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로 행하는 일은 늘 잘못일까

0701_ how to deal with anger wisely

by Amy

언제 한번 동물에 빗대어주는 심리검사를 했더니 정의로운 호랑이 유형이 나왔다. 남편은 세부사항을 읽더니 너무 맞다며 아직도 가끔 나를 정의로운 호랑이라고 부른다.


나는 화가 꽤 잘 난다. 약자를 괴롭히거나 부당한 일, 인간답지 못한 언행을 보면 화가 쉽게 난다. 내 일이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도 되는데, 왜 그리 늘 과몰입을 하는지.



그러다 보니 중학교에 있을 때는 학년의 일진짱들을 혼내거나 달래는 건 내 몫이었다. 아무도 나한테 시킨 적 없는데 어느새 하고 있었다.


남고에서 첫 시작을 한 덕에 몸에 밴 무언가 때문인지, 넘으면 안 되는 선이 확실한 게 느껴지는 건지, 맨날 웃다가 혼낼 때 갭이 커서 그런지, 쌓인 래포 때문에 나의 미움을 받기 싫어서인지. 왜인지는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여자애들이건 남자애들이건 내가 혼내면 무서워하고 잘 울기도 한다.


신기하고 감사한 건 그렇게 나한테 혼난 애들과 돈독하게 친한 채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거. 특히 1년 내내 가장 많이 혼났던 일진짱들이 담임도 아니었던 내게 학기말에 써준 편지들을 잊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아이러니하게 가장 애정했던 학년의 학생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3년을 아껴왔던 착한 남고생과 그 해 새로 오신 기간제 선생님의 관계가 과하게 가깝다고 느껴왔었던 터에 그러한 순간을 두 눈으로 목도해 버려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냈는데. 3년 동안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했는지 본인들이 제일 잘 알지 않을까 했는데. 사실 학생한테가 아니라 어른이면서 적당한 선을 그어주지 않는 교사에게 화가 난 건데. 그때 화내면서 내가 그 친구의 마음을 찌르는 말을 했나 보지. 아무튼 내 진심보다는 상처가 더 크게 와닿았는지 나를 신고하겠다 뭐다 난리를 부렸다. 물론 사실상 신고할 건덕지가 없고 화낸 이유가 명백하니 신고당하지는 않았으나 내 맘에 생채기는 선명하게 남았다.




그런 일이 있고 나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화로 행하면 끝이 좋지 않구나, 화를 내더라도 상대방을 찌르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 그래도 참 억울하다, 좀 덜 지혜로웠을지는 몰라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내 딴에는 그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었는데, 근데 정녕 어디까지가 학생을 위하는 거였고 어디까지가 그냥 화를 못 참은 걸까, 나도 이성적으로는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 순간엔 어쩔 수가 없었다, 어떤 방법이 제일 지혜로웠을까, 내 귀에 들리지나 말고 내 눈에 보이지나 말지, 묵인하기엔 너무 오래 참아왔다, 앞으로는 흐린 눈이나 하고 살아야지, 일에 너무 과몰입하지 말자 나만 피곤하다 등등..




글쎄 난 아직도 답을 모르겠다. 화로 행한 일은 대부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은 건 맞긴 한 거 같은데. 화라는 감정이 잘못된 게 아니란 것도 명백하잖아. 화가 나야 하는 일에 화가 안 나는 것도 문제고, 마땅히 화를 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특히 교사로 학교에서 지내면서는?



내가 피곤해지니까.. 점점 더 많은 교사들이 눈을 감게 된다. 나도 이제 그 마음이 너무 너무 이해가 간다. 에너지 써봤자 나한테 나오는 게 대체 뭐여...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학생들도 (애정에 기반하여) 혼날 건 혼나고 눈치 볼 건 눈치 봐야 하는 거 같은데. 근데 그렇게 하면 말 그대로 나만 피곤해진다. 일이 내 인생에 전부도 아닌데...




꽤 여러 번 고민해 봤지만 나는 답은 잘 모르겠다. 결국 그냥 내 앞에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면 되지 않을까. 고민해 봤자 답도 안 나오고, 열심히 유사답안을 찾아내도 막상 그 상황에서 내 이성과 감정이 따로 놀 때도 있다. 다짐한 대로 잘 안 되기도 하고..




다만 전반적으로 늘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알아서 되지 않을까? 특히 복직 후에 나의 교사 추구미는 수업 준비는 좀 덜 하더라도 맘이 쉴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주는 것. 엄마 같은 선생님. 휴직과 (간절히 바라기를) 곧 생길 아기가 나의 마음을 넓혀주고 새로운 걸 가르쳐주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해 본다.


그렇게 그 순간 순간 열심히 살다 학교에서든 일상에서든 화 참을 수 있으면 참고, 나의 에너지 세이브를 위해 너무 피곤해질 거 같으면 이전보다는 눈도 좀 흐리게 뜨되, 그래도 눈이 안 감아지는 일들이 있으면 충분히 기도해 보되 또 화내야지 뭐.


바라기를 늘 어제보다 1그램씩만 더 지혜롭게.


화를 완전히 참을 수 없다면, 혹은 화내야 하는 이유가 꼭 있다면 지혜롭게 화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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