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
우리 반 진영이는 말수가 적은 아이다.
교실에서는 하루종일 목소리 한번 듣기 힘든 아이와
하루 중 대부분의 목소리를 담당하고 있는 아이로 나뉘는데
진영이는 전자에 해당한다.
차분하고 마음도 따뜻해 보이지만
큰 소리 한번 나지 않는 아이.
마스크를 아직 끼고 다니는 터라
더더욱 진영이가 말하는 구경(?)을 하기가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교실놀이 시간이었다.
릴레이 그림 그리기 놀이를 했는데
모둠원들이 협동해서 정답을 그림으로 그리고
맞히는 놀이이다.
한 명씩 번갈아가며 정답을 보고 와서
그림을 이해하기 쉽게 그려야 하며
모둠원들이 맞히면 다음 차례가 나와서
다음 정답을 보고 들어가는 것이다.
자연스레 모둠 간 속도가 달라지는데
스무 문제를 먼저 끝낸 순서로 순위가 정해진다.
놀이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흥분하고 집중하게 되며
점점 몰입하게 된다.
어쩌면 아이들의 가장 본능적인 순간이다.
이 놀이를 하는 중에 진영이의 '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 차례를 알려주거나,
빨리 나가라는 재촉과 같은 것들이었다.
놀이의 힘은 역시 위대하다.
조용한 진영이의 목소리를 키우는
대단한 힘을 가졌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협동을 배우고
배려를 배운다.
어쩌면 참 많은 것을 배운다.
놀이는 그저 공부가 아닌 여가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느낀다.
놀이는 자던 아이도 깨우고
무기력한 아이도 일어서게 하고
조용한 아이도 활발하게 만드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