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이라는 '굿 뉴스'에 대하여

영화 '굿뉴스'를 보고

by 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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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굿 뉴스'를 봤다. 오랜만에 들려온 한국영화의 굿 뉴스였다. 변성현의 대표작은 이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 아니라 '굿 뉴스'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다만 앞으로 한국 영화에 이런 굿 뉴스가 있을지 기대가 안된다는 점이 지독한 배드뉴스다.


'굿 뉴스'는 1970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영화. 1970년에 일어났던 일본항공 351편 공중납치 사건, 요도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변성현 감독의 6번째 작품이며, 설경구, 홍경, 류승범, 카스마츠 쇼, 야마모토 나이루, 야마다 타카유키가 출연했다.


'굿 뉴스'에 장점은 정말 많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지적으로 재미있고, 만든 사람의 의도가 뚜렷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가장 큰 불만은 성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꽤 많은 한국 영화들이 만드는 사람이 아닌 영화를 보려는 관객을 계산해서 적당히 타협한 산물처럼 보였다. 상업예술인 영화에서 관객을 배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흥행만 고려한 영화는 보기 싫은 것도 팩트다. 적당한 영화를 극장에서 볼 필요가 없으니 관객은 극장을 잘 찾지 않게 됐다. 적당하지 않은 영화를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현실도 큰 벽이다.(ex. '세계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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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뉴스'는 적당히 만들지 않았다. 비행기 납치라는 상황을 둔 다른 영화들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변성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장면들이 대부분이었다. 끝까지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할 만한 대담한 연출들이 유려하게 펼쳐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든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았다. 웨스턴 장면의 변주나 달이나 비행기가 비행하는 장면 등은 신선했고 흥미진진했다.


감독의 생각이 뚜렷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가 차력쇼로 느껴지지 않은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아무개를 연기한 설경구도 서고명을 연기한 홍경도 중앙정보부장 박성현을 연기한 류승범의 연기가 연출이 깔아놓은 판에서 최대치를 발휘한 것처럼 보였다. 연출의 불민함을 연기로 메우는 영화는 수십 편도 더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잘 한 연기도 연출처럼 보이는 작품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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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가 감독 놀음이고 종합 예술이라는 점을 보여준 영화가 '굿 뉴스'다. '굿 뉴스'의 세계는 끊임없이 대립하는 세계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납치범들과 구하려는 사람들, 서고명과 아무개, 아무개와 박상현, 박상현과 대통령 비서실장, 한국과 북한 등등. 그 대립하는 세계 속에서 인물들은 흑백 논리 속에서 회색지대를 넘나들며 각자의 욕망을 표출하고 갈등한다. 끝없는 갈등 속에서 아무개는 아무개의 길을 가고, 서고명은 서고명의 길을 가고 박상현은 박상현의 길을 간다. 관객이 좋아할 것이라고 예측한 길이 아닌 캐릭터가 정해진 규칙 안에서 묵묵하게 걸어가는 것을 보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빠져들게 된다.


한국 영화의 위기는 이제 팩트다. 봉박홍이 이후 이들을 대체할 감독이 없다는 것 역시 팩트다. '벌새' 이후 김보라 감독이 차기작이 없다는 것도 팩트다. 변성현 감독이 봉박홍이를 대체할 것인가는 알 수 없다. 다만 차기작이 가장 기다려지는 감독 중 한 명이 변성현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굿 뉴스'를 완성시키는 길 위에는 '길복순', '킹메이커'가 있었다. 변성현의 실패 아닌 실패에도 기회를 주려는 시도들이 '굿 뉴스'를 만들었다. 한국 영화의 위기는 작거나 큰 성공보다 적당한 실패를 추구하는 안일함에서 시작됐다. 당분간 어쩌면 오래오래 한국영화는 적당한 실패를 계속 추구할 것 같다는 것이 오늘의 지독한 배드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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