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례자 현황 Oct 02. 2021

더 지치기 전에 순례길#22. 오기 참 잘했다. 순례길

Take a breath, Take it easy ans slow.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20일 차,  레온 ~ 호스피탈 데 오르비고  31.76km 




조심해!! 새벽 걸음


 레온 대도시를 빠져나간다. 

얼마 전 우연히 뉴스를 접했다. 아침 일찍 걸음을 시작한 순례자 두 명이 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에 관한 소식이었다. 두 순례자는 새벽같이 걸음을 나갔다는데 동이 트기 전 어두움이 짙게 깔려있을 때, 이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차에 치여 사고를 당했다. 새벽 걸음은 한편으로 참 위험하다. 특히나 도시권에서 움직일 때는 더욱 주의를 요한다.


 아침 일찍 걸음을 나가시는 분들께선 헤드라이트를 사용하거나, 야광 혹은 반사 스티커를 꼭 붙이고 나가길 권합니다. 참고로 나는 아침 일찍 나간 일이 아-주 드물기 때문에 그런 물건은 필요한 적이 야간행군할 때 말고는 없었지만...  



나와도 나와도 계속되는 "도시 풍경"

 레온을 뒤로하고 한참을 걸어왔다.  이전에 만나던 순례길 풍경이 아닌 도시의 모습이 계속된다. 차라리 메세타 평원이 자연 속에 내가 순례를 하는 느낌을 준다고 느끼는 반면, 도시 속을 계속해서 걷는 느낌은 이질적이다.  도시 풍경이지만 여전히 가리비 문양과 노란 화살표는 우리를 반겨준다. 아마 산티아고 관련된 책이 나온다면 가장 흔한 제목이 "노란 화살표"를 담고 있지 않을까? 산티아고를 다녀온다면 화살표는 마음속 깊이 남을 '특별한' 상징이 된다. 모두에게 그렇듯...


개인적으로는 가리미 문양을 담은 저 비석이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 어딘가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보다, 이곳 내 두 발이 있는 이곳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것을 말하는 비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가리비 문양. 바로 이 비석이 내가 딛고 지나온 순례길 모두를 함축하여 말해주는 듯하다. 


당신에겐 어떤 것이 순례길을 상징하는 것일까요?




혼자 걷는 걸음, 함께 걷는 걸음

 

 레온에 도착하기까지 한동안 혼자 혹은 둘이서 걸음을 해왔다. 혼자서만 해왔다면 지루할 수 있었던 메세타 평야는 지루할 때 즈음 동행과 함께하여 달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함께 걸었던 오늘. 사실 걸음은 각자의 속도로 누군가에게 참견하지 않고 걷지만 결국 순례길이란 곳은 중간에 걸음을 멈추고 쉴 때쯤이면 만나게 되어있다. 20일 가까이 걷다 보니 의도치 않아도 그렇게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신발, 중요합니다 ( 별 �  다섯 개!! )


  함께 걸어가던 일행 중 해태 ( 첫 화에서 내 여권을 주워주며 친해진 친구, 처음에 날 일본인으로 알았다고..)의 신발에 문제가 생겼다. 신발 밑창이 뜯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 한참 뒤 뒤에서부터 부르며 이것 좀 보라고!!! 하는데,,, 걸음을 계속할 수 없을 만큼 웃을 일이 생겨버렸다. :-) 

 한국에서 신고 온 사막화 같은 워커류였다. 오래된 걸음으로 신발 밑창이 뜯어졌는데 그 신발 밑창 안에가... 군데군데 빈 공간이 많이 있었고 그 안에는 자갈이나 자그마한 돌멩이들이 가득가득 들어서 마치 돌침대처럼 되어있는 것이다.! 


 어쩐지 이것 때문에 걷는 동안 계속 고통을 호소했는데 순례길 특성상 모든 이들이 발이 아플 수 박에 없어서 누군가 발 안 아프냐 물을 때마다 다들 " 당연히 아프지~ " 해서 아픈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는...  이거 정말 신발의 중요성이 어마어마하다!  다행히 나는 순례길을 떠나기 전에 사장님이 등산화 하나 챙겨주셨었다. 오지에 계실 때 여러 등산화들을 가지고 계셨었는데, 그중 하나로 발목까지 보호가 되는 신발이었다. 사장님 덕분에 물집 하나 없이, 발목에 큰 부상 없이 정말 잘 다녀올 수 있었다. 


