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의 시행착오, '일본 와인'이라는 자부심
'와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우아한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같은 곳들. 와인은 서양 문화권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동양인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인인 내가 지금까지 마셔본 그 수많은 와인들 중 개인적인 만족도 '최상위권'에는 늘 일본 와인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에서 와인이 나온다고? 사케가 아니고?"
누군가는 의아해할 섬나라 일본에서 포도를 기르고 와인을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게 다가올 테니까. 하지만 일본 와인은 단순히 구색 맞추기 용으로 생산되는 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수천 년을 이어온 유럽의 역사에 비하면 갓 태어난 수준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 와인에는 그들만의 치열했던,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가 숨 쉬고 있다. 서양의 것을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기후와 음식에 맞는 와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이다.
일본 와인의 시작은 누군가의 우아한 취미 생활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의 명운을 건, 비장하기까지 한 거대 프로젝트였다. 메이지 유신 이후 정부는 '식산흥업(국가 산업 발전)'을 기치로 내걸고 서구 문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는데, 와인 양조 역시 그 거대한 흐름 속에 있었다.
1877년, 야마나시현에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세워졌다. 일본 내 민간 최초의 와인 회사인 '대일본 야마나시 포도주 회사'가 설립된 것이다. 회사는 타카노 마사나리와 츠치야 류켄이라는 청년 2명을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로 유학 보냈다. 그렇게 낯선 땅에서 익혀온 양조 기술은 훗날 일본 와인의 씨앗이 되었다.
하지만 의욕만으로 넘기에 자연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일본 특유의 고온 다습한 여름과 끈질긴 장마는, 건조한 유럽 땅에 익숙해져 있던 포도나무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환경이었다. 거기다가, 태풍과 병충해 앞에 애써 일군 포도밭은 처참하게 변해버렸다. 초기 와인 산업은 그렇게 실패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럽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 땅에 맞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 뼈아픈 교훈을 얻기까지, 꽤 오랜 시간과 비용을 치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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