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비상문과의 대결에서 그가 이기다.

by 코와붕가

복잡한 G역.


5호선과 6호선을 책임지고 있는 G역이다. 지금은 경의선과 공항철도 노선까지 생겼다. 오 마이 갓!

역사가 넓어서 각 기능실과 위치를 파악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다른 곳에서는 한 두 달 정도면 어느 정도 파악이 되는데 이곳은 다른 곳으로 날 때까지도 파악이 안 됐다.(내가 이곳이 싫어서겠지요.ㅋ)


이곳은 특히 6호선 주박열차까지 있다. 6호선 막차가 상하선 모두 도착한다. 대게 직원과 사회복무요원이 막차가 도착하면 열차 내 잔류승객을 확인하지만, 인원이 없어서 청소 자회사 주임분들과 같이한다. 인원이 없는 이유는 다른 직원은 5호선 막차를 확인하고 와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를 갖춘 역이다.


영업이 끝나면 우리 반은 막걸리 한 잔을 했다.


당시 부역장은 영업이 종료되면 막걸리 한 통과 자갈치를 안주삼아 마시고 잤다. 처음에는 먼저 들어가 잤다. 하지만 이곳은 여러 일이 발생하는 곳이라 막걸리 한 잔은 그날의 스트레스를 비우기 안성맞춤이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반 모두 막걸리를 마시고 자게 됐다.


역업무는 바쁘게 돌아갔지만 서로가 의지가 돼서 포근했다.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면서 여러 푸념을 늘어놓았다. 부역장은 아이 진학과 관련된 이야기(당시 과학고를 다니고 있었다.), 한 선배는 재테크 이야기, 나와 비슷하게 입사한 직원은 아내 이야기를 주로 꺼냈다. 지금 돌아보면 시간차만 두었을 뿐이지 나도 같은 고민을 했었다.


관제 콜이 오다.


술자리를 정리하고 침실에 들어가려는 찰나에 사무실에 전화가 울렸다.

(주로 작업자 또는 유실물 관련 전화다.)


"G역 XXX입니다."

"5호선 관제 XXX입니다. 지금 승강장 CCTV를 보세요. 누군가 난동을 피우고 있습니다."

"네? 일단 알았습니다.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난 바로 조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CCTV로 향했다.

영업이 종료되면 역사에 모든 불은 꺼진다. 어둠이 덮인 승강장에서는 검은 그림자가 바쁘게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던지고 있었다.


쫓는 자와 도망자.


우리는 부리나케 승강장으로 뛰어갔다. 승강장에 도착해서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소화기와 깨져있는 비상조명등. 우리는 일단 그림자의 정체를 잡아야 했다. 멀리서 그는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소리를 내며 그곳으로 갔다. 그는 우리를 발견하고 놀라서 6호선 쪽으로 도망갔다.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그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도망친 곳은 화장실이었다. 그는 화장실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곧이어 경찰이 왔다. 비상열쇠로 문을 열고 그림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냥 평범한 시민이었다. 무엇 때문인지 술을 잔뜩 마시고 한 행동이었다. 그는 그렇게 경찰서로 갔다.


사후처리.


셔터 옆에는 비상문(쪽문)이 있다. 직원은 셔터를 내리고 쪽문을 닫고 사무실에 간다.

'어떻게 승강장으로 들어갔지?'

'혹시, 쪽문을 닫지 않았으면 어쩌지?'

'만약 그렇다면 이건 징계다. 그것도 크다.'


부역장과 선배는 상화보고를 작성하고, 나와 다른 직원은 CCTV를 확인했다. 서로 같은 걱정을 했다.

CCTV를 확인한 결과 다행히 직원은 문을 닫고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승객이 나타나서 쪽문을 부여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발로 차기도 하고 몸으로 밀고 당기기를 반복적으로 했다. 그러다가 문이 열린 것이다.


열차가 운행되지 않아서였을까. 답답한 마음을 풀 곳이 없어서였을까.

그 승객은 시원하게 시설물을 부수고 경찰서로 갔다.

연행되는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그 일로 회사에서는 조사가 나왔고, 모든 역에 비상문 보강 조치를 했다.

그날 밤 우리는 밤을 꼬박 새웠다. 간밤에 무엇이 지나갔는지 꿈을 꾸는 거 같았다.

그날의 이야기는 자갈치와 더불어서 안주거리가 됐다.


"비상문과 싸워 이긴 당신, 그 열정과 집념 다른 곳에 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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