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못 가본 곳들도 많음
2024년 11월 16일 토요일.
https://brunch.co.kr/@ragony/549
파리 여행 사흘차. 총 여정 8일 차.
파리 근교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 찾아가서 궁전 내부 탐방한 후 정원 한 복판에 있는 대운하(Grand Canal)에서 사진 찍고 노닐다 베르사유 큰 별궁 그랑 트리아농(Le Grand Trianon) 및 작은 별궁인 쁘띠 트리아농(Petit Trianon) 관람 후, 곤봉을 들고 있는 미지의 6지 생물 조각이 있는 '사랑의 신전'을 잠시 보고 '왕비의 촌락'에 가서 경치 즐기고 온 다음에 '왕실마차 박물관' 관람한 다음부터의 이야기.
당일 16시 20분부터의 이야기.
왕실 마차 박물관에서 왕족이 사용했다는 장의마차를 가만가만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나무로 조각된 저 마차 자체도 어느 나무의 시체인 거잖아요.
다른 생물의 시체를 조각해서 아름답게 꾸며서 다시 시체를 옮기는 용도라니. '시체를 옮기는 시체'라는 생각이 드니 어째 영 생각 자체가 그로테스크해집니다. 예쁜 마차 감상할 때는 그런 기분이 안 들던데 이 마차는 유독 장의 용도로 디자인된 마차라서 그래요.
암튼요. 왕실 마차 박물관 구경까지 알차게 잘 마쳤습니다.
이젠 뭐 할까나. 해도 거의 떨어져 가고 하루죙일 너무 많이 걸었고 당도 떨어지고 목도 마르고.
뭘 좀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이러다 축축 처져서 땅과 혼연일체 신토불이 되겠어요...
근데요.
그건 그거고요.
언제나처럼, 여행기를 쓰다가 다시 알게 된 사항인데... 안 가보고 온 곳이 너무 많다는 걸 지금 와서 깨달았습니다.
안 버리고 가져온 베르사유 맵.
다시 펼쳐보니,
뒤늦게 공부해 봅니다.
이미 베르사유 다녀와서 이제 지도가 눈에 좀 익기 시작했어요.
아, 여기가 거기지 저기가 거기지 하면서요.
그리고, 안 가본 중요한 곳이 너무 많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당시엔 몰라서 못 가봤지만, 혹여 시간 되시는 분들께는 아래 장소도 가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https://maps.app.goo.gl/7YkpUi8V3TH2w8P66
지금은 더 이상 현역 테니스 코트장 아니고요, 기념 박물관으로 운영됩니다. 입장료는 무료네요.
뭐 하는 곳인지 살짝 알아봅시다.
테니스 코트의 서약( - 誓約, 프랑스어: Serment du Jeu de paume, 영어: Tennis Court Oath, 1789년 6월 20일)은 1789년에 열린 삼부회에서 표결방식에 불만을 품은 평민대표들이 별도로 '국민의회'를 결성하자, 이에 분노한 루이 16세가 회의장 폐쇄로 맞섰고, 평민대표들은 테니스 코트로 이동한 후 헌법제정을 목적으로 '국민의회' 해산 거부를 서약한 사건을 말한다.
국왕은 무력으로 국민의회를 강제해산하려 하였고 국민의회를 보호하기 위해 파리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여 무장을 하며 대항하였다. 이로써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였는데, 결국 테니스 코트의 서약이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 위키백과 : 테니스 코트의 서약, 부분발췌
그러니까 프랑스 헌법이 있기도 전에 당시 대통령(=국왕=루이 16세)이 '의회해산권'을 발동해 버렸고, '의회'는 이에 맞서 '해산거부권'을 발동한 역사의 현장이 바로 요기입니다. 그 이후 국왕은 의회를 무력으로 강제해산하려 들었으니 현대로 치자면 '계엄령'을 내려 군대를 동원해서 '의회'를 쓸어버리려 하였으나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서 프랑스 혁명이 되었다...는 소린데 아, 왜, 친숙하죠? ㅠㅠ 이러면 안 되는데? ㅠㅠ 분명 남의 얘긴데 왜 자꾸 우리 얘기 같냐고요....ㅠㅠ
암튼 한국식 감성을 좀 더 더하자면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선언서가 처음 발표된 태화관 격이라고 보시면 되겠어요.
베르사유 궁전 정문에서 매우 가까워요.
유럽 어느 도시든 일단 도시 제1관광지는 대성당인데요, 베르사유 시는 워낙에 베르사유 궁전이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보니 성당이 묻혀버렸습니다.
루이 9세(=성 루이. Saint-Louis)의 유해가 모셔진 곳이며 감실이라 불리는 공간의 부조 장식과 스테인드 글래스가 특히 화려한 곳입니다. RER C 베르사유 기차역에서 약 400여 m 거리에 있어요.
https://maps.app.goo.gl/3GFc5RqZQ3LtZcsV7
https://ko.wikipedia.org/wiki/%EB%B2%A0%EB%A5%B4%EC%82%AC%EC%9C%A0_%EB%8C%80%EC%84%B1%EB%8B%B9
역시 있는 거 자체를 인지를 못 해서 못 가본 ㅠㅠ 안타까운 관광지.
