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올의 소중함
회사 동기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탈모'로 화제를 잡았다.
스과니: "코아붕가 차장, 네 머리는 괜찮냐?"
나: "난 원래 머리숱이 적어서 별로 티가 안 나"
스과니: "난 점점 머리도 하얘지고 여기저기 비어있어"
나: "그러면 어떡하지. 가발 써야 하나?"
스과니: "그래서 얼마 전에 탈모약을 먹고 있어. 탈모 성지에 갔어"
나: "응? 탈모 성지는 뭐야? 핸드폰 성지는 들어봤어도"
스과니: "종로 5가에 XX이비인후과에 가서 처방받고 내려와서 약 사면 돼"
스과니 차장에게 들은 탈모 성지 이야기는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꽤 많은 친지, 친구들이 탈모약을 먹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 탈모, 유전으로 인한 탈모 의심 등이다.
난 위에서 말했듯이 머리숱이 적다. 부모님 머리숱이 적다. 그러나 내가 믿고 있는 구석이 있다. 바로 '대머리'는 아니 서다. 지금까지 머리숱이 적다는 놀림을 받아도 믿고? 살아왔다. 넓은 이마와 얇은 머리카락을 자신 있게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전보다 더 많은 살색 두피가 보였다. 위기였다. 머리를 감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세어본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며 세어본다. 나도 공포감? 이 들었다. 머리띠를 하고 거울을 본다. M자가 선명하다. 과거부터 유사한 M자가 있었다. 이제는 양쪽이 뾰족하게 들어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스과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톡으로 탈모성지 좌표를 찍어 보내라고 했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평일 아침에 그곳으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해당 병원은 '탈모'를 광고하고 있었다. 피부과도 아닌 이비인후과에서 '탈모'처방을 받는 게 이상했다.
접수를 하고 주변에 대기자를 봤다. 20대로 보이는 대학생부터 노인까지 세대가 다양했다. 많은 인원이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탈모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대기하는 시간은 매우 짧았다. 내 순서가 왔다.
닥터: "나이가 40대 후반이시고, 진행정도를 보면 두타계열을 추천합니다"
나: "저는 피나로 하겠습니다. 탈모약은 처음이라서요"
닥터: "네. 그렇게 해드리죠. 처방전은 6개월과 1년 중 어떤 걸로 해드릴까요"
나: "1년으로 해주세요"
닥터: "부작용은 들어보셨죠?"
나: "아.... 네...(성기능 장애, 우울증 등이 있다)"
내가 피나계열로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스과니에게 미리 들었다. 두타는 효과는 좋지만 부작용이 피나보다 세다고 들었다. 그리고 오래 복용하면 시간의 차이일 뿐 효과는 비슷하다고 했다.
처방전을 들고 밑에 있는 병원에 가서 피나계열의 카피약을 샀다. 오리지널과 성분은 같다고 했다. 10만 원 초반에 1년 치 약을 구했다. 이제 탈모인들과 함께하게 됐다. 약을 들고 가는 내 모습이 뿌듯해 보였다. 든든한 보약을 지어간 기분이다.
매일 한 알을 복용하면 된다. 같은 시간에 먹으면 좋다고 했다. 그렇게 매일 아침 탈모약을 복용하고 있다.
효과는... 아직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아서 모르겠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굵어지는 환상이 든다. 잘 모르겠다.
어느 날 내 탈모약을 본 역장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