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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 Mar 18. 2022

춤 추고 싶다면 들어 울고 싶다면 꼭 들어

이오공 '뽕'을 듣고

▲ ‘뽕짝’이란 무엇일까. 한국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장르의 음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EDM과 트로트가 섞여 있는 오묘한 음악이다. 그 이상은 이 앨범을 듣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이 앨범은 좋다 싫다로 구분할 수 있는 종류의 음악이 아니다. 세련되거나 후지다는 표현으로도 정의 될 수 없다. 울고 싶을 때 들으면 눈물이 나고 웃고 싶을 때 들으면 흥이 나는 기묘한 요물이다.


▲ 사랑 무기력증에 걸려서 일까. 이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든 노래는 우연치 않게 노래에  ‘사랑이야기’나 ‘나는 너를 사랑해’이다. 두 곡 중 어느 노래가 더 좋은지는 몇 번 더 들어봐야 알 것 같다.

▲ '사랑이야기'는 눈길을 걷다가 뒤로 넘어져서 별이 번쩍한 순간에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옛사랑의 기억 같은 느낌이고 '나는 너를 사랑해'는 낡은 목욕탕 냉탕에서 잠수를 하고 앉아있다가 보기 싫은 것을 마주한 기분이 든다.


▲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사람들은 애매한 편이다. 진로도 적성은 물론 좋아하는 음식이나 옷에 대한 취향 조차도 스무살이 훌쩍 지난 뒤에 끊임없이 물어보고 확인하고 낭비를 하면서 돌고 돌아 찾게 된다. '뽕'은 애매하다. 춤 춰야할지 울어야할지 잘 모르겠는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 뽕이라는 것은 마약의 일종인 필로폰을 의미하는 은어다. 뽕과 뽕짝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굳이 찾아보고 싶지 않다. 뽕을 한 사람들이 트로트를 듣다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붙인 말이 아닐까 상상만 해봤다.


▲ 이 앨범의 타이틀곡 '로얄 블루'는 고급스러운 섹소폰 소리에 얹어진 경박한 디지털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관능적인 노래다. 연주곡의 영역을 한 평 정도 넓힌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운드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 이 앨범의 마지막 곡인 '휘날레'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양인자라는 절세의 보컬이 속삭이는 과거의 추억은 아름답다. 아련하기도 하고 벅차게 슬프기도 하다. 느림 템포에 요동치는 마음이 밉게 느껴질 정도다.


▲ 요새 어떤 노래가 좋아요? 나 요새 '뽕'에 빠졌어


P.S 이 앨범은 미완성 앨범이자 완성작이다. 미완성 앨범인 이유는 ‘뽕을 찾아서’라는 다큐를 보고 들어야 와인이 열리듯이 숨겨진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마지막 곡 '휘날레'를 듣게 되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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