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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 Nov 01. 2021

우리에게 옥상이 있어서

밤하늘을 360도로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해

'거짓말 하지마 나 때문이야'

머리끈을 묶고 있는 네가 속삭여


프린지 디테일 들어간 미니백

웨스턴 무드의 액서세리

사이드 슬릿 때문에 드러나는 얇은 발목까지가

너야


올이 나간 캠핑의자와 찌그러진 맥주캔들

혹시 몰라서 갖고 있던 반쯤 깨진 전등과

수평 맞지 않는 테이블에 

켜켜히 쌓인 1분짜리 사랑들


내가 여기서 뭐하는 걸까

툭툭 털고 일어나서 걸으면 

아무런 일 없기를

사진에 담기지 않은 마음이 어둡다


수압 약한 샤워기에 화가 나는 건

슬픔이 말라서일까

깨끗해지기 싫어서일까

다시 가고 싶다는 말도 입밖에 내지 못해서일까


비좁은 원룸이 아닌

밤하늘 보이는 여기서

삼겹살을 구울 수 있어서

비참하다


우는 방법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구겨진 표정으로 서 있는 일밖에

너라는 기억을 바라보는 일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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