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링크 데이가 바뀌다.
주 5일 근무가 시행되기 전에는 '금요일'에 취객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주 5일 근무제도가 확산되고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사람들이 주로 편하게 생각하는 날이 바뀌었다.
바로 '수'요일이라고 콕 집어서 주장한다.
야간근무는 주간근무와 비교할 때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주간에 주로 이뤄지는 행정 업무로부터의 자유와 보기 싫은 관리자와 마주칠 일이 적다.
단점은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취한 승객들과의 사투다. 여기서는 각종 매뉴얼에 나와 있는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취한 인간과 직원이 만나서 이뤄지는 아름다운 관계? 가 형성된다.
취한 상태로 무리하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다치는 승객, 여기저기 장소에다가 본인이 먹은 걸 확인시켜 주는 승객, 고래고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승객, 술이라는 에너지에 힘을 얻어 다툼을 벌이는 승객, 뒷일은 생각 안 하고 직원에게 폭행까지 저지르는 승객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위 사례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평화롭게 야간근무를 마칠 수 있다.
부역장, 나, 신규직원, 사회복무요원 넷이서 근무했다.
1차로 다른 승객에게 신고 전화가 왔다.
취객이 나오기에는 이른 시각 저녁 8시였다. 이때부터 스멀스멀 취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나와 사회복무요원은 승객을 깨워서 지하 1층 대합실까지 갔다가 다시 승강장으로 돌아오는 역사투어를 했다. 이유는 승객은 밖으로 나가겠다고 해서 출구 입구까지 안내를 했지만, 다시 지하철을 타겠다고 해서 돌아오게 됐다. 휘청이는 승객을 우리는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렇게 1차 취객을 보냈다.
1차 취객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환승통로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은 승객을 발견했다.
2차 취객을 발견했다. 부역장은 사무실에서 신고를 받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우리는 승객을 깨워 2호선 승강장까지 데려줬다. 여기서도 승객은 5호선을 타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헐~~'
돌아오는 길에 그는 어깨가 아프다고 해서 119까지 불렀다. 다시 환승통로에서 119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119가 우리 곁으로 오고 있었다. 그때 승객은 어깨가 괜찮아졌다며 그냥 가겠다고 했다. 119는 승객의 동의를 얻고 돌아갔다. 우리는 승객을 열차까지 태워 보냈다.
2차 취객을 보내고 나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 할 일은 다 마쳤다고 생각했다. 방심은 금물이었다.
막차에 3차 취객이 나타났다. 고객센터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우리에게 다짜고짜 책임지라고 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취객은 20분 동안 제자리에 서서 이곳저곳에 전화를 했다. 그를 셔터 밖으로 안내했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라고 마음속으로 답변했다.
그리고 진짜 속마음은 여기서 쓰지 않겠다. 여러분도 알 것이다.
침실로 들어가지 전 시원한 물 한 잔으로 기억을 잊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