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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Apr 04. 2024

나에게 과분한 사랑

교실이야기

나는 인싸보다는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아왔다.

아웃사이더의 기질이 다분하며

아웃사이더로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교실에서 나는 한정판 인싸이자 유명인사다.

오늘 생명존중교육을 하는 시간이었다.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면서

여담으로 좋아하는 사람 앞에 가면

심장박동이 빨라진다고 말했더니

아이들이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고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내 앞에 서더니

"선생님, 심장 박동이 빨라졌어요"라는 것이다.


급식을 먹고 교실로 돌아가는 길

뒤쪽 아이들이 늦길래

 "얘들아, 얼른 와~왜 이렇게 늦어~"라고 말했더니,

상민이가 "선생님 미모가 너무 눈부셔서 그래요~

저는 안경 써서 괜찮지만요~"

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예뻐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눈엔 그저 우리 선생님이라서 예뻐 보이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이라서 너그러운 것이다.


나는 이토록 다수에게(스무 명이 넘으니 다수다)

과분한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교실에선 깜빡이도 켜지 않고 말로,

종이꽃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있다.

뼛속까지 아웃사이더인 나는

이런 종류의 사랑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즐겨보려 한다.

어디서 이런 대접을 받아보겠는가.


한편 올해 새 학교로 전보를 와서 가뜩이나 길치인 나는

초반에 아이들 인솔할 때 최단거리를 잘 몰라서

헤매기도 했다.

몇 주가 지나고 보니 운동장을 최장거리로 가고 있었다.

최대한 이동시간을 줄여야 쉬는 시간이 확보되는데 말이다.

"얘들아, 왜 이쪽으로 가는 길이 더 빠르다고 말 안 해줬어?"

라고 물으니 "왠지 말하기 좀 그래서요~"라고 한다.

선생님이 저쪽으로 가니까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얘들아, 선생님은 이 학교가 올해 처음이야. 잘 모를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그럴 땐 말해줘~"라고 말했다.

콩을 팥이라 해도 믿어줄 판이다.

이렇게 순수하고 재지 않는 사랑과 믿음을 가진 아이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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