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와 Oct 12. 2020

일상으로의 초대
:: 한달살기 그 특별한 일상속으로

예전 故 신해철 노래 “일상으로의 초대”라는 곡을 기억하는지.

가사 중 내용이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요즘엔 뭔가 텅 빈 것 같아  중략 ~ 

내게로 와줘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달라질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새로울 꺼야.

해가 저물면 둘이 나란히 지친 몸을 서로에 기대며 

그 날의 일과 주변 일들을 얘기하다 조용히 잠들고 싶어.“


한달살기를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이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난다. 

한달살기도 일상으로의 초대이다. 

산책을 하고 도서관에 책도 보고~  한달살기 내게로 와줘,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한달살기처럼 특별한 일상이라면 모든게 달라질 거야, 

모든 게 새로울 꺼야. 왠지 한달살기 이미지가 머릿속에 팍 떠오르지 않는가?


한달이라는 기간 집이 아닌 먼 곳으로 한 짐 가득 싣고 온 한달살기이니 만큼 특별하기도 하지만 일상이라는 기본전제가 깔려있다. 일상이기에 어김없이 부딪히는 문제들이 있고 한달살기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그런 문제들이 더 큰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환상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한달살기를 온 것이지 한달 장기 여행을 온 것은 아니다. 

     

 한달살기 - 일상을 유지하는 것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집에서 하는 것처럼 (물론 집에서 나왔기 때문에 조금은 특별하고 물리적으로 완전하게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일과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한달살기 떠나기 전 일과 중에 집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떠올려보라. 

어른들은 통제력과 인지력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논외로 치고 아이들의 경우 학교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는 없다. 물론 방학 기간에 한달살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방학기간을 떠올리게 된다. 

대부분 아이들은 방학에 학원을 간다.(우리의 경우는 학원을 다녀본 경험이 없어서 방학 때 뭘 했나 떠올려보면 주로 체험학습이나 책 읽고 여행을 많이 다녔던 듯 싶다. 하기야 생각해보니 방학때마다 대부분 한달살기를 해서 방학 때 집에 있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우리 집 경우 학원을 보내지 않아서 그런 부분들은 학과 공부로 채울 수 밖에 없다.  

그 소리는 꾸준하게 집에서처럼 한달살기를 하는 도중에도 책읽기, 교과공부(주로 수학문제 풀기와 영어읽기, 듣기 정도), 그리고 운동도 해야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렇게 말하면 “뭐 거기까지 가서 그렇게 해요” 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이런 일상을 반드시 꾸준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있어서 벌써 6년째 꾸준하게 한달살기를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게 한달살기와 여행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워싱턴 DC 근교 동네 도서관에서 2호~>

이런 부분들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숙소 고를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 중 하나가 숙소 근처에 어느 거리에 도서관이 있나를 체크하는 것이었다. 호주 시드니도 도보 5분, 미국은 렌트카를 빌려서 갔기 때문에 차로 10분이내(샌디에이고, 워싱턴DC), 바르셀로나 도보 10분 거리에 모두 도서관이 있었다. 혼자 한달살기를 간 치앙마이만 예외이다. 제주의 경우도 처음 묵은 중문의 경우 도보 5분거리 도서관이 있었고 두 번째 묵은 함덕은 조천도서관이 지근에 있었다. 우리 일정표에는 한달살기 중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대개 도서관 아니면 바다로 표시된 날들이 많다. 어디를 가는 특별한 일정이 없을 경우 오전에는 숙소, 도서관 혹은 카페에서 각자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최근 흔히 말하는 선진국이나 대개 일정수준의 개발도상국 (편하게 언급하면 우리가 한달살기를 경험한 동남아나 유럽, 미국을 말한다. 솔직히 아프리카나 남미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느 곳에 가나 예외 없이 도서관 시설과 프로그램 구성이 잘 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현상도 어찌 보면 인류가 한단계 진보하는 증거이다.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책을 읽는 공간이다. 우리가 외지인이라는 특성으로 현지 언어로 된 책을 빌려보는 일이 흔하지 않지만 그 외에 독서공간이라든가 최근 강화되고 있는 어린이도서관들과 그들을 위한 별도공간(아이들을 위해서 책도 읽어주고 놀이도 할 수 있는 친독서적 환경을 갖춘 공간)에 큰 신경을 쓰는 추세이다.

운이 좋으면 경우에 따라서는 한달살기용 집주소만으로도 대출이 가능한 회원증을 발급받을 수도 있다. 

