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보고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멜로 영화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이 사랑하고 헤어지는 뻔한 일을 멜로 영화로 그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별한 갈등에 집중하다보면 공감을 하기 어려워지고 공감에 집중하다보면 영화가 심심해진다.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얼굴이 바뀌는 사람이라는 위기를 선택했다.
'뷰티인사이드'는 가구 디자이너 김우진과 홍이수(한효주 분)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다. 김우진은 매일 얼굴이 바뀌는 희한한 병에 걸리고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삶을 살고 있다. 우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사업 파트너 이자 고등학교 동창 상백(이동휘 분)과 어머니(문숙 분) 뿐이다. 우진이 바뀌는 폭은 성별이나 국적이나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김우진은 혼란스러운 삶에 자신만의 룰을 만들면서 적응해나간다. 외모는 변하지만 그의 지성과 성격과 감각은 그대로다. 오로지 외모만 바뀔 뿐이다.
김우진은 가구 편집샵에서 일하는 홍이수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하지만 우진은 매일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이수와 평범하고 지속적인 남녀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우진이 이수에게 반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배우는 이범수다. 우진은 매일 달라진 얼굴로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이수를 만난다. 이수는 상대방이 우진이라는 것은 전혀 모른 채 여러 손님 중 한명으로 우진을 대한다.
손님으로서 이수를 매일 만나는 우진은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 결단을 한다. 우진은 최대한 잘생긴 얼굴인 박서준의 모습으로 이수 앞에 나타난다. 이수는 자신을 잘 알고 잘생긴 우진과 금새 가까워진다. 우진은 이수가 기억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잃지않기 위해서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는 수면욕을 이기지 못했다. 전철에서 잠이 들었다 깬 우진은 박서준이 아닌 김상호의 모습으로 변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이수는 쉽게 이수를 포기할 수 없다. 우진은 이수에게 자신이 매일 다른 사람으로 얼굴이 바뀐다는 것을 고백하기로 마음 먹는다. 우진은 이수에게 고백할 때 천우희의 얼굴을 선택한다. 이수는 우진이 매일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망친다. 하지만 이수는 우진을 잊지 못한다. 이미 사랑에 빠졌기에 우진을 이해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이수는 우진의 집으로 뛰어가고 우진이 우에노 쥬리로 바뀌었을 때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우진과 이수는곧 한계에 부딪힌다. 우진은 이수와 결혼하고 싶어한다. 이수는 우진을 이해할 수 있지만 세상은 우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결혼은 우진과 우진을 이해하는 이수를 사회적으로 꺼내놓는 행위다. 이수는 겁을 먹고 우진에게 상처를 준다.
우진은 자신을 거부하는 사회가 두려워 숨어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이수의 생각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두 사람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두 사람 사이에 다른 가족과 친구와 인간관계들이 섞이면서 두 사람의 오해는 깊어지고, 우진은 이수에게 이별을 고한다. 우진은 이수를 바라볼 수 있지만 이수는 우진을 찾을 수 없다.
자신을 거부하는 사회가 두려워 숨어버린 우진과 사회를 겪으며 살아온 이수의 온도 차를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 우진은 지속적인 관계에 익숙하지 않고 또 다시 숨어버리는 선택을 한다. 우진은 아버지로부터 이 괴상한 병을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머니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된다. 우진은 김주혁의 얼굴로 이수에게 작별을 고한다.
이수는 우진이 없는 삶에 금방 적응한다. 불안해 하지도 않고 불면증도 고치게 된다. 하지만 우진이 사라진 빈자리에는 적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수는 다시 우진을 찾아간다. 우진은 유연석의 모습으로 자신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이수와 다시 만나서 결혼을 약속한다.
'뷰티 인사이드'가 던지는 질문은 극단적이다. 외모를 빼고 사랑할 수 있을까. 외모에 대한 아무런 편견 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누구도 이 질문에 당당하게 답할 수는 없다. 영화 속에서는 처음 사랑에 빠지고 나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도의 밍밍한 답만 내려줄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자신들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 어떤 영화보다 외모에 집착한다. 앞서 줄거리 요약에서 상황과 그 역할을 한 배우를 적어놓은 것은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연애하는 중요한 감정을 연기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이 영화에서 위기와 웃음 포인트는 상대적으로 못생기게 변한 외모 때문에 생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좋은 영화다. 생각할만한 지점이 충분하고 비주얼이 아름다운 멜로 영화다. 편견 없이 사랑할 수 있는 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을 할 수 없지만 굳이 편견 없이 사랑을 해야할까. 편견 없는 사랑도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