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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라희 May 18. 2024

제주의 숨결, 문학이 되다

<제주문학관>

- 건축가 조정구, 제주시 도남동, 2021

2018년 제주문학관 신축건축설계공모 당선작


          

복작이는 서울에서 한 걸음 떨어진 제주에서 그 시절 문학인이었던 자신을 만나보자. 현대문학선을 들고 되뇌이던 동백꽃의 김유정, 소나기의 황순원은 잊은 지 오래지만, 감성의 기억은 한구석에 남아있다.


제주문학관은 4면을 골고루 돌아보면 단순한 듯해도 천의 얼굴을 가졌다. 출입구 쪽에서 보이는 얼굴은 회색빛 화강암을 켜켜이 쌓고 세로형 대형 루버(louver, 차양의 종류)를 달았다. 입구를 둘러싼 제주 돌담은 낮지만 존재감을 확실히 한다. 제주의 땅에 발딛고 있음을 다시금 인식시켜준다. 도로변을 접한 얼굴은 3단 구성으로 가장 윗층은 대형 유리 통창을 달아 환한 이미지를 주고 중간층에는 입구 쪽 루버와 연결성을 주었다. 아래층에는 돌벽을 쌓되 꽤 큰 창 두 개를 내어 안과 밖을 연결했다. 전체적으로 견고함을 유지하지만 각 층의 공간을 위한 세심함이 이미 외관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통창이 보이는 면을 접한 도로변을 제외하고 주변이 온통 언덕과 산으로 둘러싸여, 제주문학관은 또 하나의 섬과 같은 느낌을 준다. 내면을 파고드는 문학을 마주하려면 자신만의 섬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듯이, 건강하고 창조적인 외딴 섬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꽤 좋은 선택일 것이다. 


거대한 규모의 덩어리감을 가진 회색빛 건축물인 제주문학관은 들어 가봐야 말랑말랑한 그 매력을 알 수 있다. 안에 들어서면 낮은 돌담과 초록빛 식물이 병풍처럼 펼쳐진 통창이 한눈에 들어온다. 2개 벽면의 통창에서는 동북향의 빛이 은은하게 들어온다. 책을 읽는데 화려하고 눈부신 햇살이 아니라, 조용하고 겸손한 햇살이 공간을 채운다. 덕분에 천정의 조명은 있는 듯 없는 듯 숨겨져 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곳은 제주문학관의 로비에 연결된 북카페로, 마치 대저택의 거실과 같이 편안한 쇼파와 낮은 책장, 테이블이 놓인 공간에서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쇼파에 앉은 발치에는 제주어로 ‘숲’을 뜻하는 곶자왈이 축소판으로 자리를 잡았다. 은은한 햇빛으로도 충분한 도깨비고사리와 가는쇠고리고사리, 이끼 식물들이 곳곳에 박힌 현무암과 어우러져 생명력을 뽐낸다. 이럴 땐 멍하니 창밖을 봐도 좋다. 이곳에서는 가만히 생각하는 나 자신도 문학의 한 조각으로 존재할 수 있기에.


제주문학관에서는 살아있는 어제오늘의 문학을 만날 수 있다. 문학이라는 로망을 보다 현실로 끌어당겨준다. 기획전시실은 계절마다 주제를 달리해 문학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방문 당시에는 극문학에 관한 전시였는데, 그중에서도 제주가 극적 배경이 되거나 주요 소재가 된 작품을 선정했다. 극문학은 글말과 또 다른 매력의 입말이 주가 되는 문학이므로 희곡 등과 함께 공연 영상 등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각 작품의 명문장을 뽑아 판넬에 전시하는데 각종 자료를 더해 배치와 구성이 세련됐다. 제주문학관으로서 제주와 문학, 두 가지의 매력을 알리는 데 무척 현명한 방법을 택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낮고 길다란 경사로가 반겨준다. 노출 콘크리트 벽면과 경사로인데도 어딘지 따뜻한 느낌인데, 이는 이곳까지 연결된 동북향 햇빛 덕분이다. 경사로에도 따스한 햇볕이 드는데 어디서 온 건가 보면, 콘크리트로 된 벽면을 전부 채우지 않고 삼각 형태로 무게를 받치면서 안쪽을 비워 창과 같이 열어두었다. 장애인과 노인을 배려한 건축적 장치에 예술적 아름다움도 더해졌다.


문학 전시는 2층으로 이어지는데, 제주 신화를 다룬 구비 문학부터 고전 문학, 제주어 문학, 4.3문학과 바당 문학, 근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제주의 문학을 조명하고 있다. 제주의 땅에서 제주의 다양한 문학을 제대로 접하고 감상할 수 있는 건 제주문학관이라는 공간이 번듯하게 자리잡은 덕분이다. 

제주문학관의 역할이자 기능은 3층에서 빛을 발한다. 이곳에는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만남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마련됐다. 문학살롱이라 이름 붙여진 아늑한 공간에서는 편안한 의자에 저마다 자유롭게 앉아 문학을 논한다. 세미나실이나 소모임공간에서는 보다 집중력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칸칸이 개별 책상이 마련된 창작공간에서는 작가들의 집필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제주문학관

주소: 제주 제주시 연북로 339

운영 시간 : 화~일 09:00 - 18:00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 0507-1336-3490

홈페이지 : http://www.jeju.go.kr/liter     




(사진 이미지는 아래 링크에 올려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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