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두 번째 가해 자동차 사고

안전거리 조심하자

본좌 운전경력도 어언 20여 년 이상.

베스트 드라이버라곤 못 하지만 나름 연식 쌓인 베테랑.

그런데 그게 문제다.

이제 운전 좀 해봤다고 방심하다가 사고 났다. 흑.






아들이 방학에 어영부영 놀기 싫다며 기숙학원을 보내달랜다.

아니 그게 놀면 학원에 가서도 노는 거지 공부하는데 돈을 왜 쓰냐는 나와, 아들이 기특하게 공부하겠다는데 그 돈을 아끼냐며 핀잔주는 마누라님.

나는 정말 공부한다고 유료 독서실 한 번 가 본 적 없는 사람이래두. 집에 책상 하나 있음 된 거지 왜 돈을 주고 유료 독서실에 가는 건지 이해불가. 정 공간이 주는 힘을 받고 싶다면 공공도서관 열람실에 가든가, 아파트 작은 도서관 열람실엘 가든가.

어쨌건 오랜 과거에 바이오 ATM으로 전락해 버린 내가 의견을 낸다고 통할 것도 아니고 핀잔만 잔뜩 먹고 원안 가결. 방학 중 기숙학원 보내는 걸로.


문제는.

우리 가족이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

아들 기숙학원에 보낼 때는 집결버스 서비스가 있어 대중교통 태워 보냈는데, 요 녀석 한 2주 정도 자유 없는 스파르타식 학원생활을 하더니 더는 못 하겠단다. 데리러 오랜다.


아들이 못 하겠다면 구출하러 가야지.


회사 휴가를 하루 내고, 서울 변두리에 있는 기숙학원에서 아들 빼내러 출발했다.

마침 그날따라 강추위에, 블랙아이스 경고 뉴스가 뜨던 날. 무언가 출발부터 좀 찜찜하긴 했어...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620615?cds=news_edit


서울 가까이 다가가니 차들이 많이 막힌다. 슬슬 지겹다.

그러다 정체가 갑자기 해소되어 쌩쌩 달리길래 나도 최고속으로 쌩쌩 달리는데...


앞차가 갑자기 급제동을 한다.


어.

어어어.


아니, 이건 감속이 아닌데? 급정거인데? 고속도로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브레이크 페달이 부러져라 급브레이크.

이후 ABS(안티 록 브레이킹 시스템. 미끄럼길에서 바퀴 잠김 방지 자동 메커니즘) 작동하는 소리.


드드드드드드득~~


그리고


콰~앙~~~~~~~~~~~~~~


아씨........... 박았네.........



그런데, 여긴 고속도로.

뒤에서 큰 차가 박기라도 하면 여차하면 죽을 수도 있다.

2차 충격을 대비해서 온몸에 힘을 주고 머리는 헤드레스트에 딱 붙이고 1~2분 있어도 뒤에서 콰광~ 소리가 안 들린다.


다행히도(또는 불행히도-차대차 배상 관점에서) 뒤차는 용케 잘 정차해서 안 박았다.

고속도로 블랙아이스 급제동 상황에서도 천만 다행히 나만 앞차에 충돌하는 수준에서 사고는 일단락.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앞차 운전자가 먼저 내린다.

나도 살았으니, 일단 내려서 수습부터.


"선생님, 괜찮으세요? ......아니 그렇게 갑자기 급제동을 하시면....

.........아닙니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신가요? 선생님도 급제동하고 싶어 하신 건 아닐 테고 어쨌든 안전거리 부족으로 결국 못 피한 제 책임임을 인정하고요. 일단 갓길로 차는 빼시죠."


사진 찍고. 혹시 몰라 동영상 또 찍고.

차가 깨지긴 했지만 앞차도 내차도 차는 잘 굴러가길래 갓길까진 무리 없이 이동 완료.



정신을 차리고 트렁크 열고, 비상깜빡이 넣고, 저 멀리 삼각대도 펼치고 배운대로 할 거는 다 함.


이후 보험사 신고하고... 연락처 주고받고...

피해차주도 그리 흥분하지 않고 연락처와 보험접수번호 받은 후 차 뒤 범퍼가 깨진 채 자기 길을 떠났다.


앞차보다 내 차가 훨씬 심하게 깨졌는데, 나름 육안 점검을 해 보니 범퍼가 아작 나고 후드 패널이 들고일어났지만 천만 다행히 후드 잠금장치는 잘 고정 유지되어 주행 중 뒤집어질 일 없어 보였고, 라디에이터 패널이 살짝 접혔지만 물도 안 새고. 살살 잘 달래서 타면 굴러가긴 할 듯?


