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아스팔트처럼 음습한 어느 저녁
축축한 공기만이 나를 반기는 식탁에서
언제 묻었는지도 모르는 김치 얼룩과 기름 자욱만이
나를 반긴다
덜 마른 수건을 찾기 위해 젖은 수건들을 뒤지는 순간들
피해도 피해지지 않는 시간들이 수분처럼 시간을 적신다
어둠과 그림자가 구분 되지 않는 지독한 밤이
올 것이다
바람이 부는 일에 괘념치 않기를
어떤 관념도 숨을 쉬듯이 너를 괴롭히지 못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도 낙엽은 움직이지 않는다
당신이 나를 피하면 나도 당신을 피할거야
다시 계절은 봄.
그늘이 밝아져도 그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지독한 봄에
오렌지빛으로 물든 가난과
함께 산다
내가 당신을 보고 발기한다는 사실만으로
당신의 그늘이 더욱 짙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