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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Apr 02. 2024

사과를 받을 수 있는 사람

교실이야기

점심시간에 잠시 내선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는데

 아이들이 웅성웅성 모여들었다.

전화를 끊고 무슨 일이냐 물으니 사연은 이러했다.

5학년 아이가 우리 반에 심부름을 왔다가

교실 앞문으로 나가려는데

우리 반 혜진이가 문옆에 있어 비키라고 했다고 한다.

비키려는 찰나에 5학년 아이가 혜진이를 밀치듯 하면서

교실문을 열다가 혜진이 팔이 조금 다쳤던 모양이다.

그래서 혜진이는 어디에 갔냐고 물으니

5학년 반에 사과를 받으러 갔다고 했다.

부랴부랴 5학년 반으로 가보니

그 반 담임선생님이 벌써 중재를 하고

사과를 받는 상황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가 시작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혜진이처럼 누군가 나를 함부로 대하거나

(물론 이번엔 악의없는 실수에 가까웠지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사과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5학년 반까지 찾아간 혜진이의 용기를

칭찬해주었다.


누군가는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고

좋은게 좋은거 아니냐고

별 것도 아닌 일에 굳이 찾아가서

사과를 꼭 받아야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은 일에서도 나의 자리를

당당하게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팠다고

나는 당신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이다.


무조건적 양보와 배려,이해보다는

아이들이 자신을 먼저 살뜰히

챙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일과 큰 일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아서

작은 일에서부터 내가 받은 피해를

하나씩 넘기기 시작한다면

정작 정말 큰 피해를 당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길 수도 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하기 쉽듯이

사과도 받아본 사람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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