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아 Nov 21. 2021

당신의 그늘

비가 그친 아스팔트처럼 음습한 어느 저녁

축축한 공기만이 나를 반기는 식탁에서

언제 묻었는지도 모르는 김치 얼룩과 기름 자욱만이 

나를 반긴다


덜 마른 수건을 찾기 위해 젖은 수건들을 뒤지는 순간들

피해도 피해지지 않는 시간들이 수분처럼 시간을 적신다

어둠과 그림자가 구분 되지 않는 지독한 밤이 

올 것이다


바람이 부는 일에 괘념치 않기를 

어떤 관념도 숨을 쉬듯이 너를 괴롭히지 못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도 낙엽은 움직이지 않는다

당신이 나를 피하면 나도 당신을 피할거야


다시 계절은 봄. 

그늘이 밝아져도 그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지독한 봄에

오렌지빛으로 물든 가난과

함께 산다


내가 당신을 보고 발기한다는 사실만으로

당신의 그늘이 더욱 짙어지길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에게 옥상이 있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