비결이 뭘까?


 나도 아직 내 글의 성향을 스스로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비판적 사고의 성향이 강한 것 같다. 분석하고 비판하는 글을 쓸 때가 제일 편안하다. 어, 오늘은 일필휘지가 좀 되네? 싶을 때는 내가 그 주제를 놓고 며칠을 고민하거나 욕하거나 묵혀두는 주제라서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작문을 반쯤 해 둔 상태가 아니었나 싶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때, 글 주제의 방향을 "파키스탄 생활사 공유"로 잡고 신청했었고, 신청목적대로 그런대로 하나하나 작품을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일상생활사만 속기사처럼 기록하는 것은 재미가 없어서 매거진을 하나 더 발행해서, 교민 생활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상의 단상"이라는 매거진을 묶어 채워가고 있는 중인데, 이거 쓰다 보니 단상이 아니라 일상의 딴지, 일상의 비판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보니 브런치 작가가 되던 날이나 대문글에 내 글이 실리던 날도 그걸 하나하나 분석하고 있었네. 성향은 속일 수 없나 보다.


 어쨌건, 파키스탄 생활스토리는 다음 관점에서 주제를 뽑고 채워가는 중이다. 주제는 대충 다음 범주에 속한다. 얼마 되지 않는 재 파키스탄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의 눈에 비친 일상을 기록해서 글로써 한국에 중계하기.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는 파키스탄 내 경제 문화 사회 문제에 대해 한국인의 시각에서 관찰하기. 나 말고 누군가가 내 위치에 왔을 때 뭐라도 도움이 될 만한 체험기, 경험담. 때로는 한국과는 다른 문화적 경험을 수필작가처럼 일반 소회로 끝내지만, 어떤 때는 내가 궁금하긴 한데 나도 몰랐던 사실들을 몇 시간씩 자료를 찾아가며 논문 쓰듯 쓰는 일도 있다. 후자가 몇 배는 더 힘들지만 다 쓰고 나면 한 단계 스스로 레벨 업 되는 듯한 성취감이 생기는 게 글을 쓰게 만드는 동력이다. 그런데 억울한 건 시간을 훨씬 많이 들여서 작성한 논문 같은 글이 인기는 더럽게 없다. 그걸 정말 궁금해하는 사람이 아니면 재미가 없으니까.


 생활수기 작가들, 특히 주부 작가들의 글을 보면 그들의 삶의 흔적들이 보인다. 캐릭터 도시락 싸면서 겪은 일, 설거지하면서 드는 생각, 밥하는 과정과 감상, 새로 산 신발 길들이기,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밥 먹다 생긴 일, 육아하며 생기는 일 등. 내가 이 생활 작가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봄직한 그 짧은 생활의 스침에서 주제를 뽑아내서 누구나 공감하며 재밌게 풀어내는 그들의 필력이다. 글을 애써 읽을 필요도 없이 한 문장만 읽어도 다음 문장이 그냥 읽히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쓸 때, 상사가 보고서를 읽게 하지 말고 보게 하라고 하는데 이분들은 이런 쪽에 완전 탁월한 능력가가 아닌가 싶다.


 브런치 작가로 입문하면서부터 생활 습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유튜브 게임방송을 완전히 끊었고, 틈만 나면 글을 쓰고 있거나 무슨 글을 쓸지 고민을 하거나 이도 저도 머리가 무거우면 다른 작가들이 쓴 글을 틈틈이 본다. 유튜브 게임방송은 끊고 싶어 끊은 게 아니라 브런치 하느라 그냥 그거 볼 시간이 없는 것뿐이다. 나는 여전히 게임은 좋아하는 순진한 중년이다.


 브런치는 작가 인증 시스템이라는 울타리 덕분에 (완벽히는 아니지만) 질 낮은 인간들이 별로 없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피드를 하나하나 읽어도 재밌고 가끔 브런치 나우에 가서 아무 글이나 읽어도 나의 선생님 역할을 해주는 주옥같은 글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저런 글들에 감탄하며 반응하다 보면 그래 나도 이런 거 써봐야지 하며 글쓰기의 영감이 확 떠오를 때가 생긴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초등학교 작문 수업을 끝으로 나 역시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냥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읽는 것이 느리지만 확실한 작문 수업이 아닐까 한다. 우연하게 입문한 브런치. 재밌으니까 당분간 더 열심히 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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