잠깐잠깐. 그런데 여기서 차가 안 굴러가면 어쩐다?

여긴 집하고 너무 먼데? 나 오늘 어디서 자? 아들은 누가 데꼬와? 아들 짐은 또 어쩌고? 차는 어디서 고쳐? 집에까진 뭐 타고 가? 아 안 돼 안 돼 ㅠㅠ.


내 차를 구난해 준다며 부르지도 않은 레커가 다섯 대나 왔지만 일단 내가 완강히 거부해서 견인 실패하고 다 돌려보냄. 레카를 불러도 내 보험사에서 불러야지 이런 사설 레커를 임의로 썼다간 나중에 비용이... 대체 경찰도 119도 안 오는 사고현장에 레커는 어쩜 이리도 빨리도 오는 걸까.


암튼 갓길에서 살살 굴려보니 응? 의외로 말짱히 잘 굴러감을 확인.

다행이다. 과속 안 하고 살살 달래서 몰면 집까지 갈 수는 있겠네.


사고는 쳤지만 일단 아무한테도 말 안 하는 걸로. 집에 전화해 본 들 놀래기만 할 거고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일단 차는 굴러가니 아들 데리러 가야겠고. 보험 접수했으니 뒷일은 보험사가 알아서 해 줄거야.


그래서 반쯤 깨진 그 차를 5시간이나 더 몰아서 아들 잘 픽업하고 짐 잘 싣고 무사.. 유사..히 집까진 옴.

살긴 살았다. 인샬라. 하아.............






다음날.


"여보님. 나 할 말이 있어요."

"뭔데?"

"나 어제 사고났어. 차가 좀 깨졌어."

"어? 잘됐네 그럼. 이 참에 차 바꾸자."

"......그게 끝? 나 괜찮냐고 먼저 물어보는 게 순서 아님?"

"괜찮구만 뭘."


서울서 요기까지 잘 몰고 왔대두. 고치면 또 탈만할 거야. 보험사에서 추천해 준 공업사에 가서 가견적을 받아봤는데...


"고객님, 범퍼, 후드 패널만 갈아선 안 되고요, 라디에이터 패널에 오른쪽 전조등에 프런트 채널까지 싹 다 갈아야 해요. 생각보다 부품값도 인건비도 좀 나오겠는데요?"

"그럼 대강 얼마나....?"

"250만원 정도는 나올 것 같아요. 갈다 보면 더 나올 수도 있고."

"허억... 이 차 잔가가 그거밖에 안 될 텐데. 잠깐 생각 좀 해 보고 올게요."




"여보님. 수리비가 차 중고가격만큼 나왔어."

"거 봐. 바꾸재니깐."

"암만 생각해도 아까운데 내가 생각해도 저 가격주고 고쳐서 또 타는 건 아닌 것 같다. 우리 차 바꾸라고 사고가 났나 싶기도 하고."

"그래그래. 그런 걸 거야. 자동차 대리점에 가 보자. 생각 바뀌기 전에."


그래서 오늘 작가는 마누라님 손에 이끌려 자동차 대리점엘 가게 되는데............

(차 고르는 얘기는 다음에...............다음에.........)






1. 사고의 핵심 원인은 무엇인가?

- 약속시간까지 아들 데리러 가야한다는 오늘 작가의 조급함이 부른 과속과 앞차 안전거리 미확보

- 거기에 도로에 얇게 낀 살얼음(블랙아이스)으로 인한 제동거리 길어짐


2. 오늘 작가는 괜찮나?

- 안 괜찮음. 여전히 마음이 아픔. ㅠㅠ

- 다행히 몸은 사고 전이나 후나 별 차이 없는 걸로 추정(병원도 안 가봄...)


3. 피해자는 괜찮나?

- 며칠 전에 대인 대물 보상합의 잘 봤다고 보험사에서 연락 옴. 흑... 대인사고 추가되어서 내년부터 오늘 작가 보험료 인상각.


4. 생애 두 번째 가해사고라면서 첫 번째는?

- 주차장에서 차 빼다가 뒤에 이중주차된 에쿠스를 못 보고 휀더 추돌. 차 수리비는 얼마 안 물어줬는데, 수리기간 동안 렌트비가 훨씬 더 많이 나왔던 기억. ㅠㅠ


5. 앞차는 갑자기 고속도로에서 왜 정차했나?

- 차간 간격이 아코디언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며 유령정체가 생긴 것으로 추정. 아니 근데, 암만 그렇다고 그렇게 급정거할 상황이 올 거라곤 정말 예상 못했음...ㅠㅠ


6. 이번 사고의 교훈은?

- 고속도로에서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자. 앞 차, 언제 갑자기 정차할지 모른다. 진짜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