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마틸다> & 영화, 원작 동화 <마틸다>
<마틸다>, 노래에 담은 진심
The Musical <Matida> © NETFLIX
뮤지컬 <마틸다>는 원작 동화에서 영화와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되어 전 세계 관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로알드 달의 원작 동화 <마틸다 Matilda>(1988)는 출간된 지 오래지 않아 영화 <마틸다>(1996)와 뮤지컬 <마틸다>(2010)로 제작됐다. 넷플릭스에서는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마틸다>(2022)를 제작해 오는 12월 25일에 공개하겠다는 티저 영상을 내보냈다.
2010년 로열 셰익스피어컴퍼니가 제작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뮤지컬 <마틸다>는 2013년부터 미국 브로드웨이와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로 진출해 공연되고 있다. 영국 올리비에상 7관왕, 미국 토니상 4관왕에 빛나는 영예를 얻으며,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 있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해 이미 전 세계 800만 명의 관객이 이 작품을 관람했다. 한국에서는 2018년 한국 배우들로 포진해 초연을 했고, 2022년 새로운 배우진으로 재연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마틸다>가 어떤 내용인지 보자. ‘마틸다’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수학적 재능도 뛰어난 천재 소녀지만, 무식하고 교양이 없는 부모와 오빠에게 학대받으며 살고 있다. 자녀에게 무관심해 뒤늦게 들어간 학교에서도 악독하기로 유명한 트런치불 교장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지만, 결국 내면의 힘을 찾아내 자신과 주변인들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 마틸다는 각종 부당한 권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를 돌파해가며 우리에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뮤지컬 <마틸다>는 원작 동화의 메시지를 노래와 춤이라는 형식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The Musical <Matida> © iseensee.com
마틸다는 ‘Naughty’라는 노래를 통해 수많은 부당함에 ‘그건 옳지 않아’라면서 ‘불공평하고 또 부당할 때 한숨 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냐’라고 말한다. ‘누구도 아닌 내가 내 이야기를 바꿔야 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어쩌면 어린이뿐만 아니라 세상과 타협하며 사는 어른들이 새겨들어야 할 충고이기도 하다.
또한 마틸다의 반 친구들은 ‘Revolting Children’이라는 노래를 통해 ‘두 번 다시 나를 짓밟진 못해, 싸울 거야. 자유로운 영혼 위해. 이건 우리의 권리’라며 악독한 교장에 대항해 통쾌한 복수극을 벌이고 승리한 뒤 격정적인 군무로 감정을 풀어낸다. 어린이들이지만 부당한 권력에 당당히 맞서 이기는 모습에서 세파에 시달린 어른들은 왠지 모를 희열감과 해방감을 느낀다.
마틸다의 담임인 허니 선생님이 부르는 ‘When I grow up’이라는 노래에서는 ‘어른이 되면, 괴물과 싸울 수 있을 만큼 용감해질 것’이고 ‘세상의 모든 정답을 모두 알 정도로 똑똑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관객은 어른이 되어서도 오히려 힘없고 초라한 현실 속 자신을 토닥이는 모습을 발견하며 인생의 쓴맛을 되새기게 된다.
<마틸다>가 우리에게 사랑받는 이유
The Musical <Matida> © iseensee.com
무엇보다도 <마틸다>라는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내 마음속 마틸다’에게 말을 걸고 내 안의 결핍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해 주며, 우리의 결핍을 어루만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틸다>에 등장인물은 저마다의 결핍을 가진 이들이다.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마틸다는 애정의 결핍을 느끼고 가족 간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였다. 그러한 결핍을 마틸다는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았고, 담임인 허니 선생님과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사는 길을 택했다.
허니 선생님은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이모였던 트런치불 교장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정신적으로 길들여져 하녀 취급을 당하다가 겨우 도망쳐 나왔다. 그는 마틸다가 현실을 돌파하는 과정을 보며 깨달음을 얻고 진정한 어른으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트런치불 교장은 자신의 무능함을 권력과 위압으로 무마하려는 사람이다. 투포환 선수로서 잘 나가던 한때만 되돌아보면서 현재의 무능함을 감추려 기껏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윽박지르고 억압했다. 어린이들의 지혜와 단결된 의지로 추방당하면서 사회 정의가 실현될 수 있었다.
The Musical <Matida> © iseensee.com
마틸다의 아빠와 엄마, 오빠인 미스터, 미시즈, 해리 웜우드는 자신의 지적 및 교양적 결핍을 물질주의적으로만 해소하려던 이들이다. 도덕보다는 돈을, 책보다는 TV를 쫓아 말초적인 자극을 채우는 데만 삶을 소진하고 있었다. 마틸다의 친권을 기꺼이 포기하면서까지 결국 교화되지 못했다.
