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
나는 인싸보다는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아왔다.
아웃사이더의 기질이 다분하며
아웃사이더로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교실에서 나는 한정판 인싸이자 유명인사다.
오늘 생명존중교육을 하는 시간이었다.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면서
여담으로 좋아하는 사람 앞에 가면
심장박동이 빨라진다고 말했더니
아이들이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고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내 앞에 서더니
"선생님, 심장 박동이 빨라졌어요"라는 것이다.
급식을 먹고 교실로 돌아가는 길
뒤쪽 아이들이 늦길래
"얘들아, 얼른 와~왜 이렇게 늦어~"라고 말했더니,
상민이가 "선생님 미모가 너무 눈부셔서 그래요~
저는 안경 써서 괜찮지만요~"
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예뻐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눈엔 그저 우리 선생님이라서 예뻐 보이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이라서 너그러운 것이다.
나는 이토록 다수에게(스무 명이 넘으니 다수다)
과분한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교실에선 깜빡이도 켜지 않고 말로,
종이꽃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있다.
뼛속까지 아웃사이더인 나는
이런 종류의 사랑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즐겨보려 한다.
어디서 이런 대접을 받아보겠는가.
한편 올해 새 학교로 전보를 와서 가뜩이나 길치인 나는
초반에 아이들 인솔할 때 최단거리를 잘 몰라서
헤매기도 했다.
몇 주가 지나고 보니 운동장을 최장거리로 가고 있었다.
최대한 이동시간을 줄여야 쉬는 시간이 확보되는데 말이다.
"얘들아, 왜 이쪽으로 가는 길이 더 빠르다고 말 안 해줬어?"
라고 물으니 "왠지 말하기 좀 그래서요~"라고 한다.
선생님이 저쪽으로 가니까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얘들아, 선생님은 이 학교가 올해 처음이야. 잘 모를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그럴 땐 말해줘~"라고 말했다.
콩을 팥이라 해도 믿어줄 판이다.
이렇게 순수하고 재지 않는 사랑과 믿음을 가진 아이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