몇 번 그런 경우를 이용하여 영어로 된 아이들 책을 빌리기도 하였다. 

책과 친하지 않은 한국인 특성상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최근 한국 도서관들도 지자체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시설도 많이 좋아졌고 무엇보다 책 읽는 문화형성을 위한 시스템구축이 활발해져서 눈에 띄게 도서관의 고급 서비스 수혜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 도서관에는 주로 시험공부(학과공부나 공무원시험준비 혹은 취준생 등)를 하는 열람실이 가장 많이 이용되는 현상이 한국사회를 대변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역사와 전통이 깊고 예술적 가치도 높아 보스턴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자주 가는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보스턴국립도서관(Boston Library)을 방문했을 때이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고풍스럽고 우아한 그런 멋진 독서공간 책상을 앞에 두고 한국취업준비 상식책과 토익서적을 펴놓고 공부하는 한국학생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경험이 데쟈뷰된다. 

아아 나만의 기우일지... 내 인생도 돌아보게 되고 어학연수 갔을 때 내 모습도 떠올려지는  그 순간 여러 가지 복합된 감정이 머릿 속을 휘젓었다.

그 밖에도 지역민을 위한 도서관 문화프로그램도 잘만 챙기면 한달살기에서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보너스이다. 

워싱턴DC에서는 특별한 경우이긴 했지만 현지 태권도 도장에 아이들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태권도를 경험한 1호는 검은 띠를 매고 한국에서 경력을 자랑할 기회가 되기도 했고, 샌디에이고 한달살기 때는 현지학교에서 아이들 대상으로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2호의 경우 현지아이들과 신나게 태권도 발 동작을 배우며 매일 태권도 시간만을 기다리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렇게 일상을 보내면 사실 일과표가 빡빡해질 필요가 없다.


일상이어서 더 편하게 해야 하는 것들 중 산책도 빼놓을 수가 없는 일과이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산책할 수 있는 환경은 매우 중요했다. 

당연히 숙소 근처 걸을 수 있는 공원이나 거리들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혼자 걸으면 24시간 가족들과 같이 붙어있는 왠지 모를 속박 아닌 속박에서 잠시 벗어날 수도 있고 그런 기회를 와이프에게도 주기위해 노력했다. 혼자도 많이 걸었다. 

<바르셀로나 몬주익 파크 조깅코스 , 1호는 이 순간이 그렇게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1호와 같이 산책하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이제 한 살 한 살 커감에 따라 우리와 한달살기 할 기회도 몇 번 남지 않았다 생각하니 그 순간과 시간들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다. 초딩 수준의 시시껄렁한 얘기들을 나누기도 했지만 때론 아들과 네가 생각하는 가족 그리고 아빠에 대해라든지 우리가 사는 삶에 대해 예상 밖의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많았다. 2호는 아직 어리다보니 아무래도 엄마와 거의 일상을 보내 부부끼리 산책 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이 갖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사실 16년차 부부간의 대화가 훨씬 더 필요한 시점들이었을 텐데.


산책은 (난 마실이란 표현을 왠지 더 좋아한다) 특히 일상이기도 하고 특별하기도 하다. 

산책하는 것이야 뭐 일상과 다를게 없겠지만 그 주위 배경이 유명 관광지라면 약간 그림이 달라진다.

일명 현지인모드로 슬리퍼 신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보이는 달링하버 거리를 산책한다거나 아침마다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을 조깅하는 것 같은 로망 그 자체이다.

이런 특별한 곳이 아니더라도 지역 내 작은 공원만 있어도 산책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우리네로 치면 일산호수공원처럼 걷기 좋은 곳도 있고 그저 한적한 주택가도 고즈넉하게 산책하기에는 일품이다. 때론 시끌벅적한 시내 중심가도 의외로 산책하기 좋다. 시끌벅적 북적이는 중간중간 골목길은 의외로 조용하고 생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는 24시간 365일 여행객 인파로 정신이 없지만 그 양쪽에 골목길로 조금만 들어가면 생각보다 한적하고 조용한 산책코스들이 숨어있다. 그런 숨겨진 산책코스를 발견하는 것도 한달살기만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자 매력이었다.

샌디에이고 한달살기할 때 집 근처에는 우리네 월드컵공원만한 큰 공원이 있어 집주인이 빌려준 자전거를 타고 1호와 운동하거나 마트도 다녀오곤 했다.

특이할 것도 없이 편하게 동네산책을 다니는 것도 한달살기 일상 중 하나이다.

작가의 이전글 한달살기가 뭐예요? 왜 하는 거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