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변태하는 사람

0805_ Q: 나는 지금 ( )하는 사람?

by Amy

저 문장에서 부사가 조금만 달라지면 사실 나 자신에 대해 제일 적절한 정의는 따로 있다. 나는 항상 사랑하는 사람, 나는 항상 성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 부사 하나만 더 추가하면 요즈음의 상태에 대한 다른 묘사도 생긴다. 나는 지금 다시, 기도하는 사람.


그래도 애초에 주어진 대로 철저히 ‘나는 지금 ( )하는 사람’이라는 명제에 집중하다 보니 나는 지금 변태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제일 마음에 잘 맞아떨어진다.




꿈꾸던 어른의 모습이 있다. 수많은 좋은 곳을 다니고, 많은 좋은 것들을 갖는 것 또한 좋고 뭐 그것도 꿈꾸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런 것보다 더 본질적인 것이 있다.


내 사전의 단어들을 이용해 가장 간결하고 적절하게 정의해 보자면 인간 샬롬이 되는 것. 샬롬, 마음의 안녕과 평화. 샬롬, 이라고 타인에게 인사하며 타인의 안녕과 평화 또한 바라는 것. 타인이 그게 안 될 때면 나의 샬롬을 나눠주는 것.


샬롬의 시작은 아이러니하지만 유일한 방법인 나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받아들이는 것.


샬롬의 유지는 기도하며, 내 앞에 주어진 일상을 최선으로 살아내고 그 과정을 즐기는 것.


정의는 살아가며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라도 내 마음에서 정의 내리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된 게 참 기쁘다.




애벌레라면 마땅히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어야 하는데, 만년 발버둥 치는 애벌레 같은 느낌으로만 지냈다. 뭘 그렇게 허둥지둥 늘 쫓기고 우당탕탕하는지 참.


건강한 마음과 몸을 위해 애쓰는 것, 주변을 정리하고 시간을 잘 지키는 것, 주어진 돈과 시간 등의 자원을 규모 있게 관리하는 것, 남편과 가족을 기쁘게 섬기는 것, 인간관계에서 한 스푼만 더 너그럽고 여유로운 것, 허락된 에너지로 지금 내게 맡겨진 일을 최선으로 해내는 것, 거기까지 했으면 감사와 즐거움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


소박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 가장 소중한 것들이 숨어져 있음을 처음으로 자각한다.


좋은 습관 하나 만드는 데 참으로 많은 다짐과 오랜 시간과 작은 노력들이 쌓여야 함을 비로소 깨닫는다.


늘 현재처럼 물리적 여유가 충만하지는 않겠지만, 이 자각들 자체가 나만의 번데기라고 생각한다. 또 내 삶은 언젠간 바쁘고, 언젠간 혼란스럽고, 언젠간 화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겠지만.


이 번데기의 시간 자체도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충분히 누린다면. 그 껍데기를 벗어낸 나비는 조금은 더 자유로울 거라 기대한다. 삶의 날씨는 언제나 그렇듯 변화무쌍하겠으나, 애벌레와 번데기 시절을 기억하고 그 시절들이 내게 준 것을 잃지 않으며. 비 올 때는 나뭇잎 밑에 숨기도 하고 쨍한 날은 날 수 있는 곳까지 최대한 멀리 날아가기도 하면서. 부족한 그때그때의 모습 그대로 자유롭게.


이전 12화버려지지 않는 보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