관객인 우리는 억압받는 마틸다의 모습을 보며 어른들의 힘과 논리에 눌려 위축되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마틸다처럼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자신을 위로하기도 한다. 작품을 통해 마틸다는 어린 시절의 우리에게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고 그럴 자격이 있으니, 약한 모습으로 당하고만 있지 말고 현실을 떨치고 일어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관객은 마틸다의 응원에 든든함을 느끼며 세상을 다시금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어린 시절의 로알드 달이 투영된 극적 세계
Matilda /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 Roald Dahl & Quentin Blake / Puffin
동화 ‘마틸다’를 쓴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등도 썼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화작가로 손꼽힐 만큼 그의 작품은 다수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로알드 달의 작품적 특징은 그로테스크한 캐릭터와 독특한 판타지, 블랙 유머로 정리되는데, 연구자들은 그의 작품이 어른에 대한 어린이의 복수가 중심축이라고 지적한다.
극 중 마틸다는 부모의 학대에 맞서 헤어 세럼과 염색약을 뒤섞거나 모자에 초강력 접착제를 칠하는 등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응징으로 대처한다. 또한 분노의 힘으로 염력을 발휘해 못된 교장을 혼쭐내고 결국 학교에서 몰아내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는 동화이기에 가능한 판타지이면서도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행동을 상상력을 통해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편 로알드 달의 동화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인데, 작품 속 캐릭터는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억이 그대로 녹아 있다. 영국에서 노르웨이 이민자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3살 때 아버지를 잃고 다소 독특한 성향의 어머니에 의지해 살았다. 동화 속에 설정된 비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나 지극히 현실적인 어린이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그를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마틸다>에 나온 악독한 교장 트런치불은 그가 10년간 다닌 스파르타식 영국 기숙학교에서의 경험으로 빚어진 캐릭터다. 해당 기숙학교는 강압적인 분위기로 인해 체벌이 허용됐고 선배가 후배를 괴롭히는 문화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의 작품에는 어린이를 때리거나 괴롭히는 어른은 반드시 응징과 처벌을 당하는 모습이 담긴다.
The Musical <Matida> © iseensee.com
로알드 달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흔적이 작품에 배어 있다. 모험을 꿈꾸던 그는 18세에 석유 회사에 들어가 4년 만에 아프리카에 파견됐다. 그즈음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공군에 입대했고, 아프리카 사막에서 전투기가 추락해 평생 후유증을 겪었다. 한편 그는 미국에서 영국 외교관 겸 스파이로 활동한 전적이 있고, 배우 패트리샤 닐과 결혼해 5남매를 낳았지만 첫 딸은 죽고 이후 아내와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등 굴곡진 삶을 살았다. 이렇듯 예측 불가한 삶의 경험을 통해 로알드 달은 인간에 대한 불신을 그로테스크한 캐릭터로 표현하고 현실의 불만족을 판타지를 통한 탈출로 채우며, 냉소적인 시각을 블랙 유머로 풀어내는 극적 방식으로 택한 건 아니었을까.
우리 마음속 마틸다의 결핍과 해소
The Musical <Matida> © iseensee.com
어린 시절의 경험은 삶의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마틸다’의 작가 로알드 달이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극적 세계와 캐릭터를 빚어냈듯, 우리도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은 곧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 ‘금쪽 상담소’ 등을 보면 마음속 결핍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어린 시절 느낀 결핍이 충족되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 버린 지금, 상담자들은 그 여파를 상당히 느끼고 있었다. 결핍에서 비롯된 정서적 박탈감은 가족과 자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 또한 확인되었다.
어린 시절의 애정 결핍은 삶의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충분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면, 그는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감정을 다루는 방법 또한 알지 못해 공허하다. 또한 자신의 강단점을 파악하지 못해 결국 무능해진다. 나아가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자신을 스스로 깍아내리고 타인을 불신하며 사회적 관계를 맺기 힘들어진다.
<마틸다>라는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든 창작자들은 ‘내 안의 마틸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마틸다가 늘 채우길 갈구하던 가족 간의 사랑처럼, 내 안의 결핍은 무엇인지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또한 트런치불 교장과 허니 선생님, 미스터 미시즈 웜우드 등의 인물 군상에서 보는 것과 같이, 자신의 결핍을 제대로 마주하고 그걸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만 온전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음도 강조한다.
극 중 마틸다가 책을 읽듯 자신의 마음을 읽어내려 한 것처럼, 우리도 내 안의 마틸다를 살펴주어야 한다. 내 안의 어린 나를 잘 돌봐주는 것, 사람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은 그로부터 출발한다. 그러한 시작이 세상을 보다 따뜻하게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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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불공평하다고 해서
웃으며 견뎌야 하는 건 아냐
항상 꾹 참고만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내가 이야기 속에 있다고 해도
모든 게 날 위해 쓰여 있는 건 아니야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는 거라면
상관없다고 말하는 게 낫다고 여길지 몰라도
그건 옳지 않아
그리고 옳지 않다면
네가 옳게 만들어야지
하지만 아무도 날 위해 바로잡아주지 않아
누구도 아닌 내가 내 이야기를 바꿔야 해
가끔은 조금 버릇없게 구는 거야
- 뮤지컬 <마틸다>, ‘ Naughty’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