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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Apr 19. 2024

꽃밭으로 출근합니다.

교실 이야기

잠들기 전에 눈을 감고 떠오르면

자다가 잠깐 깼는데 머릿속에 맴돌면

그거 혹시 사랑일까?

나는 요즘 그렇다.

한 명씩 한 명씩 머릿속에 잔상이 떠오른다.


병이 있어 유난히 길을 잘 못 찾는 서윤이의 손을 

꼭 잡고 교문까지 걸어가는 혜진이

종이접기를 좋아해서 틈날 때마다 

종이공예(?)를 하며 작품설명을 해주는 준수

산만하고 친구들과 갈등도 많지만 

투덜대면서도 하라는 걸 하기는 하는 서준이

매일 선생님 미모가 너무 눈부시다며 

손으로 눈 가리는 시늉을 하는 민수

샴쌍둥이처럼 붙어서 다니며 춤도 함께 추고 

머리스타일, 피부색, 가방까지 똑같은 수진이와 지영이

쉬는 시간이면 조용히 책을 읽으며 

또래보다 두세 살쯤은 더 속 깊어 보이는 연서

피아노에 미술, 공부, 체육 등 다방면에 능하고 

얼굴까지 예쁜 엄친딸 수희

틈날 때마다 선생님 심부름 없어요?라고 물어보고 

심부름을 시키면 씩씩하게 임무수행하고 오는 든든한 혁이

깨끗한 피부에 청아한 목소리로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말을 참 잘하는 지연이

또래보다 키가 작은데 밥을 참 잘 많이 먹길래 

나중에 키 엄청 크겠다고 말해주면 씩 웃는 수현이

말이 많고 목소리도 크지만 

약간은 명확하지 않은 발음이 참 어린이 같아서 귀여운 동수


한 명, 한 명 떠오르며 그날 있었던 에피소드까지 떠오르면 미소가 지어진다. 

반에 아이들을 보면서 신기한 점은 

저 많은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그 빛깔과 향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꽃이 피는 계절이다.

어떤 꽃이 더 아름답고 덜 아름답지 않듯이 

아이들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생김새, 피는 곳, 만개하는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 다른 꽃들은 모두 자라고 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매일 꽃밭으로 출근한다. 

꽃이 자라는 동안의 작은 햇살 한 줄기 쯤의 역할은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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