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첫째에게는 요 며칠 흔들거리는 이 하나가 있었다.
통증과 찝찝함으로
어서 이가 빠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제 드디어 빠진 것이다.
"와, 드디어 빠졌네. 축하해~ 시원하지?"
아이는 축 늘어진 목소리로 뜻밖의 대답을 했다.
"아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허무함이 밀려와. 이가 빠지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허전하고 슬퍼."
이가 빨리 빠졌으면 좋겠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손가락으로 흔들어보던 터라
이게 웬 청개구리 같은 반응인가 싶었다.
그런데 나는 사실 그 마음을 알고 있다.
그런 감정을 열한 살짜리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놀랐던 거다.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일
힘들고 지겹게만 느껴지던 시간
이것만 없었으면
저것만 아니라면
했던 모든 물건과 시간과 사람과의 관계가
막상 끝나고 사라지면
왠지 허무하고 슬프고 허전한 마음
슬프면서 행복하고
안타까우면서 시원하고
힘들지만 뿌듯하며
만족스럽지만 허전한
청개구리같은 마음의 조각들
아들아,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감정 대신
보다 다채롭고 입체적인 감정을
하나씩 알아가기를
페스츄리처럼 여러 겹의 마음을
한 겹씩 음미하기를 바라며
너의 말을 기록해 본다.