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화된 밥상이 일본 와인에게 던진 숙제
달콤한 '아카다마'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고, 강인한 '머스캣 베일리 A'로 생산 기반을 다지며 일본 와인 산업은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 이 견고해 보이던 성공 신화 위로 '식탁의 서구화'라는 거대한 변화가 밀려왔다.
머스캣 베리 A의 탄생과 산토리 아카다마 와인의 성공. 일본의 와인 산업은 이대로 순항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 시대의 파도가 다시 한번 일본 열도를 덮쳤다. 바로 '식탁의 서구화'였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이 굳게 닫혀 있던 일본의 미각을 두드렸다면, 1970년 오사카 엑스포는 그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이 거대한 국제 행사들은 일본인들의 밥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된장국과 생선구이가 놓이던 자리에 스테이크와 함박스테이크, 그리고 치즈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1970년 오사카 엑스포는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미국관에서 첫선을 보인 'KFC'와 이듬해 긴자 거리에 1호점을 낸 '맥도날드'는 젓가락 대신 햄버거와 치킨을 든 신인류의 등장을 알렸다.
하지만 변화는 패스트푸드에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지로 유학을 떠났던 셰프들이 귀국하며 일본 전역에 본격적인 '비스트로(Bistro)' 문화를 퍼뜨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도쿄의 화려한 빌딩 숲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유학을 마친 셰프들은 임대료 걱정 없는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철학을 담은 작은 식당을 열었다. 덕분에 일본은 작은 시골 마을이라 해도 코스 요리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미식의 모세혈관'**이 촘촘히 뻗어나가게 되었다. 특별한 날이면 동네 비스트로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잡는 풍경이 지방 소도시에서도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이렇게 서구식 만찬을 즐기게 된 일본인들은 곧 딜레마에 빠졌다. 버터와 크림을 듬뿍 쓴 요리, 육즙 가득한 고기를 썰면서 기존의 달디단 '아카다마 포트 와인'을 마시는 것은 무언가 어색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섬세하고 디테일한 요리 앞에서는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제야 일본인들은 비로소 깨달았다. 진짜 서양식 식사에는 그에 걸맞은 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음식 맛을 방해하지 않는, 달지 않은 진짜 와인이 필요해."
**이미지 출처
나노바나나 이미지 생성 및 구글 이미지 검색
역사적 자료는 역사 자료로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