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hyun May 08. 2020

글, 읽다가 쓰게 된 이유


글, 읽다


랩 가사


몇 년 전 한창 버벌진트와 빈지노의 노래를 많이 들을 때였다. 박자도 플로우도 잘 모르지만, 자전적 가사가 좋았다. 나만의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듣다 보면 ‘아 이건 진짜다!’라는 부분이 종종 있다. 래퍼들은 스스로 가사를 쓴다. 자신의 이야기에 라임도 넣고 펀치라인도 곁들인다. 그것이 비트에 딱 맞춰져 과하거나 모자람 없이 완벽한 작품이 된다. 참 멋있고, 신기했다. 버벌진트는 갑자기 떠오르는 비트나 가사를 기억하기 위해서 휴대폰에 저장을 한다고 했다. 좋은 습관 같아서 나도 그때부터 간단한 메모나 일기를 핸드폰에 저장하게 되었다.




에세이


전공 책이나 자격증 공부를 위해 봤던 걸 제외하고는 책을 1년에 5권도 읽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무기력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한 시기에 에세이를 읽게 됐다. 자기계발서의 결론은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자.’였고, 아무런 의욕이 없는 나에게 전혀 와닿지 않았다. 사회과학 분야의 책은 쉬는 시간에도 공부를 하는 것 같았고, 소설은 (지금은 너무나 좋아하지만) 현실과는 먼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 작가는 나에게 교훈을 주려 하지 않았고, 그냥 담담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냥 물 흐르듯이 읽을 뿐이었다. ‘이 사람은 이런 일을 겪었구나.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했고,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작가의 야이기 중에서 닮고 싶은 것은 취하고, 나와 맞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지나쳤다. 이게 에세이의 매력인 것 같다. 그 시기엔 어느 것도 위로가 되지 않았는데 그냥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그렇게 계속 읽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다 보니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낸 것도 있고, 심지어 읽었는데 제목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반면에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좋았던 글도 있었다.






글, 쓰다


내가 찾은 랩 가사와 에세이의 공통점은 '자신의 이야기'였다. 랩 가사나 에세이를 보다 보니 나도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솔직히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써봤자 평범한 이야기이라서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써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다. 요즘 그게 참 궁금하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 주변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려면 내 생각을 글로 정리를 해야 한다. 글을 쓰면서 문장을 이리 옮겼다 저리 옮겼다 하면 머릿속의 생각이 다듬어진다. 또한 실수도 줄어든다. 그리고 글도 말도 조금씩 느는 것 같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되도록 글로 정리를 한 후에 말을 하려는 편이다. 두 번째는 기록하기 위해서다. 과거를 돌아보면 내가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게 참 아깝다. 기록이라도 남겨놓았으면 내가 그때와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그대로 인지 느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서툴지만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앞으로도 많이 읽고 들으며 쓰고, 그것들로 사람들과 대화할 것이다.






2018. 8. 21.






#글 #일기 #생각 #쓰게된이유 #랩 #가사 #기록 #읽다 #쓰다 #말

매거진의 이전글 극한 플라잉 요가 체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