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시대. 세계가 이상하다.

어디서 읽었나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인류 역사상 지난 50여 년이 무척이나 이상하고 신기한 시대였다는 분석을 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공멸을 피할 수 없는 핵무기로 소련과 미국이라는 초강대국 두 나라가 으르렁댄 덕에 거기 비할 바 못 되는 나머지 소국들은 전쟁을 할 수가 없던 이상한 시대였다는 것.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세계적으로 전쟁이 없었던 시절이 없었다는 게 글쓴이의 분석이었다.


그런데, 그 행운도 여기까지인가.

미국 외 나머지 한 축인 소련이 무너지면서 힘의 균형이 깨지고, 미국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초강대국으로서의 힘이 살살 빠지면서(첨언하자면 국가 부채는 점점 늘어나고, 미국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GDP가 그 시절에 비해 반 이상 줄었다고...) 더 이상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기 한계에 다다랐다.


'슈퍼맨'처럼 전 세계 분쟁이 있을라치면 압도적인 힘으로 분쟁을 눌러오던 미국이 달라졌다.

세계경찰, 슈퍼맨 같지가 않고 그냥 동네 깡패처럼 변해버렸다.


"맞고 줄래? 그냥 줄래? 좋은 말 할 때 내놔라.... 응?"


이러는 거 같단 말이다.


미국이 더 이상 경찰 노릇을 안 하니까 세계 각지의 작은 어깨들도 활개를 친다.

이스라엘은 진작부터 전쟁광이었고, 왕년의 큰깡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며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분쟁에다 아프가니스탄과 또 분쟁 중이다. 누가 중재해 줄 사람이 없나 보다.






조용하고 평온해야 할 3.1절 휴일 전날, 미국은 선전포고도 없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 미사일을 날려 이란 지도자 하메네이를 제거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도 작전 개시 당일에 생포해 오더니만 나름 중동 군사강국 지도자를 작전이 개시되자마자 제거해 버렸다. 역시, 미국은 미국이다. 미국이 맘먹고 움직이면 아무리 힘 있는 자라 할지라도 살아남기 어렵구나.


그런데 말이다.


원래 미국, 자유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나라이자 국제 질서의 수호자 아니었나? 자기들도 영국의 청교도 억압이 싫어 자유를 찾아 새롭게 건설했던 이념을 가진 나라가 아녔냐고.


그런데, 지들 맘에 좀 안 든다고, 타국의 지도자를 지들 맘대로 처분할 자격이 있나? 힘이 좀 쎄면 다인가? 어차피 지들 맘대로 다 할 거면 국제협약은 왜 있고 UN은 왜 만들었대. 그냥 지금부터 다시 봉건사회 돌아가서 충성을 바치는 소국 지도자에겐 영주로 인정하되 세금을 팍팍 걷고 반기 드는 지도자는 핀셋으로 골라내어 처분하고... 아... 그렇지. 그러고 있구나...


그런데, 계속 이렇게 하면 이런 시대가 천년만년 계속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역사 공부 좀 해 보면 억업받는 에너지가 눌리고 눌리면 결국 전복되어 누른 쪽이 망하는 거 한 두 번 봤냐고.




이미 고인이 된 이란 지도자 하메네이를 두둔할 맘은 별로 없다.

폭압적 독재자로 수백 명 이상의 자국민들에게 총탄을 퍼부은 자라서 인과응보라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치만 미국에 의한 이번 제거 방법엔 이게 최선인가 의문이 든다. 하메네이뿐만 아니라 도심 초등학교까지 오폭을 당해 죄 없는 어린아이들 100여 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가슴 아픈 기사가 같이 보인다.


https://www.munhwa.com/article/11571399?ref=naver


해당 뉴스는 메인에 뜨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전 세계 언론도 조용하다. 다들 미국(또는 이스라엘)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아무리 대의를 위한 전쟁이라지만 저렇게 민간인들이 많이 죽고 다쳤는데도?






이번 습격으로 가장 걱정하고 있을 만한 사람은 북한에 있는 김정은이 아닐까 싶다.


"다음 타겟은 나인가?"


싶을게다.


숨을 곳은 없다. 하늘이든 땅속이든 뭐든 천리안처럼 다 보고 있는 미국인데, 땅 속 깊숙이 숨는다 해도 B-2 스텔스 폭격기가 떨구는 벙커버스터 폭탄을 피할 길은 없지 싶다.


문제는 그다음. 미국이 김정은만 제거한다고 북한 지휘체계가 갑자기 붕괴된다는 보장이 어딨나.

더군다나 북한은 이미 입증된 핵무기 보유국.

아직까지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능력이 없다지만 너 죽고 나죽자며 미국의 최우방국 중 하나인 남한을 타격해 버린다면? 반도체 공장 한두 곳만 타격해도 세계 경제가 마비될 것 같은데.






휴전 중인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 나이 먹고 있는 나는, 정말 이런 평화의 시대 운 좋게 잘 살아남았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요 며칠 전부터는 정말 나와 내 아이들이 전쟁의 화마에 휩쓸리지 않고 천수를 다 누리다 갈 수 있을지가 심각하게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있단 말이다.


다 잘 배운 어른들끼리 왜 자꾸 폭력을 쓰고 그래. 우리 다 유치원에서 배웠잖아. 폭력은 나쁜 거라고, 남을 때리면 안 되는 거라고.


방법은 모르겠지만, 다시 전 세계 평화의 시대가 돌아오길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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