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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에서 먹는 늦은 점심 겸 저녁식사

먹는 게 남는 거임

2024년 11월 16일 토요일.


https://brunch.co.kr/@ragony/550


파리 여행 사흘차. 총 여정 8일 차.

파리 근교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 찾아가서 궁전 내부 탐방한 후 정원 한 복판에 있는 대운하(Grand Canal)에서 사진 찍고 노닐다 베르사유 큰 별궁 그랑 트리아농(Le Grand Trianon) 및 작은 별궁인 쁘띠 트리아농(Petit Trianon) 관람 후, 곤봉을 들고 있는 미지의 6지 생물 조각이 있는 '사랑의 신전'을 잠시 보고 '왕비의 촌락'에 가서 경치 즐기고 온 다음에 '왕실마차 박물관' 관람 마치고 'Sushi Royal'이란 일식집에서 점심 겸 저녁 먹고 온 이야기.


당일 16시 35분부터의 이야기.






아침에 기차간에서 뷰글 3D 꼬깔콘 먹고, 낮에 베르사유 궁전 정원의 노점에서 핫초코에 와플 하나 먹은 게 오늘 먹은 전부입니다. 걷기는 또 얼마나 걸었다구요.

살살 힘들고 지치는군요. 이제 드디어! 밥다운 밥을 좀 먹으러 갑니다.


미리 지도를 펼쳐보고 찜해놓은 집이 있습니다.

깔끔한 분위기의 궁전 나오는 두 번째 사거리에 있는 찾기 좋고 그리 비싸 보이지 않은 푸드코트. Sept Lieux라는 집.


https://maps.app.goo.gl/svaEWqupLtVFUMH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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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깔끔하고 밝고 좋네요.

그... 그런데, 왜 사람들이 거의 없죠?


그리고, 식사류를 판매하는 입점업체가 모두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간단한 음료 파는 집 한 군데만 문을 열었네요.


다시 꼼꼼히 살펴보니 '토요일 영업시간 : 10:00~14:00' 이미 영업 끝. ㅡㅡ...


유럽은요, 주말에 장사 안 하는 가게가 많습니다. 한국인 마인드로 요식업 경영이라면 당연히 주말에 더 장사하고 주중에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여긴 가게 주인, 셰프가 왕인 사회라서요. 주말 휴식모드가 디폴트입니다.


일단 다른 델 골라보기로 해요.


대충 즉석에서 다시 골라 결정한 스시 로얄-Suhi Royal.

버거킹, 맥도널드도 보이고 분위기 좋은 정통 프랑스 식당도 있었지만 햄버거는 원래 누이랑 저 둘 다 별로 안 좋아하고 정통 프랑스 식당은 일단 가격이 후덜덜. 목도 마르고 날씨도 싸늘해지는데 뜨듯한 국물요리 뭐 좀 없나 찾다가 라면이나 먹자면서 결정.


https://maps.app.goo.gl/buf1MCzjtDb93gv7A


식당 찾아가는 골목길은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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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찾았습니다. 점심도 저녁도 아니고 시간이 애매해서 또 브레이크 타임 아닐까 살짝 걱정했는데 잘 반겨줍니다.


일식집이라 일본인이 있겠지 싶어 "이랏샤이마세~" 인사말을 기대하며 "곤니찌와~"를 연습해서 입장했건만 그런 거 없습니다. 분명 동양인인데? "혹시 한국인...?" 역시 반응이 없습니다. 웨이터 청년과는 더 이상 대화시도 실패.


홀 분위기는 아래처럼 일본풍이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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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를 주문해 봅니다.

일단, 뜨끈한 라멘 한 그릇 먹으러 왔으니 그거 하나 시키고요.

'RA1 : Ramen aux crevettes et légumes' 새우야채라멘 되겠어요. 클래식 라멘보다 2유로 더 비쌌지만, 그 정도 가치는 있을 거라 믿고 일단 주문.

그리고 여행객에겐 야채가 중요해서 보일 때 일단 먹어두기로 합니다. L6 야채수프도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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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집 메뉴판 폭풍칭찬 해드리고 싶어요.

토박이 대상 장사하는 거 아닌 다음에야 음식점의 메뉴판은 이래야 한다구요 제발.

모든 메뉴가 기본 프랑스어로만 적혀있긴 하지만 뭔지 대충 다 알겠습니다.

(영어 한 줄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만. 그럼 100점.)


왜냐하면. 메뉴에 사진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어려운 프랑스어 발음으로 주문하지 않아도 음식 코드가 다 있어요. 알파벳과 숫자로만 주문가능! 이래놔야 주문하는 사람도 편하고, 주문받는 사람도 편할텐데. 유독 프랑스 정통 음식점엔 이탤릭체 프랑스어로만 된 메뉴판을 고수하는 집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갑갑하면 늬들이 공부해서 시켜라... 하는 문화적 우월함이 있는 걸까요.


프랑스 도심 식당과 1:1 비교하는 게 의미 없긴 하지만, 확실히 도심지보다 물가가 저렴합니다.

새우야채라멘 11.9유로, 야채수프 + 공깃밥 13.2유로.

이만하면 착한 가격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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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은 돼지육수맛 진한 그런 라멘 아니고 일본식 미소된장국에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큼지막한 새우 왕창왕창 넣어줘서 좋았습니다. 이러면 2유로 더 투자한 게 아깝지 않아요.


야채수프도 요로코롬 수프와 밥 미소된장국 같이 제공해 주네요. 일식집이라 정말 새 모이만큼 주면 어쩌나 살콤 걱정했지만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양입니다. 일식이란 느낌보단 그냥 깔끔한 가정식 먹는 느낌이었어요. 김치만 줬더라면 그냥 한식일 거 같은 맛. 염도도 딱 맞네요. 다수의 유럽요리가 한국인 입맛엔 짠 요리가 많은데 일식 요리는 익숙한 맛입니다. 짜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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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서 나왔습니다. 메뉴판 하단에 깨알같은 글씨로 '팁 18%가 가산됩니다' 등을 쓰는 속임수도 없었습니다. 딱 정직하게 메뉴판 가격 그대로 25.1유로, 한화 약 3만 8천원. 한국 물가 생각하면 여전히 비싼 가격이지만 파리 시내 물가 생각하면 착한 가격 맞습니다.


큰 기대 없이 즉석에서 방문했던 식당이었지만 기대 이상 잘 먹고 왔습니다.

먹고 나오니 해가 꼴깍 져 버렸네요. 깜깜해졌습니다.

11월 파리 일대엔 17시 전후해서 해가 일찍 집니다.



먹고 나니 좀 쌀쌀해도 살 것 같네요.

이제 시장 구경하러 가 볼 거예요.






※ 다음 이야기 : 베르사유 전통시장 구경하고 온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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