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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디벨로퍼 Nov 08. 2023

35살, 진정한 불효를 시작했다.

직장인 사업도전기 ep1. 부모님 죄송합니다.

얘야, 그냥 다니면 안 되겠니?


2023년 여름, 잘 다니던 회사에서 사내공모가 하나 올라왔다. 

'사내벤처팀 모집공고', 벤처사업에 도전할 팀을 뽑는다는 공고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3년, 5년, 7년에 고비가 온다고 했던가..

늦바람이 든 건지, 10년 차에 단순히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대신, 뭔가 내 능력 하나 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다니고 있는 회사의 타이틀을 벗고, 이름 석자로 서울에서 살아갈 수 있는 지를 항상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뇌었다. 그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답은 항상 '아니요'였다. 대단한 능력도 없고, 대단한 지식도 없다. 학창 시절도 하라는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좋아하는 것만 골라하는 사람이었다. 근데 이런 습성이 나이를 먹어서도 벗어나질 않는다. 누가 보면 한심하게 볼 일이다.


사실 '벤처사업'에 대한 사내공고를 보고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35년 간,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니까..

결국, 이 놈의 성질머리는 고민만 늦출 뿐, 머릿속에 들어온 키워드는 결국 한 번은 해야 그 저주가 풀리는 인간이다. 대학교 철도학과가 그랬고, 철도 기관사라는 직업이 그랬다. 한마디만 옆으로 빠져보자면,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공부 못해도 하고 싶은 거 하나만 꾸준히 하면 굶어 죽지 않는다. 이건 내 삶이 증명했다.


다시 돌아와서, 일단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첫째로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다. 불효가 막심한 인간이라, '굳이 설득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앞섰다. 이렇게 생각이 들만도 한 게 부모님 두 분은 하나 있는 아들이 직장을 갖고 난 후에는 뭐라도 하나 하겠다고 하면, 걱정은 하시되, 항상 저항이 되기보다 날개를 달아주셨다.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게 된 주요 원동력이다. 그래서 결론은.. 설득하지 않았다.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다고 생각했다.


자식 이겨먹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유년시절, 주체적인 생각은 늘 갖고 있었지만, 이 것을 온전하게 내 뜻대로 펼쳐내는데 까지는 부모님과 26년간 매우 치열한 싸움이 강요됐다. 그리고, 내 나이 서른이 넘어갔을 때부터 부모님은 나의 날개가 되어주셨다.


부모님의 시선에선 '사업'이라는 것이 '인생이 망하는 지름길', '고생만 죽도록 하다 망하는 길', '하늘이 내려주신 자만이 할 수 있는 일', '돈 욕심부리는 일'로 비춰지고 있었나 보다. 일단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봤다.


엄마, 아부지.. 나 사업을 하게 될 것 같아..


아버지는 침묵을 지키셨고 어머니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고, 정적이 흐르다가 못내 한마디를 하셨다.


돈 욕심 내면 탈 나~ 돈 벌어다 어디다 쓸라 그려~ 


철도기관사를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 앞에서 누구보다 용기 있고 당당했던 자아는, 사업을 하겠다고 말씀드릴 땐, 큰 죄를 지은 죄인의 모습이었다. 설득하기보다 용서를 구했다. 정말 해보고 싶다고, 이걸 실패하면, 내 죄라고 생각하고 평생 군말 않고 회사 다니겠다고, 조용히 회사 못 다니는 아들 성질머리를 조금만 헤아려달라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누가 그랬다. 인생에 정답 없고 선택만 있다고. 그리고 그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인생이라고. 결국 이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곳은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기록해 나가는 공간이 될 것이다. 지켜보자. 사람이 무조건 죽으라는 법은 없으니, 주어진 환경 안에서 많은 이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성장하리라...꺾이지 않으리라...


끊긴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다 포기하신 듯, 다정하게 한마디 하셨다. 


얘야, 그냥 다니면 안 되겠니?.. 꼭 해야겠다면, 응원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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