 정말 정말 백번 강조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순례길에서 신발의 중요성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그러니 순례자 동지 여러분들! 다른 건 몰라도 신발은 꼭 크록스나 가벼운 신발 신고 오지 마세요! 


 

이런 길을 걸을 때, 반드시 두꺼운 신발이 필요해~

걷는 게 즐겁다. 그리고 매일 행복해지고 있다. 

참 신기하지?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는데 말이지...

내가 한 거라곤 그저 이 길을 걷고 매일 동거 동락하는 이들과 밥 해 먹고, 때때로 각자의 걸음을 걷다가 어느 순간 모이길 반복하는 것이 전부일뿐인데.


내일 또 새롭게 걸을 걸음이 기대되고 설렌다.

하루가 마무리되어갈 때쯤이면 앞으로 며칠 남았지.. 셈을 하며 아쉬운 마음을 담배 한 모금에 달랜다. 아이러니하게도 참 힘들고 매일 밤 무릎과 다리를 주무르며 이게 무슨 고생이람~ 이러지만 다시 또 그 걸음을 걷고 있다.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 오묘한 감정을 공감할 수 있으리라! 내 주변엔 아직 다녀온 이들이 없어 이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당신은 이 오묘한, 힘들지만 설레고 기대되는 이 감정이 공감이 되나요? 

하루하루가 마쳐간다는 그 기분이 아쉬움이 아니라... 무언지 모를 슬픈듯한 감정이...




자갈길도 , 흙길도 또 때로는 이쁘게 포장된 인도를 걸으면서도 이 사람들과 이 시간에 이 길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 모든 것을 완벽한 추억으로 만들어준 모든 것에 감사함을


호스피탈 데 오르비고 공립 알베르게 입구 풍경 

이렇게 오늘도 나는 


호스피탈 데 오르비고에 도착하여

5유로짜리 공립 알베르게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오후에 공터에 앉아 노을을 보며 하루를 삼킨다. 


오늘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하루였구나! 하며


더 지치기 전에 순례길 #22.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2

⭐️⭐️⭐️친구들과 함께 부를 (국가 불문으로) 알만한 노래 하나 준비해 가면 어떨까? 물론 스페인에선 BTS가 정말 크게 먹힌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1

⭐️⭐️⭐️⭐️ 카스트로제리즈 , 오리온, 비빔밥. 3가지 키워드만 기억하면 된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0

⭐️⭐️⭐️⭐️⭐️ 속도

이젠 알겠지? 우린 모두 다른 속도로 걸어. 남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속도에 온전히 집중하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9

⭐️⭐️⭐️⭐️⭐️  휴지 챙겨!!! 

언제! 어디서! 갑자기 필요할지 모른다. 항상 휴대용 휴지 챙기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8

⭐️⭐️⭐️⭐️⭐️ 기회를 만들어 야간 행군을 강력 추천.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걷는 기분은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대신 안전제일! 음식 준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7

⭐️⭐️⭐️6,7월 스페인은 정말 미친 듯이 덥고 

특히 로스 아르코스 -> 산솔 코스는 자갈길에 그늘 한점 찾기 힘들다. 유의해야 할 코스!! 물 미리 챙기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6

⭐️⭐️⭐️ 반드시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함도 금물, 남과 비교도 금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5

⭐️⭐️⭐️⭐️⭐️ 장 볼 때 필요한 식재료 단어, 수량을 공부해가자! 식탁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4

⭐️⭐️⭐️ 일과 후 에너지가 된다면 알베르게에서 나와 마을을 둘러보자! 어떤 재밌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 단, 무리하지 말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3

⭐️⭐️⭐️⭐️ 허기보다 당이 문제. 캔디류를 챙겨나가길 추천 (청포도 캔디 강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2

⭐️⭐️⭐️⭐️⭐️ 등산화는 등산을 위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

⭐️⭐️⭐️⭐️⭐️발에 열이 찬다~ 느껴지면 한 번씩 멈춰서 신발, 양말 다 벗고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발가락 사이에 밴드로 마찰을 줄여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