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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평 결과가 나왔다.

예상을 했지만...

by 코와붕가

이제는 근평 결과를 쉽게 알려준다.


전에는 근평 결과를 알기 위해서 따로 인사처에 신청을 해야 했다. 이 과정을 거치는 번거로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부터는 본인의 근평 점수를 클릭 몇 번 만으로 알 수 있게 바뀌었다. 평소 근평에 무뎠던 직원들도 알게 됐다.


친한 동기가 같이 있는 톡방이 있다. 주간 근무를 하고 있는 동기 둘이 본인 근평 점수를 말해다.


동기 1: "몇 점이 만점이냐?"

동기 2: "70점, 난 '우' 나왔다."

동기 1: "나도 '우'네. 다행이다."

동기 2: "꼴찌 '우'지만, 좋다."

나(코와붕가): "난 안 봐도 '양'이다."

동기 3: "나도 '양'이야~"


30%는 수, 40%는 우, 30%는 양


같은 직급에 일정 비율로 수, 우, 양을 나눠 받아야 한다.

불공평한 게 직급 수에 따라 비율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같은 직급에 문제 직원이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 높은 근평을 받기도 한다.


저녁 출근


주간 근무조를 퇴근시키고,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어서 근평 결과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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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


기분은 덤덤했다. 내가 받을 거라 충분히 예상했다. 부역장 4명에 차장 1명이 버티고 있다. 내가 비집고 들어갈 곳이 없다.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양은 내 독차지가 될 뻔한 게 사실이다. 갑자기 '양'부자가 된 느낌이다. 믿었던 동기들이 '우'를 맞아서 상대적 박탈감도 컸다.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


양을 맞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양'만큼 일하자였다. 하지만 이건 너무 초라해 보였다. 작아지긴 싫었다.

그렇다고 전과 같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직장 생활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됐다. 이틀 동안 평소보다 입을 닫고 고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내린 결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더 많이 읽자.

책을 더 많이 집중적으로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유튜브와 스포츠 기사에 정신을 뺏겨 살았다. 나를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시켜야겠다. 직장생활은 내 인생에 있어서 한 과정이다. 지금 하고 있는 경험을 버리지 말고 보관해서 다른 누군가를 위로해 주자고 생각했다.


둘째, 더 많이 운동하자.

첫째가 정신적 측면에서 성장이라면, 이번에는 신체적 성장을 말한다. 이럴수록 땀을 흘려야 한다. 운동을 하는 중에는 여러 나쁜 생각들이 잠시 떠나간다. 그리고 그 공간에 '할 수 있어'라는 묘한 자신감도 생긴다.

지금 근력, 체력을 길러놓으면 언젠가 값지게 쓰일 날이 온다. 자포자기할 수 없다. 움직이자.


셋째, 가족에게 잘하자.

아무리 돌아봐도 내 편은 가족이다. 가족에게 위로받기보다는 내가 먼저 다가서는 남편, 아빠가 되고 싶다.

회사는 잠시 거쳐가는 곳이다. 회사에서 받은 기분을 가족에게 풀지 말자. 가정에서 더 많이 웃자. 그리고 입에서 나오는 말은 생각하고 말하자.


넷째, 경제적 자유에 더 집중한다.

누구에게도 평가받기 싫다. 다시금 깨달았다. 당당하게 고개 들고 그래 '양'줘라. "제가 받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14년을 차곡차곡 투자해서 멋지게 회사문을 박차고 나가리라.


끝으로

시간이 약이다.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다 잊힌다.

직업인의 비애. 잘 받은 사람은 축하해 주고 내 길을 가자. 여기서 피지 못한 꽃이라면 다른 곳에서 활짝 펼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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