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삑-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나는 존재한다
인식되고 확인되는
무언가가 지나갔다는 확증
도착역에서 찍는 또 한 번의 삑-
별일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인사
오늘도 안녕히 출근하고
오늘도 안녕히 퇴근했어
지하철 문이 열리고
세상의 모든 틈을 집어삼킬 듯이
와르르 쓸어담는다
꾸역꾸역 몸을 밀어 넣는 물고기들
망망대해를 꿈꾼 적도
하나의 표본이 되기를
소망한 적도 있었다
하루치의 긴장과 피로
하루치의 무사와 안도가 교차하며
물고기들이 내리고
물고기들이 올라탄다
1번 칸에 응급환자가 발생하여
잠시 조치 후 출발합니다
숨이 가쁜 물고기
덜컹덜컹 흔들리는
열차칸 안에서
흔들린 후에야
제자리를 찾는
어떤 상념
어떤 믿음
문이 열립니다
나는 뱉어진다
흩어지고 흩뿌려진다
너무나 뻔한 세계로
아무것도 미정인 세계로
계단을 힘차게 오르고
뜨거운 해가 내리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