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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와붕가 Sep 25. 2023

도움 아닌 충고.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축구 편)

사회인에게 운동이라는 취미.


어린 시절 배움은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관장님, 선생님, 부모님이 대게 가르침을 주는 대상이었다.

태권도를 배우러 가는 곳은 나에게는 놀이터였다. 그곳에 가면 동네 인맥을 쌓을 수 있었다.

배움에 있어서는 질서가 있었고 친구들과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난 성인이 돼서 2002년 월드컵을 보고 나서 회사 선배와 같이 사내 축구 동호회에 가입했다.

30대 초반에는 1년여를 미루고 미루다 복싱 체육관에 등록했다. 40대에는 동네를 지나다가 검도도장을 보고 올라가서 즉흥적으로 등록을 했다. 지금은 동네 짐(헬스장)을 다니고 있다.


사내 축구 동호회를 가입해서 유니폼을 받고 당연히 수비수로 뛰었다. 월드컵을 상상하면서 축구를 하고 싶었던 나와 선배는 이곳이 다른 곳임을 일찍 깨달았다. 회사 내 동호회라서 계급이 깡패였다. 회장, 감독은 당연히 상위 직급자가 차지했다. 


첫 게임에서 우리는 수비수로 들어갔다. 긴장되고 흥분됐다. 상대편은 주로 택시기사님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시합 휘슬이 울리고 공이 돌고 돌아서 나에게 왔다. 난 갈팡질팡 하고 있었고, 배가 툭 튀어나온 한 기사님이 코뿔소처럼 뛰어 오고 있었다. 난 어쩔 줄 몰라 만만한 옆 선배에게 패스를 했다. 이 패스는 코뿔소 기사님이 받아먹기에 아주 적절했다.  난 최단시간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어이! 고것이 뭐 하는 짓이여!, 아오~"

한 간부가 나에게 하는 소리였다. 그것도 아주 크게.

나와 선배는 계속되는 헛발질에 회사 입사 이후로 가장 많은 욕을 먹은 날이었다.


게임이 끝나고 감독에게 불려 갔다.

"야, 거기서 패스하는 놈이 어디 있냐?"

"너하고 너 매일 드리블 연습하고 다음에 확인받아."

"우리 팀에 폭탄 두 명이 들어왔구먼."

"누구야. 이 둘 데려온 사람이?"


곧이어 본인이 주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도움 아닌 충고를 했다.

"내가 한 가지만 말할게, 못하면 개같이 뛰어다녀야 할거 아니여."

"너네 어디에서 근무한다고?"

"축구화가 그게 뭐냐?"


뒤이어 우리를 안타깝게 여긴 부주장이 왔다.

"이리로 와바. 공은 이렇게 여기를 차야 하는 거야."


부주장은 우리와 비슷한 실력이었다. 아니 달리기는 우리가 더 빨랐다. 한 명씩 달라붙어서 이소리 저 소리로 더욱 혼란케 했다. 도움이 아닌 충고가 끝이 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낮술을 거하게 했다. 집에 가는 길에 내가 먹은 걸 확인도 했다. 최악의 날이었다. 나와 가입한 선배는 무언의 말로 서로를 동정했다.


이런 곳인 줄 몰랐다. 무조건 반말에 형, 동생으로 만들어진 단체였다. 그날 입었던 유니폼은 다시는 입지 않게 됐다. 이후 돌아와서 축구하라는 전화가 왔지만 우리는 공손히 거절했다. 해당 감독은 입이 거칠기로 유명하신 분이었다. 쉽사리 적응하기 힘들어 우리처럼 들어왔다가 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운동은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 운동을 찾아 나섰다. 독립적인 운동. 바로 '복싱'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다양한 '충고충'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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