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30_ 일시 정지가 인생에 가져다주는 것
균형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 20대부터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균형이 내게는 참 어려운 것이라는 반증 아닐까. 균형은 참 닿기 어려운 이상향과 같았다.
나는 왜 이리 열심히 하는 걸까? 주기적으로 의문이 떠올라도 답은 항상 찾지 못했다. 물보다는 불. 호수보다는 파도가 많이 치고 종잡을 수 없는 섬 주변의 바닷가 어딘가. 걷기보다는 달리기가 더 어울리는 나였다.
너무 열심이여서 그 불에 때로 내 마음도 타고 주변의 누군가도 타도 그 불을 끄는 방법을 몰랐다. 요즘은 가정집에도 가정용 소화기가 하나씩 있는데 유독 내 마음에는 소화기는커녕 졸졸 조금씩 물이라도 나오는 호스조차 없었다.
의도치 않게 너무 지쳐버려 선택하게 된 휴직. 성인 되어 처음으로 내 마음대로 일정을 관리하고 내게 부재했던 여유라는 단어가 일상을 드디어 채웠던 6개월. 내 노력으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새 생명을 향한 기다림. 그리고 할 수 있는 게 더 없는, 속수무책인 입덧.
일터에서의 소진과 맘대로 되지 않는 임신 과정 둘 다에 의문을 품을 때도 많았다. 나처럼 진심으로 하는 사람이 왜 지치는 걸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있는 걸까? 그것 자체가 뭐 매우 교만한 질문인 걸 알면서도 이해가, 납득이 가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스스로 결심하지 못하는 잠시 멈춤이, out of control인 상태가. 내 인생에 온 것에 참 감사하게 되었다.
익숙한 대로 매번 달리기만 했다면 결코 몰랐을 것들. 인생은 애초에 내 마음대로만 되지는 않고, 한낱 인간인 나는 주기적으로 몸도 맘도 꼭 쉬어줘야만 하고, 사실 인생에 정말로 중요한 건 몇 개 안 된다는 것. 내려놓음과 포기 또한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 꼭 늘 백 프로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내가 하지 않아도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는 것.
앞으로의 인생을 대충 살겠다는 말보다는. 그냥 더 자주 웃고 더 자주 자연을 걷고 더 자주 사랑하는 사람들과 무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인생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