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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라희 Dec 08. 2022

영화 <토스카나> &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티 와인

딱 남들만큼 특별한 삶

딱 남들만큼 특별한 삶

영화 <토스카나> &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티 와인


행복에 대한 질문, 비범한 나에게

<Toscana>(2022) © ROCKET ROAD PICTURES


영화 <토스카나 Toscana>(2022)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다채로운 매력 속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덴마크에서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 테오 달이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유산을 처분하러 이탈리아 토스카나로 오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아버지의 리스톤키 성과 식당을 관리하던 소피아를 만나 영향을 받은 테오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관점을 바꾸게 되는 과정이 담겼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살 것인지에 대해 묻는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테오는 자신과 타인에게 엄격하고 까다롭다. 그는 늘 성공에 대한 열망과 압박으로 스스로를 옥죄고 행복의 기준과 가치를 자신과 멀리 둔다. 그러나 소피아는 자신이 속한 곳에 온정을 쏟아 가꾸고 그 안에서 만족과 행복을 찾으며 살아간다. 

이는 음식과 요리를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에서도 알 수 있다. 테오는 항상 정확한 계량을 중시하고 성분을 분석하는 게 익숙하고 편안하다. 반대로 소피아는 느낌으로 맛이나 간을 가늠하고 음식에 정성과 사랑을 쏟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로 인해 이후 달라진 테오의 관점은 소피아의 방식으로 요리를 하는 테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Toscana>(2022) © ROCKET ROAD PICTURES

 

Sprezzatura!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 해도 마치 쉬운 듯 우아하게 해내는 것

 

테오가 노을빛 토스카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 소피아는 와인 한 병을 들고 다가와 말한다. ‘스프레차투라 sprezzatura’,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 해도 마치 쉬운 듯 우아하게 해내는 것.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테오는 유산을 빨리 팔고 싶어 하지만, 그곳을 지키고 싶은 소피아는 테오의 아버지가 하루 일과를 마치면서 늘 그렇게 말했다며 매각하지 않기를 청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리스톤키 성을 지키려 했던 소피아의 노고를 알게 되며 테오는 미안함에 소피아와 피오의 결혼식 만찬 준비를 돕기로 한다. 한편으로 결혼식을 통해 투자자에게 리스톤키 성의 수익성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이기도 한 것. 테오는 소피아에게서 레시피와 자신의 기사를 모아둔 아버지의 노트를 전달받고 그에 대한 원망과 오해를 조금씩 풀어간다. 


<Toscana>(2022) © ROCKET ROAD PICTURES


테오와 소피아는 서로 끌리는 마음을 느끼지만 결혼식은 그대로 진행된다. 테오와 주방팀의 활약으로 리스톤키 성은 성공적으로 매각되지만 테오는 와인을 병째 마시며 흔들리는 감정을 겨우 추스른다. 취한 테오는 수영장에 빠졌다가 아버지의 환상을 마주하고 구조된다. 덴마크로 돌아온 테오, 이전과 달라진 그는 새로운 선택을 한다. 이후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라.

 

지금 당장 가고픈 곳, 토스카나

<Toscana>(2022) © ROCKET ROAD PICTURES


이 작품에서는 미슐랭 스타 셰프 테오의 고급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눈이 즐겁다. 볏짚 위에 올린 비둘기 요리, 캐비어를 얹은 조갯살 타르타르 등이 담긴 걸 보면 접시에 그려진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영화 속에서 사업가 루카는 테오의 요리를 맛보고 음식이 아니라 ‘꿈의 재료’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목에 총총 박힌 기다란 미루나무들과 노란 황금 들판이 어우러진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풍경 또한 장관이다. 그곳에서 재배된 올리브와 채소, 치즈 등 건강하고 신선한 식재료가 풍성하고 그에 대해 장인 정신을 갖고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감동을 준다. 보노라면 그 매력에 빠져 토스카나로 여행을 떠나고픈 생각이 절로 든다.


토스카나의 자존심,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Chianti © gray line florence


영화 <토스카나>에 등장하는 와인은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끼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이다. 토스카나의 일몰을 보면서 테오의 아버지가 마셨다는 와인, 소피아의 결혼식 장면에 쓰인 와인과 테오가 리스톤키 성을 매각한 후 복잡한 심경으로 병째 들고 마시는 와인이 모두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이다.

검은 수탉에 금박 문자를 새긴 로고는 ‘끼안티 클라시코’의 상징으로, 통통한 아기천사 푸토가 그려진 ‘끼안티’ 와인과는 생산 지역과 전통, 포도 품종이나 품질이 확실히 구분된다. 끼안티 클라시코는 규정상 토스카나의 산지오베제(Sangioves) 품종을 80% 이상 사용해야 하고 화이트 품종의 블랜딩은 엄격히 금지된다. 또한 최소 알코올 함량도 높고 최소 숙성기간도 12개월로 정해져 있어 끼안티 클라시코는 진하고 개성 있는 와인으로 탄생한다.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토스카나, 그중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에 있는 끼안띠 지역은 습기와 추위에 약한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대부분 언덕 지형인 이곳은 포도밭이 경사진 곳에 있어 배수가 잘 되고 일조량도 길며 토양층도 다양하게 섞여 있다.

옅은 제비꽃 향이 나는 끼안띠 클라시코 와인은 풍미가 많고 바디감과 탄닌이 조화를 이뤘다. 산도는 높고 베리류의 과일향과 야채 향도 어우러졌다. 목 넘김이 부드러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고 음식의 맛을 잘 살려주는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와인의 산미와 짭짤한 생선 요리가 만나면 감칠맛이 깔끔해지고 촉촉한 고기 요리와 어울리면 과실 풍미로 인해 맛이 한층 살아난다.


날 특별한 존재를 만드는 건, 영화 <토스카나>

<Toscana>(2022) © ROCKET ROAD PICTURES


테오: 아버지가 그리우세요?

엄마: 내가 그리운 건 날 보던 눈빛이야.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는 듯이.

넌 항상 아버지를 탓했어. 하지만 그러려면 엄마도 똑같이 탓했어야지.

테오: ……

엄마 : 누구도 특별하지 않아.

하지만 누구나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단다.

날 그렇게 봐주는 사람을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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