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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디벨로퍼 Nov 09. 2023

100명이 내게 '미친놈'이라 했다.

직장인 사업도전기 ep2. 사업이 뭔데?


그거 꼭 해야 돼? 가만히 월급 받으면 되는데 왜 미친 짓을 해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주변의 시선이었다. 벤처사업 모집공고가 붙고, 그곳에 지원하겠다고 하자, 소문은 맑은 물에 물감 한 방울 퍼지듯,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멀리 번졌다. 회사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고, 나는 똑같은 말들을 반복해야 했다. 이때, 뜬금없이 가수 '김범수'님과 '박효신'님이 떠올랐다. 이들은 군대에 갔을 때, '보고 싶다'와 '눈의 꽃'을 몇 번이나 불렀을까. 그에 비하면, 하루에 열댓 번 내 상황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기꺼이 참아냈다. 하지만, 참는 것과는 다르게 주변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질문의 억양은 마치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퇴근길, 차 안에서 하루 중 처음으로 심신의 안정을 느꼈다. 하루종일 질문을 받으니, 멍한 정신과 무거운 표정은 자동차 룸미러를 보다 거울에 비친 내 눈과 마주치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중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남들에게만 안정적인 이곳을 어서 나가야만 했다. 


본래 직업은 철도기관사였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공기업 직원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정확히는 철도 기관사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열차의 자동화? 무인화? 그런 것들은 나의 직업 안정성 평가에 단 0.1%도 차지하지 못했다. 직업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나만의 가장 큰 부분은 '어디에서도 맨몸으로 돈을 벌어 낼 수 있는가', '업무가 나이가 듦에 따라 지속성을 잃지 않는 업무인가', '회사의 타이틀 없이도 돈을 벌어낼 수 있는가'였다. 꿈이었던 '철도기관사'라는 직업은 내가 생각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철없는 소리라고 얘기할 사람들이 많지만,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직업을 갖는다는 건, 서울 한복판을 살아가는 내게 너무 두려운 부분이었다.


혼란스러운 내 맘을 남들이 알아줄 리 없을 터.. 온 동네 퍼진 소문 탓에 사업이 이러니 저러니, 사업은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등의 훈계 섞인 말들을 듣고 나면 허리가 휘청거렸다. 흔들리는 중심을 잡기 위해, 출근해서 기관차 운전실에 오르기까지 들었던 말들을 곱씹으면서, 이제껏 펼쳐왔던 생각과 신념을 모두 정신에 욱여넣어 주관을 단단하게 다져 나아가야 했다. 정신승리 같은 정답이 강요되었다.


이제까지 내가 들어온 조언은 모두 틀렸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잘못 살고 있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어느 TV광고에선 남들이 모두 '아니요'라고 할 때, '예'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거 같다. 평생 그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나는 남들이 모두 '아니오라고 할 때, '예'를 해야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친구들은 '미친놈', 회사 일각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보려고 한다. 성공하지 못해도,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35년간의 삶이 누군가의 조언으로 흘러간 것이 아닌, 주체적인 결정 아래 성장의 과정과 결과로 증명해 냈듯, 이번에도 꼭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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