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중세시대 모터쇼 행사장인 셈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548
2024년 11월 16일 토요일.
파리 여행 사흘차. 총 여정 8일 차.
파리 근교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 찾아가서 궁전 내부 탐방한 후 정원 한 복판에 있는 대운하(Grand Canal)에서 사진 찍고 노닐다 베르사유 큰 별궁 그랑 트리아농(Le Grand Trianon) 및 작은 별궁인 쁘띠 트리아농(Petit Trianon) 관람 후, 곤봉을 들고 있는 미지의 6지 생물 조각이 있는 '사랑의 신전'을 잠시 보고 '왕비의 촌락'에 가서 경치 즐기고 온 다음에 '왕실마차 박물관' 가서 관람하고 온 이야기.
15시 10분부터의 이야기.
'왕비의 촌락'도 이제 대충 다 봤으니 다시 본궁으로 돌아갑니다.
베르사유 궁전 마지막 관람 포인트, 왕실 마차 박물관(Gallery of Coaches)엘 가 보려구요.
베르사유 궁전터 내부는 엄청나게 넓습니다. 가로 세로 대충 3.7 * 2.7km 쯤 되는 구역이거든요. 여길 돌아보는 수단은 무료인데다 건강에 좋은 기본적인 걷기부터 일반 자전거, 전기 자전거, 전기카트, 꼬마열차 등 다양하게 있습니다만... 걷기 빼곤 죄다 비쌉니다. 올 때도 걸어왔으니 갈 때도 당연히 살살 걸어갑니다.
걷기 옵션의 최대 장점은 천천히 보고 궁전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거죠.
단점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다리가 (많이) 아픕니다. ㅠㅠ
암튼 제가 대신 걸어드릴테니 여러분들은 걸었다 치고 궁전터의 고즈넉한 향취를 같이 느껴보시죠.
아래사진, 꼬마열차가 지나갑니다. 저걸 타면 확실히 좀 덜 걸을 수는 있어요.
2024년 말 기준 성인 9유로였습니다. Hop On Hop Off 방식. 정거장에서 아무 때나 타고 내려도 추가금이 없는 종일권 옵션이네요. 단, 정거장 말고 중간에는 안전상 내려주지 않습니다.
오후가 되니 대운하에 뱃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좀 있네요.
이제 본궁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줄지어 서 있는 병정 같은 느낌의 재단된 나무들. 참 예쁘긴 하지만, 저는 그래도 억지로 모양내지 않은 나무들이 더 예뻐 보여요. 이건 자연은 자연이긴 한데 너무 인공미가... 마치 나무들을 틀에다 넣어서 팍팍 찍어낸 것 같잖아요.
요렇게 걷고 걸어서 드디어 베르사유 궁전을 빠져나왔습니다.
잠깐잠깐. 아까 왕실마차 박물관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가고 있습니다. 왕실마차 박물관은 베르사유 궁전 바깥에 있어요.
주차장 지나서 완전히 길 건너 맞은편이요.
왕실마차 박물관은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 합니다.
딱 토요일/일요일 12:30~17:30 시각에만 개방하거든요. 베르사유 궁전 관람티켓이 있으면 그걸로 들어갈 수 있어요. 무슨 이유에선지 월~금요일엔 개방하지 않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은 마침 딱 토요일이어서 운 좋게 왕실마차 박물관까지 알차게 볼 수 있었습니다.
https://maps.app.goo.gl/1XCnXMYkpQpcaX159
'왕실마차 박물관(Gallery of Coarches)'에 도착했습니다.
건물 외관 분위기는 베르사유 본궁전하고 비슷하네요.
건물 분위기 고즈넉하고오~
자자 입장입장. 다행히 대기열 없이 즉시입장 가능했습니다.
와아~ 느낌이 딱! 모터쇼에 와 있는 것 같아요! ^o^
(단, 모터걸들이 없.....)
눈썰매도 있어요. 역시 럭셔리셔리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마이바흐·벤틀리·롤스로이스 급쯤 되려나요.
아래는 샤를 10세의 마차입니다. 1825년 대관식에 사용되었대요.
움직이는 예술작품이군요. 차대차 사고라도 나게 되면 대물보상비 한도초과할 것 같습니다.
마차 본체뿐만 아니라, 마장구나 말장식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잘 전시되어 있고요, 실제 마차에서 보는 외부 풍경이 어땠을지 재현해 주는 VR기기도 있었습니다.
고무타이어와 에어 서스펜션도 없던 시절, 엉덩이가 아파서 어떻게 나무바퀴 마차를 탔을까 싶은데 고급 마차에는 서스펜션 스프링 설계가 잘 되어있어 생각보다 승차감이 안락했다고 설명해주는군요. 와아... 샤를 10세가 탔던 대형 마차는 무게가 무려 4ton이 넘습니다. 제가 요즘 타고 다니는 방탄차보다도 더 무거웠네요. 말들이 고생깨나 했겠어요.
그러니까 이건 8기통 엔진쯤 되는 셈....
아래 블랙톤의 진중한 이미지의 마차는 이미지가 많이 무겁네 생각했는데 장의마차입니다. 장례식을 위해 사용된 특별한 마차래요. 1809년 몬테벨로 공작에게 처음 사용되었고 1824년 루이 18세 장례식에도 사용되었다는 설명이 있네요.
그러니까 현대로 치면 높은 분들의 운구차였던 거네요. 어째 분위기가 많이 어둡다 싶었습니다.
왕실마차 박물관은 기대보다 재밌었습니다.
원래 남자들 바퀴 달린 거 다 좋아하잖아요(그렇다고 바퀴벌레 좋아한단 말은 아님).
어두운 공간에 낡은 마차 몇 진열해 놨겠거니 생각하고 갔었는데 보시다시피 화려화려 너무 화려.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만 해도 끝판왕 부의 상징인데 움직이는 조각상을 타고다녔쓰...
암튼요. 이 베르사유 궁전을 다 둘러보고 느낀 점은요,
입니다. 상류층 왕족과 귀족들만 저렇게 화려하게 잘 살고 민초들은 그걸 바라보며 박탈감 느끼고. 그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폭발하는 거죠.
저는 현대 자본주의의 임계점도 그리 오래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특정 사업가나 배우, 운동선수의 연 수입이 수천억이 넘는다는 건 상식적이고 보편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부자가 더 부자가 되고 부자의 자녀들이 손하나 까딱 안 하고 엄청난 자산을 또 상속받아가는 것 역시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머리칸 꼬리칸이 어느 정도껏 차이 나야지 돈이 또 돈을 만들면서 가면 갈수록 점점점 더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 자본주의 시스템은 어떻게든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퍼리치의 부가 더 집중되고, 빈곤층이 더더 늘어날수록 이 양극화의 버블은 더더 커질 거고 언젠가는 파앙~하고 터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단 말이죠. 마치 절대왕정 이후의 프랑스처럼.
그건 그거고 저도 제가 수퍼리치라면 좋겠습니다.
그럼 베르사유 궁전에 와서도 자전거 빌려 탈거예요. 그냥 자전거 말고 '전기자전거'로요.
※ 다음 이야기 : 먹는 게 남는 거지. 베르사유에서 먹는 늦은 점심 겸 저녁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