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기분이 깨져버린 이유

분명 달라졌었는데 뭐가 달라진 거지?

by 볕뉘

타닥타닥. 딸깍딸깍. 하아.

분명 다른 공간에 있지만 내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 열린 문을 통해서 다른 공간에서 나오는 감정이 실린 소리들이 오늘도 나를 옭아맨다. 그 속에는 날카로운 날 것의 감정들이 한껏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방과 방 사이에는 또 다른 방이 있지만, 그 순간은 사이에 놓인 방은 감정이 지나는 한낱 통로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러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하지도, 문을 닫지도 못한 채 감정 속에서 요동치다가 이어폰을 끼고는 볼륨을 높인다.


새해가 되면서 ‘앞으로의 나’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지금의 순간들을 기쁘게 기꺼이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곁에 있는 이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하였다. 나는 지금의 나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너도 내가 그러기를 바라지 않냐고. 그는 그렇다고 이야기하였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 책임을 내가 져야 하는 문제에서만큼은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담담하게 더는 내가 다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해나가고 있었는데, 왜 기분이 깨어져버린 걸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내 인생에 중요한 선택에 대한 기약 없는 기다림을 가지는 것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음을. 이제는 특별히 불안하거나,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없게 될까 봐 걱정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유 없이 오롯이 받고 있는 감정들이 나를 지치게 만든 것 같다. 쌓이고 쌓여서, 내 팔과 다리를 어깨 위를 덮었는데. 나를 둘러싸고선 나를 보호해 주면 좋으련만, 모래주머니가 되어 나를 까만 수렁으로 잡아당긴다. 그렇게 나의 기분이 깨어져버렸다.


그렇지만 나는 나를 지켜야 하니까, 다시금 나를 바로 세워본다.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로 내 마음속 어둠을 걷어내 본다. 내가 잠식당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 집중해 본다. 그러면 천천히 조금씩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마 또 수렁에 다시금 내가 빠져버린지도 모른 채 가라앉겠지. 그래도 괜찮다. 다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둘러보고, 벗어나면 되니까. 오늘도 나는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 집중한다. 그리고 나를 깨어낸다. 나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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