왕실마차 박물관처럼 토/일 오후에만 개방을 하네요. 왕실마차 박물관에서 큰길 건너 궁전 대칭 방향에 있는 갤러리입니다.
마차 박물관 가셨다가 세트로 가시면 딱 좋겠습니다.
https://maps.app.goo.gl/VzqjktWLMvzxoPEx5
https://maps.app.goo.gl/aee9CRop1AXShzg77
Hoche 광장은 베르사유의 역사적인 장소이며 원래 Dauphine 광장으로 명명되었으나 광장 중앙에 앙리 르메르가 조각한 라자레 호슈 장군(Général Lazare Hoche)의 동상을 설치한 후로 호슈 광장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광장은 주민들에게 쾌적한 그늘을 제공하는 거대한 밤나무로도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Hoche 이 분이 뉘신고 찾아보니... 1768년 생으로 무려 26세에 사령관으로 초고속 승진하여 여러 전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다 1797년에 만 29세의 나이로 전쟁터에서 병사한 전쟁의 달인으로 추앙받는 프랑스 장군이군요.
https://maps.app.goo.gl/i3foiFi8uoDgRTuR8
파리의 유명한 노트르담 성당 아니고요, 베르사유 노트르담이라는 거 강조. 같은 거 아님.
1630년경 지어진 아름다운 예배당이나, 역시 베르사유 궁전에 묻혀서 일반 관광객에겐 있는지 없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은 오래된 종교유산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Church_of_Notre-Dame,_Versailles
베르사유에 위치한 시립 박물관으로, 마을의 역사를 알려줍니다. 박물관에는 35개의 방이 있으며, 일부 방에는 시대 장식이 있습니다. 이 방에는 가구, 도자기, 오브제 등 마을의 역사에 관한 컬렉션뿐만 아니라 마을의 역사적인 계획과 장 앙투안 후동의 예술가들이 그린 그림, 조각품 및 기타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 티켓으론 못 들어가고 별도의 티켓팅이 필요합니다.
https://maps.app.goo.gl/bMQA3QBiK6R4HPdK6
https://en.wikipedia.org/wiki/Mus%C3%A9e_Lambinet
https://maps.app.goo.gl/cMLisFdLUFbvTi5r5
앤틱 감성의 고가구, 귀금속 등을 파는 곳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베르사유 궁전 감성 충전하셔서 비슷한 디자인들 사 모으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은 곳이군요.
역시 가보진 않았습니다. 눈으로만 담아왔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https://maps.app.goo.gl/aVS5zhAbDXzxNTtS7
없는 거 빼곤 다 파는, 전통시장입니다.
여긴 가 봤어요. 작정하고 간 게 아니라 우연히 지나치다 들러서 더 좋았어요.
다다음 번 포스팅에서 자세히 꺼내보겠습니당.
https://maps.app.goo.gl/fe74vFjk4waqr9Mb6
여기가 왜 스위스 명칭이 붙어있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베르사유 근위대가 스위스 파병 용병이었는데 그들이 발굴해서 그렇다네요. 중세시절 스위스 용병들은 유럽 여러나라 파병 가서 스위스를 먹여 살렸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고용주를 배신하지 않고 물러섬이 없는 용맹함으로 유명했대요. "내가 배신하면, 우리 자식들 일자리가 영영 없어진다"는 절절한 철학이 그 바탕에 있었다고 하죠.
암튼 여기는 베르사유 궁전 바로 남쪽에 있는 상당한 규모의 호수입니다. 왕의 주방 정원(King's Kitchen Garden) 배수를 위해 사용된 호수라고 합니다.
https://maps.app.goo.gl/gWCtQHz1spFWfuLdA
왕의 정원 역시 궁전 바로 남쪽에 이 호수와 붙어있는 거대한 정원입니다.
이름에 '정원'이 붙어있지만 또 'Kitchen'이 있는 이유는 이게 정원인지 농장인지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식탁에 공급할 각종 야채들이 정원 형식으로 재배되는 곳이래요. 지도를 보니 베르사유 본궁 전체 면적보다 넓어 보이네요.
시간과 체력이 한정적인 여행객들에게 썩 인기 있는 장소는 아닙니다만 베르사유에 체류할 시간이 많은 분들에겐 또 안 가보면 서운한 관광지 되겠습니다. 왕의 정원 풍광도 예쁘지만, 특히 이 스위스 호수에는 백조들이 살고 있어 여유 있는 풍광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헉헉...
원래 이번 편은 점심 겸 저녁 먹은 얘기를 하려고 했었는데 관광 가이드 지도 펼쳐놓다 말고 옆길로 새어 버렸습니다.
베르사유엔 베르사유 궁전 말고도 가 볼 곳이 너무나 많군요.
그래서 파리 관광을 해보신 분들은 다음번 관광 때 아예 베르사유에 숙박장소를 잡고 이 소도시를 샅샅이 구경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해요. 요 궁전하고 주변만 돌아봐도 족히 사나흘은 걸릴 것 같단 말이죠.
암튼 저는 다 가보진 않았지만, 소개는 해 드렸으니 반쯤 가 본 걸로 치겠습니다. 이러다 관광 가이드 되겠네...
※ 다음 이야기 : 먹는 게 남는 거지. 베르사유에서 먹는 늦은 점심 겸 저녁식사(이번엔 진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