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가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0708_ 2025 상반기 결산

by Amy

그 어느 때보다 6개월이 빠르게 지나갔다. 하루도, 1년도 시간표에 맞춰 살던 교사여서 그럴까. 요일이나 날짜 개념이 휴직을 하며 좀 무뎌져서 그럴까. 작렬하는 태양의 존재감이 너무 뚜렷해서 7월이 왔다는 걸 무시할 수 없다. 체감상 너무 빠른 인사가 충격적일 정도이다.



근 10년간 가시적으로 이룬 결과가 가장 없는 상반기일 거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내가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주일에 교회에 가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고, 설교 필기와 함께 밀린 주간 일기를 쓰며 마음을 새로이 한다. 예배가 끝나면, 동년배의 형제자매들과 삶과 깨달음을 나누며 같이 웃고 때로는 같이 운다. 사실 이 교회에 정착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위로와 자극이 되어주는 공동체에 감사한 마음이다. 모임도 끝나면 나의 사랑, 조카들과 놀아주며 사심을 채운다. 가끔은 너무나 착한 강아지 쿤이까지도..♡


월요일은 남들에게는 시작이지만, 요즘 난 주 4일제인 남편과 시간을 보낸다.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고, 영화도 보고, 자연으로의 나들이나 물놀이를 가기도 한다. 가정예배를 함께 드리며 더 깊어진 사랑은 덤..♡


화요일 오전은 글쓰기 모임에 나가 에세이를 한편씩 쓴다. 노션, 블로그는 자꾸 자꾸 미루고 있지만.. 그때그때의 생각과 감정을 쓰고 나누며 기대 그 이상의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다. 나를 알아가게 되고, 방향을 나도 모르게 점검하게 되고..


오후에는 피아노레슨을 받고, 나도 회화를 알려드린다. 감사하게도 동갑인 선생님이 내가 영어교사인 걸 알고 재능교환처럼 학원을 다니게 해 주셨다. 피아노는 역시나 너무 즐겁고, 죽어라 안 되던 부분도 며칠 연습하면 어느새 되어있는 게 너무 신기하다. 생각보다 더 떨어지는 박자감에 이번 생에는 타임리프가 있었어도 예술가는 못 됐겠다 싶기도 하고. 피아노를 치다 보면 어느새 다른 생각들은 날아가고 순전한 흥만 남는다. 영어를 가르쳐드리면서는 새삼 내가 생각보다도 영어와 가르치는 걸 더 좋아했구나 싶다.


수요일 오전에는 쿠킹클래스에 가 새로운 요리를 배운다. 요즘은 유튜브도 잘 되어있지만 역시 직접 보고 맛보고 해 보는 것만 못하다. 쿠킹클래스에서 한번 해본 요리들은 마음에서 이미 만만해져서 일상에서 자주 해 먹게 된다. 다채로워진 식탁풍경은 말로 다 표현 못할 만큼 뿌듯하다. 요리는 결과가 즉각적이어서 좋다. 나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드는 과정도 꽤나 힐링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내가 직접 해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꽤나 기분 좋은 거였다.


2주에 한번 수요일 오후에 작년 교무실 샘 3명과 경밥보 모임을 가진다. 경제스터디-밥-보드게임의 줄임말이다. 각자 다른 경제 책의 정해진 분량을 읽어와 스터디처럼 서로 가르친다. 경제기사도 일주일에 세 개씩 읽는다. 맛있는 저녁밥과 보드게임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 꼭 당장 특정한 투자를 하려기보다는 전반적인 경제 지식이 너무 없어서 조인했는데, 이게 나중에 어떤 성과를 낼지는 몰라도 즐겁다.


목요일은 화실 가는 날! 나중에 혹시라도 책을 쓰게 된다면 삽화는 내가 직접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잘 못 그리더라도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그렇게 난 좋더라. 오히려 서툴수록 정감가기도 한다. 사실 단순히 즐거워서 하는 게 더 크다. 종종 지인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고. 왜 더 일찍 안 했을까 싶을 정도로 좋다. 색을 고르는 것 자체가 즐겁다. 완성되면 별거 아닌데도 그렇게 뿌듯하다. 내가 이렇게 정적인 취미를 좋아할 줄 누가 알았을까.


2주에 한번 금요일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낸다. 유독 빨리 가는 거 같은 부모님의 시계.. 두 분 다 건강하실 때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모든 순간이 기억나진 않을지라도 적어도 그 순간에라도 부모님이 자식인 나로 인해 좋은 시간을 보내셨다면 그걸로도 됐다. 결혼하고 나서 확실히 부모님이 더 애틋해졌다. 여전히 매번 늘 뭔가를 바리바리 싸주는 엄마.. 늦게 철드는 나도 이제는 맛있는 과일이나 식재료를 살 때 엄마꺼까지 살까 생각이 먼저 난다. 참 이것도 장족의 발전이다..


토요일은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거나 남편과 좋은 시간을 보낸다. 휴직해도 이래저래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건 복이고 감사다.




당연한 것 하나 없음을, 막상 인생에서 내 힘과 능력으로 된 게 거의 없음을 깨닫고 겸손해지는 요즘이다. 쫓기듯 살지 말고 유영하듯 살고 싶다. 힘을 빼고 즐기면서. 가진 것에 감사하고 평안 속에 누리면서. 마음에 사랑이 다시 차오르고 기꺼이 주변에게 나눌 수 있기를.


꼭 손에 뭔가를 더 쥐지 않더라도. 만족할 줄 알고 내적으로 단단한 올해 하반기를 맞이하고 싶다. 단순히 올해의 깨달음이 아니라 삶의 태도로 영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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