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내가, 나를, 더 따뜻하고 너그럽게

떨고 있다는 건 잘하고 있다는 거야

by 볕뉘

사람들은 저마다 약하고 강한 부분이 있다. 다른 사람은 너무나도 쉽게 해내는데 나는 그러지 못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나는 주변 사람들이 ‘너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하고,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성격과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은 예외인데 항상 나에 대한 걱정이 한가득이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지!’라는 말도 있고, 내 주변에는 거침없는 이들이 많지만 나는 그게 쉽지 않다. 부모님의 마음과 사랑은 너무나도 잘 알고 감사하지만, 내가 선택해야 할 나의 몫까지 가져가버리실 때는 참 힘들다. 충분히 생각하고 신중하게 고려하고 결정했다면, 내 인생의 갈림길에서 성인인 내가 선택을 하는 게 이상할 게 없건만 그게 나는 참 어렵다.


이는 성격, 능력뿐만 아니라 몸의 근육도 마찬가지인데, 나는 복부와 엉덩이 쪽 근육이 약하다. 약하니까 힘을 길러야지. 그날도 리포머 위에 앉아서 다리를 헤드 부분으로 붙여 놓고, 스트랩을 양쪽 손으로 잡아 상체 쪽으로 당기면서 상체를 뒤로 젖히는 복부와 팔 운동 동작을 하고 있었다. 동작을 할 때면 아무리 간단한 동작도 주목적 부위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와 전체적인 호흡, 힘까지 신경 쓰니 머릿속과 몸이 다 바쁘다. 이 동작을 하는 동안의 내 머릿속과 몸을 살펴보겠는가?


1. 올바르게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면서 동작에 맞춰서 호흡을 규칙적으로 한다.

2. 호흡을 할 때 허리 뒤를 채우고 복부에 힘을 주고 빼는 것도 갈비뼈를 여닫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3. 손은 스트랩을 걸고 있지만 에너지가 끝까지 나오도록 펴서 쓰고, 손의 위치는 가슴선 정도로 맞춰야 한다.

4. 어깨는 팔에 힘을 주며 끌어올려가지 않게, 귀와 어깨가 멀어지도록 아래로 끌어내려야 한다.

5. 허리는 구부러지지 않게 가슴을 앞으로 내밀듯이 바르게 펴야 한다.

6, 등 쪽을 불필요하게 날개뼈 사이가 지나치게 집히면서 다른 근육이 사용되지 않도록 잡아야 한다.

7. 거북목으로 자연스레 앞으로 튀어나온 목을 뒤로 당기되, 목에 주름이 생기는 느낌으로 뒤로 그냥 젖히는 게 아니라 턱 아래에 공간이 생기는 느낌으로 당겨야 한다.

8. 상체가 일자가 되도록 뒤에 벽이 있는 것처럼 그대로 내려온다.

9. 카운트에 맞춰 호흡과 동작 순서를 맞춰서 한다.

10....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지 그려지지 않는가. 바쁜 걸로 모자라 복부에 근육이 없는 내 몸은 사정없이 바들바들 떨린다. 자세를 신경 쓰고 몸의 떨림과 복부의 아픔을 견디는 걸로는 모자랐는지, 기구를 사용하고 있기에 기구마저 소리를 내며 나와 함께 떨린다. 조용한 가운데 울려 퍼지는 그 소리가 퍽 민망하다. 그래서 동작의 힘듦과 더불어 소리의 민망함이 더해져 괴로움은 배가 된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는데 선생님이 내 복부에 손을 올려 힘이 잘 들어갔는지 자세를 바로 했는지 확인하시고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오! 너무 좋은데요? 근육이 아직 약해서 그렇지 제대로 하고 있어서 떨리는 거예요. 잘하고 있어요 :)”


내게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고 무겁게 남아 있는 것도 모자라, 마주하고 부딪칠수록 떨리고 아픈 매듭이 있다. 이 매듭을 떠올리고 마주할 때면 ‘도대체 왜 풀리지 않지?’, ‘왜 나만 떨고 아파야 하지?‘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동을 하다가 들은 저 말이 ‘필라테스를 하는 나’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나’를 움직이게 했다. 떨릴 때면 민망해하며 이게 맞는 건가 싶었지, 잘하고 있어서 떨리는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안 해본 것 같다. 머리를 지나 마음에 닿은 그 말은 내게 더없이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매듭을 붙들고 풀려고 애쓰며 떨고 아파하는 내게 말을 걸었다. 내가, 나를, 더 따뜻하고 너그럽게 안아줄 수 있도록.


“제대로 잘하고 있어서 떨리고 아픈 거야. 분명 단단해지고 있고 더 단단해질 거야. 그럼 괜찮아질 거야. 잘하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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