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치기 싫고, 운동은 하고 싶고.
적절한 대안은 딱 갤러리.
만담이 오가는 즐거운 한인회 사람들을 골프장에서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다. 골프 플레이를 눈앞에서 볼 수 있고, 내가 플레이어가 되었을 때 못 보던 것들도 더 세밀하게 볼 수 있고, 사진도 원 없이 담뿍 담아올 수 있고, 무엇보다 좋은 건 돈이 한 푼도 안 든다.
요다음에 골프장 리뷰를 쓸 목적으로 여기저기 사진을 왕창 찍어왔는데, 갤러리 역할에 충실하게 선수들 사진도 많이 찍었다. 골프장 리뷰는 공부하며 써야 해서 소재가 없을 때, 에너지가 넘칠 때 쓰도록 남겨두고, 그날의 느낌이 완전 날아가버리기 전에 오늘은 "찰나의 느낌" 작품 활동을 해보자.
아무래도 풍경사진만으로는 딱 꽂히는 느낌을 만들기 어렵다. 역시 스토리가 있는 느낌에는 인물이 들어가야 풀어내기가 좋다. 오늘의 대상 사진은 드넓은 필드로 공을 날리기 위한 준비자세 편. 사실 공을 친 직후의 사진이 좀 더 다이내믹할 텐데, 내가 그 사진은 안 찍고 뭐했을까. 어쨌든 준비된 요리 재료는 이 사진.
넓은 잔디밭을 배경으로 준비 동작도 깔끔하다. 뭐 이것저것 스토리도 필요 없겠다. 골프장이 싼 파키스탄에서 마음 편하게 쳐 대는 골프 초보자 감성만 담으면 충분하겠다. 별 기획 아이디어가 없으니 이것저것 먼저 해보고 느낌을 보자.
오. 놀라운 AI의 힘. 하나같이 훌륭하다.
하지만, 그날의 뻥 뚫린 느낌, 시원한 필드의 느낌을 살리려면 "LUCID"효과가 가장 좋겠다.
내 맘에 들게 이제 세부적인 보정을 해보자.
습작 하나하나 모두 걸리는 게 있다. 선수가 치려는 공은 안 보이고, 오른발 뒤쪽에 커다란 공만 보인다. 원래 저기 있던 게 맞지만, 몰입을 방해하고 시선을 분산시킨다. 사실 저건 티샷 가이드 표지. 여기서부터 치세요-하는 표지석 같은 거다. 사진 원본에서 지우고 시작하자.
내가 쓰는 갤럭시 폰에는 AI 지우개라는 신박한 기능이 있다. 지울 대상을 선택하고 "지우기"만 누르면 복잡한 레이어 덧씌우기 작업같은 걸 안 해도 대충 잘 지워진다. 신기하고 편리한 기능이다.
티샷 표지석이 깔끔하고 신기하게 사라졌다.
이번에는 골프공을 좀 강조해놓자. 골프공의 컬러가 배경과 파묻혀서 특수효과 적용 시 강조 되질 않는다. 미리 눈에 띄게 작업을 해 두면 AI가 알아서 레이아웃을 살려준다.
이제 원본 보정 준비 끝.
앱을 열고 LUCID 효과를 꺼내보자. 나는 좀 더 역동적이고 좀 더 밝고 화사하게 나왔으면 더 좋을 것 같다.
화풍의 효과를 최대로, 색감은 최대한 원색으로 옵션을 수정하고, 색상이 날아가지 않을 정도로 밝기와 대비를 적절히 조정한다.
거의 완성.
오늘의 작품은 배경인 골프장보다는 역동적으로 몸을 제대로 꼬고 있는 인물에 더 중점이 있으므로, 적절한 느낌으로 작품을 크롭한다. 티셔츠와 바지에 들어간 역동적인 주름이 사진 원본보다 훨씬 더 잘 표현되었다. 잔디와 티셔츠가 살짝 섞이는 물아일체의 느낌도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아주 좋다.
완성. 오늘은 여기까지.
부록.
최종 선정에는 탈락했지만, 목판화 느낌도 참 좋았다.
아래는 완성품 게시작. 짧은 시와 함께 읽으면 더 재밌다.
https://brunch.co.kr/@ragony/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