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병 시절 '딸기쨈' 군필의 향이 나는 와인

머스캣 베일리 A, 그리고 김치볶음밥

by 리트리버

지난번 글에서 4,700엔 대의 홋카이도 와인을 소개하며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적었다. 오늘은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접근성과 가격 메리트가 조금 더 좋은 와인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구매처는 '삿포로 빅카메라(BicCamera)'. 보통은 전자제품을 파는 곳이지만 한국여행객들에게 특히 애주가 여행객들에게는 위스키 저렴하게 파는 성이다. 그 소문대로 일본의 빅카메라는 주류 코너 라인업이 꽤 충실한데, 개인적으로 와인 리스트가 정말 좋고 무엇보다 가성비 출중한 와인들의 천국이라고 본다.


수많은 와인 중 'Gold 2024(사쿠라 어워즈)' 수상 스티커와 2,480엔이라는 가격표, 그리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라벨 패키지가 이뻐서 집어 들었다.


image.png 빅카메라에서 직접 찍었던 와인과 가격 태그표


와인 정보

이름: 이와노하라 빈야드 미유키바나

생산지: 일본 니가타현

품종: 머스캣 베일리 A (Muscat Bailey A) 100%

가격: 2,480엔 (세금 포함) - 면세 2,255엔

구매는 삿포로에서 했지만, 이 와인의 고향은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니가타현이다.

('미유키바나'는 AI에게 물어보니, '깊은 눈 속에 피는 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구매 이유: 이쁜 라벨 & 'Gold 2024(사쿠라 어워즈)' 수상 스티커

와인 고수 또는 와인 애호가 분들이 보시면 경을 치실 일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와인을 고를 때 라벨 디자인을 중요하게 본다. 사실 나는 와이프랑 와인 마실 일이 99%이기 때문에 라벨 패키지를 눈으로 보면서 즐기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이라 생각하기에 아무리 맛있다 한들 디자인이 너무 투박하면 솔직히 손이 잘 안 간다.


그리고 구매를 결정하는 데 꽤 큰 역할을 했던 것이 병목에 붙은 'Gold 2024' 스티커다. 이건 '사쿠라 어워즈(Sakura Japan Women’s Wine Awards)' 수상 내역을 의미한다.

이 시상식은 조금 독특하다. 심사위원이 전원 여성 와인 전문가들로 구성되는데, 평가 기준이 지극히 실용의 극치이다. 단순히 점수가 높은 와인이 아니라 '집밥과 잘 어울리는가' & '데일리로 마시기에 가성비가 좋은가'를 깐깐하게 본다.

즉, 이 스티커가 붙어 있다는 건 '식사와 곁들였을 때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일종의 보증수표이다.


라벨도 이쁜데 사쿠라 어워즈상까지 받았다? 게다가 가격이 2,480엔? 약간의 고민 후 다음 날 다시 가서 택스프리까지 야무지게 받아 2,255엔에 모셔왔다.



니가타 머스캣베리A와인.png 구글이미지



테이스팅 노트

오픈했을 때 느껴지는 향과 실제 맛의 차이가 있다. 이 부분이 재밌게 느껴졌다.

향: 코를 대자마자 직관적인 '딸기' 향이 난다. 군대 취사병 시절에 몰래 퍼먹던 딸기 같은 냄새다. 이상하다. 머스캣 베리 A라는 품종이 달콤한 와인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살짝 흠칫했다.

맛: 입에 넣으면 예상과 달리 드라이(Dry)하다. 단맛은 거의 없고 산미가 쨍하게 올라오지만 기분 좋게 올라왔다.

특징: 향은 가볍지만, 오크 숙성을 거쳐서인지 입안에서의 무게감은 나에게 아주 딱 적당하다. 타닌이 거칠지 않아 목 넘김이 아주 부드러운 편이었다.



페어링에 대한 생각

마셔보니 왜 이 와인이 집밥과 어울린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첫날은 그냥 단독으로 마셨을 때는 사실은 '음.. 약간 심심한데?' 했는데 다음날 다시 열어서 일본식 나폴리탄 파스타를 만들어서 같이 곁들여봤는데 생각보다 엄청 조화로웠다. 케찹이랑 양파와 비엔나랑 치킨스톡에 후추 정도만 넣고 초간단 버전으로 만든 나폴리탄파스타였음에도 여느 식당 부럽지 않았다. 와이프는 김치볶음밥이랑 같이 먹길래 속으로 '뜨헉' 했지만, 막상 맵지 않은 김치볶음밥과도 희한하게 잘 어우러졌다.


안전한 페어링 (정석) : 스키야키, 불고기, 돼지갈비 같은 간장베이스 음식

도전적 페어링 : 나폴리탄파스타, 맵지 않은 김치볶음밥, KFC 닭껍질튀김




총평

4,000엔 대 와인이 특별한 날을 위한 것이었다면, 2,000엔 중반대의 이 와인은 접근하기 좋은 포지션이다.


평소엔 소중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소박한 집밥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탄탄하게 서포트해 준다. 무엇보다 일본 고유 품종인 '머스캣 베일리 A'의 특징을 가장 정석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이건 마시고 나서 조사하다가 알게 된 거다.)


일본 와인 입문용으로, 혹은 여행 중 한 병 사서 가져와서 집에서 기분내고 싶을 때 함께 해본다면 더욱 좋을 와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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